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자 시간은 계속 흐른다.
오늘은 오랜만에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쓴다.
낮잠도 안 오고 타자 소리도 듣고 싶어서(내 키보드는 소리가 좋고 예쁘다.)
이번 주는 무난한 듯 그렇지 않게 지나간 거 같다.
4월 28일부터 시작했는데 그날 하루 빼고 나머지 요일을 모두 요양병원에서 보냈다.
그 지나온 날들을 적어볼까 한다.
월요일은 입원 준비만 하고 (사실 짐이 많지 않아서 짐가방도 10분이면 끝난다.)
화요일부터 입원을 시작했다. 날 챙기러 온 동생과 함께 점심은 맛있는 파스타를 먹고
2시쯤 병원에 도착했다. 남편은 저녁 7시가 넘어서 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낮잠도 자고
사우나도 하고 물리치료도 받았다. 나름 평화로이 지나갔다.
그다음 날 외래를 갔다.
우리가 계속 피해왔던 사전연명제도 계획안에 사인을 했다.
설명은 벌써 2번이나 들었고 우린 이 굴레를 벗어나고자 (주치의가 자꾸 상담을 잡아둠)
그냥 해버리자! 하고 갔기 때문에 직원에게 말이나 태도가 곱게 나가지 않았다.
"사실 사인 안 하고 싶은데 오늘도 안 하고 가버리면 다음번에 다시 붙잡혀 올까 봐 하는 거예요."
나는 좀 퉁명스레 말했다. 사전연명의료 거부에 동의는 하지만 지금 당장 위급한 상황도 아니고
우린 열심히 다음 치료를 생각하며 사는데 내 주치의는 안 좋은 결말만 생각하며 진료하는 듯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물론 의사가 무슨 생각으로 자꾸 상담을 잡는지는 안다. 혹시나 하는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두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내성이 오면 진행이 빠르다. 특히 뇌에도 암이 있어서
얘네가 난리 치기 시작하면 어제오늘 다른 모습으로 응급실에 실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20분 정도 얘기를 하고 사인을 하고 후다닥 도망치듯 나오며 쿨하게 털어버리자 했다.
그리고 진료를 보았는데 보기 전까지 얼마나 떨리던지... 그날은 담당 주치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봐주는 날이었다. 여자분이셨는데 엄청 친절하셔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지난번 시티 촬영한 결과를 보는데
방사선 폐렴을 진단받았다. 방사선은 참 치료는 무지 짧은데 후유증은 오래도록 가는구나 싶었다.
어쩐지 요새 숨이 좀 차고 기침이 다시 나오길래 '암이 조금 커졌나 보다' 생각해서 다음에 쓸 수 있는 약들을
정리해서 종이에 적어 갔었다. (열어보지도 못함) 다행히 암은 오히려 조금 줄었고 내 증상의 원인은 방사선 폐렴이었다. 일주일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는데 그동안에 항암약을 중단해도 된다고 어떻게 할 거냐고 해서
쫄보인 우리는 같이 먹겠다고 했다. (그로 인해 식도염 증상은 다시 좀 심해졌지만...)
목요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남편이 약을 타러 삼성서울병원 앞 약국까지 갔는데 (지금 먹는 항암제는 분서대 앞 약국에선 팔지 않는다.)
약국 문이 다 닫혀있었다. 우린 약국이 문을 닫았을 줄은 모르고 생각도 못한 채 상황을 마주했다. 일단 급하게 입원을 하루 더 연장하고 남편은 다른 약국들까지 열심히 찾다가 2시에 문을 연다는 한 약국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입원을 하루 더 해야 한다니 힘이 빠졌지만 뭐 어쩌겠나 해야지...그렇게 하루를 혼자 쓸쓸히 보내고 금요일인 오늘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지금 내 상황에선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보내는 것뿐. 근데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그렇게 살지 않나?
내가 아프기 전에 살았던 삶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더 힘들다고 느끼고 금방 좌절하게 될 수는 있다.
그래도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계속 산다. 시간은 계속 가니깐. Just Do It. 그냥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