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모막 검사(확진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초기 산전 초음파의 이상이 있을 때'에 해당했다. 단순 목투명대가 두꺼워도 해당하겠지만 이 경우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반면 나는 태아가 우주복을 입은 것 마냥 부어 있었기 때문에 이 검사(유산위험 있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융모막이란? 융모막 검사방법 임신 중에 태아나 양수를 싸고 있는 막을 말합니다(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융모막은 태아의 세포와 동일한 염색체 구성을 함유하므로, 융모막융모생검은 복부나 자궁경부를 통해 융모를 채취한 후 염색체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출처: 아산병원 융모막융모생검정보)
검사실에 누워 준비하고 있으니 이내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엄마 되기 참 힘들다. 그죠? 검사가 많이 무서울 텐데 열무 생각하면서 잘 견뎌봐요."
이미 눈물에 흥건히 젖어 너덜너덜해진 휴지로 또 한 번 눈물을 훔쳐냈다.
"선생님, 제가 아기 일주일 늦다고 초음파 보러 와서 선생님 뵙고, 그때 해 주신 말씀들 덕분에 여태 잘 견뎌왔던 것도 있어요.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어요."
"어이구, 정말 그랬어요? 그랬다면 너무 다행이다."
선생님은 배 전체를 오랫동안 소독하고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는 당부를 몇 번이나 주셨다.
쉽고 간단히 설명해서 엄청 긴 주삿바늘로 배를 찔러 아기를 둘러싼 아주 얇은 막으로 가서 융모를 채취하는 검사를 하는 것인데 남이 놓아주는 주사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검사는 긴 주삿바늘, 유산위험, 통증 등 여러모로 무서울게 많았다.
'남들은 쉽게도 가는 길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험난한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검사쯤이야 몇 번이고 할 수 있으니 열무만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라는 염원으로 되풀이되었다.
검사 순간이 다가오니 몸도 마음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아 간호사분께 손을 좀 잡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이제 시작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
"네."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지만 이 두려움마저도 아픈 열무에게 그저 죄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주삿바늘이 배로 들어갔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좋지 않은 감촉을 느낄 때쯤 미세하지만 주삿바늘이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것 같았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놀랬나 보다. 움찔하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은 너무 놀라셔서 숨을 가쁘게 쉬면서 움직이면 큰일 난다고, 절대 움직지 말라고 당부 또 당부하셨다.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0.1mm라도 움직이지 않기 위해 변명 따위는 할 생각도 못 하고 검사가 끝나 기만을 기다렸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5분은 걸린 것 같았다.
"진짜 뱃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여기 채취된 거 보이시죠? 다행히 잘 끝났으니까 휴식 좀 취하다가 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슈를 동반했지만 다행히 검사는 잘 마무리되었고, 저번에 왔을 때 살이 더 찌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말을 듣지 않은 그 살 덕도 좀 보고야 말았다.
이 날이 처음 내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그 시점이다.
(검사 후)
"1차 결과는 12월 12일 저녁 6~7시에 원장님께서 직접 전화로 알려드릴 거예요.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터너증후군 등 46개의 염색채 중 수의 이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만 미리 검사해서 알려드립니다.
2차 결과(46개 염색채 모두)는 늦어도 29일까지 나오고, 미세결실검사 결과는 내년 1월 2일에 (설명)......"
융모막 검사가 끝나고 난 후 간호사의 설명이었다. 다운증후군을 제외하고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여러 증후군들의 언급을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남편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서러운 마음에 원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원망해 보고, 또 나를 자책하며 울고 또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