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ng Sep 28. 2020

엄마의 우울

잘 늙고 싶다 

엄마는 요즘 우울하다.


몇 주 전부터 엄마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보는 횟수가 늘고 자꾸 날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없는데.. 그냥 코로나 때문에 못 돌아다니니까 답답해서 그런가 싶네"라고는 했지만 영 느낌이 찜찜했다. 


이틀 전 금요일 퇴근하기 한 시간 전, 엄마한테서 톡이 왔다. 


"퇴근하고 수원역 오면 몇 시니? 저녁 같이 먹을까? 집에 성호(남편 이름) 먹을거리는 있니?" 

"카레 한솥 해놔서 괜찮긴 한데.. 수원역 도착하면 8시라 너무 늦지 않을까? 그냥 내일 점심 먹자"

"그럴까? 그래~ 그럼 낼 보자"


웬만하면 평일 저녁엔 만나자고 연락도 잘 안 하는데 무슨 일이 진짜 있나 싶었다. 걱정 반 궁금반으로 어제 엄마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며칠 전에 엄마의 고모할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서 자식들끼리 재산 싸움이 났다고 했다. 그걸 옆에서 보면서 엄마는 문득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부유하게 사셨던 분이 죽을 때는 가져가는 거 하나 없이 흙에 묻히니 살면서 돈이 많아봐야 무슨 소용인가 자식들 싸우는 꼴이나 보자고 살아온 게 아니실 텐데. 인생 참 허무하구나. 근데 자식들은 부럽네 물려받을 재산도 있고.. 나는 왜 없지?'


엄마가 떠올렸던 생각은 참 인간적이고 솔직한 생각이었다. 엄마는 4 자매 중 막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만 빼고 다 부유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못 사는 집안은 절대 아닌데 주변이 그렇다 보니 엄마는 종종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거 같다. 이모들도 그렇지만 사촌형제들까지 잘 사니 살면서 스스로 얼마나 비교해왔을까?


이번 할머니 장례식 사건을 보면서 엄마는 나는 왜 부모님한테 물려받을 재산도 하나 없는 것인가!! 하는 울분? 이 터진 듯싶다. 엄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하소연했지만 나는 가만히 들으면서 그냥 피식피식 웃었다. 말로 토해내면서 해소해야만 하는 감정임을 알기에 나의 역할은 그냥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사실 나도 내 질투심을 유발하게 하는 친구가 있어서 매번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어쩔 때는 나 자신이 싫을 때도 있다. 겉으론 하하호호 웃으면서 속으로는 부들부들 끓어오르는 내 못난 열등감과 자존심이 추하게 느껴진다. 그냥 정말로 아무렇지 않고 싶은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늘 눌러줘야 하나보다. 


엄마는 고모할머니를 보며 잘 늙고 싶다고 했다. 잘 늙는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의해보자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 이 아닐까? 


엄마도 나도 잘 늙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정보 입력 업무를 아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