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매일 손꼽아 기다리던 열무의 검진일이었는데 혹시나 열무의 아픈 모습을 볼까 두려워 이제는 병원에 가는 게 무서워졌다.
"아니야. 열무 괜찮을 거야."
애서 웃어보이는 남편이었다.
난임병원 졸업 후 처음 방문한 산부인과 진료실.
선생님을 뵙자마자 난임센터에서 있었던 진료에 대해 설명을 드렸고 선생님은 차트를 확인하셨다.
그리고 곧바로 초음파가 시작되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
여전히 꼬물꼬물 잘도 움직이는 우리 열무.
하지만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기대와 달리물이 찬 것같은 부분이 지난번보다 훨씬 더 넓고 두꺼워져 있었다.
나는 갑자기 온몸에 기력이 다 빠지고 침대 밑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우리 열무 많이 아프구나.'
선생님은 태아가 많이 부어있다는 말씀과 함께 초음파를 끝내려고 하셨다. 다급하게 목투명대 볼 시기이니 측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기가 자세를 잘 바꾸어 주지도 않고, 이 정도 부종이면 투명대가 의미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초음파를 종료하셨다.
진료실.
"선생님, 미리 OOO 산부인과 융모막 검사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와도 될까요? 그리고 서울 아산병원으로 정밀초음파를 보러 갈 계획입니다. 보통 20주쯤에 하는 거 같던데 몇 주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소견서 써주실 수 있나요?"
혹시 모를 열무의 상태에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계획이었다.
(정보에 의하면 태아수종 또는 낭성히그로마는 융모막 검사와 미세결실 검사가 모두 정상으로 나와도 심장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아 정밀 초음파 검진이 중요했고, 이 증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태아의 경우라면 정밀초음파를 잘 보는 아산병원으로 가는 것을 추천했다.)
"네. 융모막 검사는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현재 태아 상태는 제법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가서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고, 정밀초음파는 시기가 되면 그때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열무에게 20주가 오기 힘들다는 얘기로 들렸다.
이 자그마한 아기가 아프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시려고 한 것 같았지만 나는 한 번만 깜빡이면 뚝하고 떨어질 것 같은 눈물 가득한 눈을 하고서 진료실 밖을 나왔다.
며칠간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들이 얽히고 얽혀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고 도통 냉정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날을 기점으로 참고 있던 눈물이 수도꼭지 튼 것 마냥 수시로 펑펑 쏟아졌다. 겨우 잠이 들었다가도 눈이 번쩍번쩍 떠져 남편을 잡고 엉엉 울기 십상이었고, 눈을 뜨면 잠을 잘 때까지 하루 종일 울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날들을 보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