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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치매

출산까지 50일. 데드라인 시계가 째깍거린다.  

임신 초기는 콩보다 작은 생명체가 제대로 자리 잡았는지 매일 불안한 마음과 처음 겪는 증상들에 힘들어했고, 

임신 중기는 임신한 삶에 대해 익숙해지면서도, 배속에서 제법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움직일 때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임신 후기는 진통과 분만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10달을 품었던 이 아이를 만난다는 기대감보다 걱정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다.  


아이의 성장주기에 맞춰 내 몸과 마음의 컨디션도 지속적으로 변한다. 깜빡깜빡. 임신을 하고 생긴 증상 중 하나가 자주 잊는 거다. 출산 후에 많이 겪는 건망증을 출산 전에도 겪고 있다. 가끔 너무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래도 출산 이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이야기라도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임신기만큼은 대부분의 임산부가 겪는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증상이 일어나길 바란다. 아무리 갑작스러운 증상이어도,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정보만으로 안심이 돼서, 일상적인 나를 찾을 수 있다. 


임산부의 건망증과는 달리, 알츠하이머는 아직 완치 방법이 없다. 암을 극복해 이겨냈다는 사람은 종종 알게 되지만 알츠하이머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는 알지 ㅁ소한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이야기한다. 치매를 알게 되는 순간 나빠질 일만 남아있는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우리를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모든 행동들이 마비된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결말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렇게 하는 것이 치매다. 모든 의지를 말살당한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그 가족에게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 대형병원 병실에 우두커니 앉아 엄마를 간호했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 폐에 전이되면 이미 끝난 것이라는 이야기. 병실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엄마를 바라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두커니 앉아 매 순간 드는 생각은 왜 진작 엄마를 끌고 검사 한번 하지 못했는지 원망하게 되는 일이었다. 자꾸만 아프다는 엄마가 자석 파스가 잘 듣는다며 잔뜩 가져 다 달라는 말만 듣고 있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아직 추적검사를 받고 있지만 일상생활을 누리는 엄마를 보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간간히 암을 극복해내는 사례 중 하나가 되길 바라고 바란다.  


가끔 깜빡깜빡한다는 이야기와 무릎이 아프다는 이야길 들으면, 내가 또 그냥 지나치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노화의 관리는 몸이 보내는 변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치매는 흔한 질병이 된 지 오래다. 국내 치매 환자 수는 70만 명에 이르렀고, 노인 인구의 약 10%가 치매환자다. 향후 2050년... 우리 부모님이 90세를 향해갈 때쯤엔 여섯 명 중 한 명이 치매환자일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치매환자의 대부분은 가족의 일상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 요양원에 많이 모시게 된다. 불행히도 요양원은 격리시키는 공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평이 좋은 서울요양원은 대기 인원수만 1000명이 넘었고, 치매노인을 결박시키는 요양원들 속에서 좋은 요양원을 골라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매일 CCTV를 들여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중병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나일 수 있는 모습으로 

건강하고 자유롭게 나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디어라운드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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