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컴퍼스>시즌1을 끝내며
지구가 정말 아픈 것임에 틀림없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말은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던 말이지만 지금은 불쌍한 북극곰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도 전에 이미 환경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산성비 맞으면 대머리 된다”정도가 가장 무서운 말이었던 것 같은데 2020년의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집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뿐인가. 국내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자연재해들은 인간이 자연을 돌보며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매번 깨닫게 해 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조각들이 지금은 조심스러운 것이 되었고, 어쩌다가 일상을 탈출하는 꿈같은 휴가도 지금은 사진첩에나 있는 추억이 되어버린, 마음껏 축하하지 못하고 기념하지 못하는 지금. 크루즈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일터이고, 일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인 크루즈. 지금쯤이면 많은 이들을 싣고 청량한 알래스카와 아름다운 유럽과 푸른 캐리비안을 떠다녀야 할 크루즈선들이 예전처럼 다시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건 정말 언제일까? <더컴퍼스>에 글을 써오면서 우리는 크루즈에 대한 수많은 예찬을 해왔다. 실제로 그것들은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은 문득 조금 아픈 반문을 해본다. 친환경 크루즈(eco-friendly cruise), 지속 가능한 크루즈(Sustainable cruise), LNG배와 같은 키워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운항을 하는 크루즈선이라도 우리의 바다를, 바다의 생물들을, 우리가 거닐었던 수많은 이국적인 기항지들을 '산업'이라는 이름 하에 조금이라도 해하거나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올 인클루시브라는 명목으로 소비되는 수많은 음식과 서비스가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다행히도 크루즈 선사들은 다양한 환경 캠페인에 앞장서며 친환경적인 크루즈를 만들어가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선내 서비스에서도 플라스틱을 최소화하고 한 번 쓴 침대 리넨과 수건의 세탁을 필수가 아닌 요청으로 바꾸는 등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있으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 위로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것(Save the waves)에 대한 교육은 승객과 크루 모두에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새로 건조하는 배들은 태양광과 LNG 연료를 통한 크루즈 운항, 저탄소 배출을 목표로 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우리가 그리워하는 예전의 일상이 실은 정확히 어땠는지에 대해서 다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건 크루즈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침몰된 땅에서는 살 수 없는 것처럼, 빙하가 녹아가고 바다 생물들이 죽어가는 바다 위에서의 크루징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크루즈 산업은 지금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지구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픈 땅과 하늘과 바다를 외면하고 화려한 크루즈만을 예찬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환경과 함께 나아가는 크루즈의 모습을 계속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더컴퍼스 브런치 시즌1을 마칩니다.
새로운 모습의 시즌2를 준비해서 조금 더 선선한 9월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킴&홍 드림
Written by Hong
@jayeon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