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미만도 못할까?

잊지 마 너만의 방어막

by Ssong

아들의 방학이 끝이 났다.

월요일부터 나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간 멈췄던 운동을 하려니 힘들었다.

무리 가지 않게 살살했는데도 벅찼다.

암환자 단톡방에서 보면 일하는 사람도 많고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고 등산, 걷기, 헬스.. 등

정상인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나는 지금 집 앞 호수 한 바퀴 걷는 것도 두려운데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아파서 누워있거나

병원에 입원해서 고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을

또 다른 단톡방 회원들을 생각하니... 참

내가 그러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내가 못나 보인다. 남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아들 배웅을 하고

동생을 기다리며 항암제를 먹고

오전 잠을 2~3시간 정도 자고 나서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면서 잡생각에 잠긴다.

' 이번 주 스케줄은 이게 다인가?'

' 또 해야 할 건 없나'

' 아들놈 관련해서 뭐 해야 할 건 없나'

' 나 도서관 봉사자 문의 언제 가지..'

' 막상 하려니 자신이 없네.. 몸 축나면 어쩌지'

' 저녁 뭐 먹지...'

꼬꼬무처럼 뇌가 끊임없이 생각한다.

* 꼬꼬무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행이지 뭐. 덕분에 부정적인 생각은 못한다.

긍정적인 생각보단 저런 게 낫다. 보통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게 생각이

났기 때문에 덮기 위해서 억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차라리 바쁜 게 낫다는 말이 있다.


다 쉬고 나면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동생은 집안 정리를 하고 시간이 되면 청소기도

돌려주고 걸레질을 해주고 나는 주로 설거지와

빨래를 도맡아 한다. 이번 주는 집밥을 많이 먹어서

설거지를 자주 했다. 중간중간 창문으로 바깥을

보는 편인데 방충망 오른쪽 하단 꼬다리에 또!!

거미줄이 쳐져있다. 이놈 거미 놈 지겨운 이놈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여태 본 적이 없다. 집만

지어놓고 도망가는 건지 뭔지. 나는 올해 초부터 봤으니(어쩌면 더 오래전 일 수도) 최소 8개월은 된 건데 주인의 얼굴은 못 본 체 허락 없이 집만 뿌수고 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어제는 보면서 문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집이 무너져도

끈질기게 다시 와서 집을 짓다니.

배워야 할 듯하다.

암이 끈질기게 내 몸을 파고들어도!

나는 내 방어막을 다시 지을 것이니라.

하하하.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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