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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Apr 09. 2020

#16. 크루즈 객실도 명당자리가 있을까?

객실 선택! 실패하지 않는 법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집보다 배 안에서 잠을 더 잘 잔다. 특히 날씨가 살짝 안 좋아서 배가 미묘하게 기우뚱거리는 날은 평소보다 달콤한 꿀잠을 자곤 했다. 내가 지내던 크루 방은 배의 1층 선두 부분에 위치해있었는데 파도가 높은 날은 창문에 파도가 철썩철썩 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일어난 적도 많지만 다시 꿀잠에 빠져들곤 했다. 이러나저러나 바다 한가운데 나의 공간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었다. 


크루즈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도 바다 여행을 하는 동안 머무는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로열 캐리비안이 보유한 배 중에 13만 8천 톤 정도로 중간 사이즈 정도 되는 로열캐리비안의 마리너호 Mariner of the Seas의 경우 총 객실 수는 1674개이다. 23만 톤으로 가장 큰 오아시스 클래스는 자그마치 2775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많은 객실 중에 어떤 객실을 선택해야 할까? 아파트에도 명당자리가 있듯 크루즈도 마찬가지일까? 




먼저 객실의 종류를 가장 단순하게 나누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인테리어 룸 : 배 안쪽에 위치한 객실. 창문이 없다.

오션뷰 룸 : 동그랗게 난 창문을 통해 바다 뷰를 볼 수 있는 객실.

발코니 룸 : 프라이빗 발코니가 있는 객실

스위트 룸 : 침실과 리빙룸이 분리되어 있어 공간이 넓고 각종 어메니티와 혜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객실의 타입은 개인의 취향과 예산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건 무엇일까? 바로 객실의 위치이다. 3천 명 이상이 타는 배 정도라면 일단 매우 넓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좋겠다. 특히 보행이 힘드신 어르신과 함께 여행을 한다면 최대한 배의 중간(midship) 또는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의 객실을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만약 선두나 선미 쪽을 선택한다면 식사 등 장소 이동을 할 때마다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뱃멀미가 심하거나 민감한 경우에는 어떨까? 사실 배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좋은 날씨에는 배가 혹시 서있는 건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육지에 뿌리박은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진동이나 흔들림은 있게 마련이지만, 평균 정도로만 건강한 성인이라면 크루즈에 타서 멀미 때문에 고생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평소에 멀미에 민감해서 정 걱정이 된다면 객실을 고를 때 조금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먼저 고층보다는 저층에 있는 객실이 흔들림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 배의 앞쪽(Forward)은 흔들림이 많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간(Midship)이나 뒤쪽(Aft)에 위치한 방을 고르는 것을 권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tripsavvy.com



그러나 Lower deck 즉 저층 중에서도 2층에 위치한 객실 중 엔진룸과 가까이 자리한 객실에서는 약간의 진동이나 소음이 신경 쓰일 수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는 갤리 바로 밑에 있는 객실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침을 준비하며 무거운 트롤리를 끄는 소음 때문에 잠귀가 밝은 사람은 아침잠을 깰 수가 있으니 객실을 선택할 때는 아래 윗 층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데크 맵(Deck map)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데크 맵은 선사의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데, 객실 위치를 확인하는 용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팁이 있다면 바로 위층 맵도 함께 체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6층에 있는 객실을 예약한다면 7층도 객실층이기 때문에 특이사항이 없다. 그러나 로열캐리비안의 보이저 클래스를 예로 들어 10층에 있는 객실을 예약한다면 바로 위층인 11층의 선두에는 수영장이, 선미 쪽에는 뷔페가 있다는 것을 데크 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야외데크가 바로 위에 있고 수영장과 뷔페의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Upper deck(고층) 객실은 좀 더 비싼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생기는 소음의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 물론 층간 소음이 문젯거리가 될 정도로 크진 않지만, 소리에 민감한 승객의 경우 수영장을 세팅할 때 풀체어를 끄는 소리 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신경 쓰일 가능성이 있다. 



P&O 크루즈의 Deck plan 






승선 후 룸 업그레이드 또는 변경이 가능할까? 


막상 승선을 해서 보니 객실이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고, 발코니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또는 원하는 발코니 룸이나 스위트가 남아있지 않아 예약을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보딩 날 혹시라도 취소 또는 노쇼(No show)가 있거나 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룸이 있을까 하여 문의하는 손님들이 많다. 이런 손님들의 경우는 승선을 하자마자 요청을 하지만 실상 마지막 승객의 보딩이 끝나고 최종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선사 측에서는 어떠한 확답도 해줄 수 없다. 투숙객들이 서로 다른 일정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체크인 체크아웃을 하는 일반 호텔의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그래서 룸 변경 또는 업그레이드 요청의 경우 일단 손님의 정보를 적어두고 보류를 하는데 보딩이 끝날 시간쯤에는 이런저런 요청이 쌓이고 쌓여 누구에겐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누구에게는 하지 않기가 어려운 지경이 된다. 그래서 사실 크루즈의 호텔 부서에서는 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룸 업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해주지 않는 편이다. 일단은 룸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남는 룸이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모를 보안 관련 또는 시설적인 문제로 인해 그 룸을 이용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른 발코니 룸에서 소음이나 누수 같은 컴플레인이 발생해서 룸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에 빈 발코니 룸이 없으면 곤란하다. 


또한 일반 호텔과는 달리 크루즈는 모두가 같은 일정으로 타고 내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승객끼리 어울리고 친해지기가 쉽다. 특히 디너 테이블에서 만난 승객들은 급속도로 친해져서 온갖 이야기들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니 승선 후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손님이 있다는 말이 돌게 되면 다른 손님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느끼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고객 서비스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보니 분명히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러니 크루즈에서는 웬만해서는 업그레이드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크루즈를 타자마자 프런트 데스크 앞에서 긴 줄을 기다려 업그레이드 요청을 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보딩 날에 프런트 데스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객실 관련 요청, 그중에서도 업그레이드 문의가 대부분이다. 물론 비수기 또는 리포지셔닝 크루즈처럼 탑승객의 수가 평소보다 현저하게 적어서 객실의 여유가 매우 충분한 경우에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그럴 때는 시도해 볼 만하다. 


같은 맥락으로 같은 객실 타입 안에서 방을 바꾸는 것도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씩 단체로 온 가족 손님들 중에 서로 가까운 곳에 객실을 몰아서 얻기 위해 프런트 데스크에 와서 방 교체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여행사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방이 서로 떨어져 있다는 걸 몰랐거나, 객실을 직접 지정하지 않고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랜덤으로 배정받는 시스템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이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이미 배정이 된 다른 손님의 객실을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선사 입장에서도 매우 난처해진다. 


정리하자면 승선 전에 모든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객실을 선택하는 것이 크루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조금은 흔들리고 조금은 삐걱거리는 것 또한 호텔이나 일반 리조트와는 다른 크루즈만의 묘미라는 것! 




Written by H

@jayeo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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