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내게 남긴 것들

파워 긍정으로 생각하기

by Ssong

이번 달 외래 진료도 어제부로 끝났다.

다행히 잘 유지 중이다. 암이 줄지는 않았지만

유지 중인 것만 해도 큰 성과다.

2박 3일 요양병원 입원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아침마다 환자들 상태를 확인하러 의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데, 늘 과묵하던 대표 원장이

불쑥 말을 건다. "옛날보다 더 좋아 보이시네요."

그 말에 멋쩍게 "그런가요? 하하" 하고 대답했다.

아마 멋쩍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좋아진 건 다행이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나빠질 수 있으니 지금 좋아진 거로

마냥 기뻐할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아직까지도 맘이 꼬여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텐데 말이다.


어제저녁 병실에서 운동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암이 내게 남긴 것?

시사하는 바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나의 투병 소식은 내 인간관계를 명확하게 해 줬다.

1. 학생 때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사이

2. 직장 다닐 때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사이

3. 특별한 이유 없이 각자의 바쁜 생활을 하느라

관계가 소원해진 사이

1,2,3 모두가 다시 부활했다. 뭉클한 일이다.

그들은 모두 내 소식을 듣고 나를 만나러 와주었고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으며, 연락도 꾸준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날 위해 눈물도 흘리는

모습에 고마웠다. 다시 보니 알겠다. 나는 그들에

대한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깐 잊고 있던 .

다시 살아난 마음이 더 튼튼히 견고해진 기분이다.

지인들 덕분에 더 살고 싶고 오래 수다 떨고 싶다.


두 번째로 소소한 나의 생활 습관 변화이다.

아침을 먹지 않던 나는 건강한 음식들로

아침을 먹게 되었고 (토마토, 계란, 오트밀 등)

군것질을 의식적으로 줄이게 되었으며

위생에 신경 쓰고 (더 잘 씻는다. 하하)

외출 시 마스크를 항상 챙겨 다닌다.

찬바람이 불거나 미세먼지 또는 사람이 많으면

마스크를 습관적으로 쓰게 된다.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하여 커피는 오후 늦게는

마시지 않거나 아예 먹지 않는다.

핸드폰을 좀 보더라도 11시가 넘으면 폰을 닫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준비한다.

요양병원에서는 크게 할 일이 없기에 처음엔

폰만 보다가 시간도 아깝고 우울한 생각이 자꾸

찾아오길래 책을 한 권씩 들고 가 읽기 시작했다.

어느덧 한 달에 한 권씩 읽게 되는 습관이 들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러닝 30분, 밴드 상체 하체

맨몸 운동 등 정해진 할당량을 하게 된다.

어제 완료하고 증빙한 모습

마지막으로 자기 전 외치는 마법의 주문까지.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암이 오기 이전에는 앞서 나열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마 워킹맘으로 살며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매일 피곤하다며 운동은

안 하지 않았을까. 물론 예전처럼 건강한 몸은

아니지만 좋은 습관들을 갖추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아질 거라 믿기에 걱정 없다.

암이 찾아와서 슬프고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오히려 나를 더 발전시키기도 했다. 묘하다.


앞으로도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