아이러니한 거리감, AI와의 동행

실무에선 늘 함께했지만, 강의에선 멀어지는

by 디자이너 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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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자이너로서 AI와 가까이 지내왔다.

기획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꺼낼 때도, 시안을 빠르게 정리할 때도,

막히는 흐름을 풀 때도 AI는 언제나 옆자리에 있었다.

속도를 높이고, 효율을 챙기고, 불필요한 시간을 덜어내는 데 AI만큼 든든한 도구가 없었다.

AI는 늘 정답 같은 답을 내놓았다.

빠르고, 논리적이고, 정확했다.
실무자의 삶에선 그것이 분명 힘이 되었고, 나는 그와 함께 일상을 이어갔다.




강사로 옮겨온 뒤의 역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사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AI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실무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튜터링에 쏟게 되면서,
나는 더 이상 AI를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튜터링은 인간과 인간의 소통 창구다.
지식은 이미 AI가 대신해줄 수 있다. 검색하면, 물어보면, 몇 초 안에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학생이 내 앞에 앉아, 망설이며 입을 열고, 목소리의 억양으로 불안을 드러내고, 눈빛 속에 자신감을 감추려 할 때. 그때는 지식이 아니라 감정이 오간다.

그리고 그것은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인간으로 다가간다는 것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실무자일 때는 AI를 끌어안고 살았는데, 왜 지금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걸까?’


그러다 깨닫는다.
내가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AI 협업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것이라는 걸.


그들의 불안을 듣고, 그들의 열정을 받고, 그 길목에서 등을 살짝 밀어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같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나는 AI 시대에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정답이 없는 자리에서


실무를 할 때는, 나는 여전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속도를 높이고, 시간을 줄이고, 더 날카롭게 다듬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늘 ‘정답’을 내놓는다.
주저함 없는, 곧장 떨어지는 대답.


반대로, 학생과 마주 앉아 대화할 때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막히고, 헤매고, 길게 돌아가며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순간이 더 행복하다.

왜냐하면 디자인이란 본래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고민하고 의논할때, 나는 가장 인간답게 행복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늘 말한다.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래서 더 어려운 동시에, 더 아름다운 일이에요.”




AI와 인간 사이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실무에서는 AI를 가까이 두면서도
강사로서는 AI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식은 AI가 줄 수 있다.
그러나 눈빛과 억양, 망설임과 떨림, 조심스러운 질문은 인간만이 건넬 수 있다.
나는 그 순간에 더 인간다워지고, 더 디자이너다워진다.


결국 나는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간다.
AI와 함께 달려가는 실무자이자,
AI로는 대신할 수 없는 인간적인 대화를 지키는 강사로서.


그리고 이 모순된 자리야말로,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나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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