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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다 Sep 26. 2024

에드워드 증후군 확진

15. 기형아검사 누구나 정상으로 통과하는 거 아닌가요?

에드워드 증후군(Edwards syndrome, Trisomy 18)은 1960년 영국의 의사인 존 H. 에드워드에 의해 발견되어 에드워드 증후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에드워드에 의해 18번 상염색체가 원인이라는 것이 처음 알려졌고 신생아 8,000명당 1명 정도의 빈도로 발병하는 유전병이다. 18번 염색체가 3개(삼염색체성)이므로 2n=47개의 염색체를 가지며 남녀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 정신박약 증세를 나타내며, 입과 코가 작고 95%의 확률로 심장이 기형이다. 낮은 출생체중을 나타내고, 심한 정신 지체를 유발한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이 가운데 손가락 위에, 새끼손가락이 약손가락 위에 위치한다. 둥근 바닥창의 발 모양도 특징이다. 이렇게 에드워드 증후군은 거의 모든 장기의 기형을 동반한다.(참고 : 위키백과)





임신하기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병명이었다.

하물며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은 내가 아닌 그 누군가에게 생길 수 있는 쯤으로만 여겼던 모양이다.


'기형아 검사는 누구나 정상으로 통과하는 것 아니었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노산 주제에 큰 오산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동안의 증상으로 봐 왔을 때 열무에게는 50% 정도의 염색체 이상 확률이 있었지만, 왜인지 나는 제멋대로 염색체 이상일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배제했던 것 같다. 며칠 동안 정밀초음파와 태아치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었는데 열무의 병명을 듣고 난 후 너무 허탈해 슬픔보다는 뇌정지를 먼저 맞이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었다.





애드워드 증후군은 태어나서 한두 달 사이에 아기들이 소풍을 떠나기에 인터넷에 자료도 별로 없었다.

많은 날들을 울면서 지내서인지, 희망이 없어져서인지, 답답했던 질문에 답이 나와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었다. 열무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편과 난임병원에서 전원을 했던 산부인과에 가서 선생님의 자문을 받아보기로 했다. 당일 예약이 불가능한 곳이었지만 사정을 이야기하니 몇 시간 후로 예약을 잡아주셨고, 선생님을 만날 있었다.


"선생님. OOO산부인과 융모막 검사결과가 애드워드 증후군으로 나왔습니다. OOO산부인과 선생님께도 전화로 설명을 들었고, 인터넷에도 찾아봤지만 이 병명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듣기 위해서 왔습니다."


"OOO선생님께 설명 들으신 대로입니다. 이 정도 병이면 특별히 낳겠다고 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아픈 선택을 하셔야 하는 거고요. 그 선택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중대한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하........."


아기와 행복한 날들을 보내려던 꿈들이 끝끝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눈물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그리고 참으로 힘이 들었다. 아기가 듣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는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엄마를 용서할 수 있겠니...'





"벌써 14주 차인데 수술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수술은 예약을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요. 저희 병원은 수술해드리지 않습니다. OOO선생님이 따로 병원을 소개해 주시지 않던가요? 저희는 뱃속에서 심장이 멈춘 태아들만 수술을 해드립니다. 다른 곳으로 알아보셔야 할 것 같네요."


"OOO산부인과에서도 소개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살 수 없는 병인데, 그래도 수술이 안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다니던 병원에서도 수술이 안되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기가 뱃속에서 아픈 채로 심장이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무슨 법이 이래요."


"네. 법이 그래서 참... 많이 힘드시겠지만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얼어 죽을 놈의 개떡 같은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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