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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다 Sep 23. 2024

뱃속 아기가 기형아 진단을 받았다

14. 지독한 현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4일의 시간,

나는 차라리 이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도 열무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시간이니까...





검사 후 며칠간은 무기력함이 내 몸과 마음을 지배했고, 열무가 내 곁을 떠나면 어쩔까 하는 생각에 울다 지쳐 잠들고 또 번쩍 정신이 들어 울고를 반복했다.

이런 내 기분을 맞춰주느라 남편은 퇴근 후 집에 와서도 눈치를 보는 듯 했다. 많이 미안했다.


"자기도 많이 힘들 텐데 나만 유난 떨어서 너무 미안해."


"뭐가 미안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만큼 힘들지는 않겠지. 자기 아픈 거 내가 다 알아."


이 힘듦을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남편이었다.

덕분에 함께 있을 때만큼은 조금 덜 슬프기도 했다.







2023년 12월 12일.

융모막 검사 1차 결과 나오는 날.


저녁 6시~7시 사이에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오전 중에 전화기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병원에서 오는 전화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도저히 전화를 받을 자신이 없어 남편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여보세요"


"정채원 님 핸드폰인가요? 저는 OOO산부인과 OOO원장입니다."


"네. 제가 남편입니다."


"네. 1차 결과로 애드워드 증후군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애드워드 증후군은 18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것이고, 이 증상이 왜 생기는지는 그 누구도 모르고,  엄마, 아빠의 잘못도 아닙니다. 수정될 때 어떤 에러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습니다.

그리고 애드워드 증후군은 다운증후군보다 예후가 훨씬 좋지 않아서 1년 생존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운증후군 보다 더욱 심각한 병입니다.

최종 결과가 29일쯤 나오고 바뀔 확률이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낮지만 어떤 결정을 하시려면 그 검사결과를 반드시 듣고 하시는 게 맞습니다.

1차 결과와 2차(최종) 결과가 달라질 확률은 거의 없지만 검사하는 세포 종류가 다르고, 2차 세포가 아기와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서 2차(최종) 결과까지 들으시라고 하는 겁니다. 궁금하신 게 있나요?"


"아... 저희는 저녁에 전화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았는데, 결과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죠, 당황스러우실 거라 생각합니다. 많이 놀라셨겠지만 앞으로 건강한 아기를 분명히 낳으실 거고, 이것이 미래의 부정적인 평가의 근거가 될 수는 없으니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만 이런 일이 한번 있었기 때문에 염색체 이상이 생길 확률 0.75% 정도는 올라간다고는 볼 수 있는데 이 정도는 크게 염려할 상황은 안되시는 거 같아요. 나이까지 감안하더라도 2%의 확률이니 다시 임신을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혹시 전화를 끊고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집은 고요했고 전화 음성 볼륨은 최대치여서 통화 내용은 그대로 내 귀에 들어왔다.





전화를 끊고도 우리 부부는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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