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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Jun 22. 2022

[10주차 임신일기] 힘들지만 꽤 괜찮은 나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버티는 임신 생활

9주 차, 눈물의 입덧 그리고 초음파로 만난 꼬물이 젤리곰

10주 차, 입덧약 추가 한알 더, 총 3알로 찾아온 평화



6월 6일 월요일 (10주 1일)

현충일, 쉬는 월요일이다. 전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터라, 나도 남편도 답답해 이 날만큼은 잠깐 외출을 해보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운호수로 가서 내가 평소 가고 싶었던 빵집에 갔다. 나는 제과가 취미였는데, 내가 모시는 수많은 유튜브 스승님들 중 한 분의 이름을 걸고 하는 빵집에 찾아갔다. 임신 후 기운이 없어 취미를 한동안 놓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진열대에 화려하게 놓인 빵과 과자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사진 출처: https://www.samsungdigitalcity.com/1656

쉬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무척 많았다. 우리가 고른 빵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하늘이 맑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씨였다. 아직은 가벼운 겉옷을 입는 게 좋은 적당한 선선함. 

요즘 자주 고르는 음료인 레몬에이드는 아주 상큼했고 우리가 고른 빵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역시, 맛있는 것도 아는 만큼 느껴진다고, 명장의 빵집 치고 빵이 별로라는 리뷰가 꽤나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엄청 특별하게 느껴졌다. 입덧 중임에도 거북할 것 하나 없는 깔끔한 맛, 체인점과는 확연히 다른 퀄리티의 풍미 가득 크림.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또 먹고 싶다.

외출 한계치를 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빵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행복한 10주의 출발이 되었다. 이번 주에는 입덧이 좀 덜해질까?


6월 8일 수요일 (10주 3일)

오후 컨디션이 부쩍 안 좋다. 자기 전 입덧약 2알로 버텨왔는데, 이 날 처음으로 오전 11시쯤 한 알을 더 먹었다. 4~5시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상태가 확 나빠져서, 입덧약은 복용 후 4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기에 대충 시간을 계산해서 한 알을 추가로 먹어봤다. 생각보다 효과는 좋았다. 메스꺼운 속이 조금 진정되었고, 조금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었다. 

남편 퇴근시간 즈음이 되니, 라면 생각이 났다. 열라면에 청양고추 썰어 넣은 칼칼한 라면이 먹고 싶어 져서 남편에게 오는 길에 라면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오는 남편의 대답은 '오늘 야근'이었다.. 공복을 더 유지하면 상태가 나빠질 것 같아서 배달 어플을 열심히 뒤져 분식을 주문했다. 매운 음식이 땡겼던지라, 매운 떡볶이를 시켜봤는데 웬걸, 너무너무 매웠다. 나는 칼칼하고 얼큰한 매운맛을 원했는데 이건 캡사이신의 자극적인 매운맛이었다.. 이건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닌데..

오늘도 내가 남긴 음식은 느지막이 퇴근한 남편이 다 먹었다. 남편은 내 덕에 벌크업하는 중이다.


6월 10일 금요일 (10주 5일)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우리 집으로 놀러 오기로 한 날이다. 외출이 어려운 나를 위해 내가 집에 도착하는 4시에 맞춰 친구들이 집으로 와주기로 했다. 친구들보다 10분 정도 일찍 집에 도착해서, 그래도 손님이 오는데, 내가 살림에 손을 놓아버려 너무 어질러진 것 같은 집을 잽싸게 정리했다. 남편이 나 대신 집안 살림을 신경 쓰고 있긴 하지만, 역시 내 눈에는 흠이 보이나 보다. "이걸 여기다 놨단 말이야?" "이걸 이렇게 해놨다고?" "이게 치운 거야?"라는 말은, 바깥일과 집안일 모두 고생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차곡차곡 접어서 혼자 삼키기로 했다.

"오늘 우리 식사는 배달로 할 거고, 아무것도 사 오지 마"라고 친구들에게 당부했는데, 친구들은 써니를 닮은 듯한 해바라기 꽃다발과 선물을 바리바리 사들고 왔다.

써니를 생각하며 해바라기를 고른 친구들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너무 앙증맞아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손수 뜬 아기 신발과, 만삭까지 운전할 나를 위한 임산부 안전벨트 보조기구, 임산부용 로션, 그리고 내가 가장 자주 먹는 레몬 사탕, 그리고 손편지까지. 친구들의 사랑이 가득 담긴 선물들이었다. 

우리 집에 여러 번 와봐서인지 내가 갖다 주지 않아도 그릇과 수저를 착착 세팅해서 놓아주는 친구들, 우리 써니 초음파 영상이 너무 귀여워서 '제 조카예요~'하고 자랑도 한다는 이모들, 항상 내 걱정을 먼저 해주는 사랑둥이 친구들이 있어서, 인생 참 잘살았다 싶다.

파라과이와의 축구 평가전이 있던 날, 전반전까지 같이 보고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번에는 바깥에서, 날씨 좋을 때 여행을 떠나도 좋고, 체력을 회복해서 또 만나자! 

뜨개질이 취미인 이모는 아가 신발을 손수 만들어줬다. 너무 귀엽잖아..ㅠㅠ

후반전 연장시간에 기막힌 동점골과 함께 축구경기는 끝나고, 남편도 집으로 돌아왔다. 

각자 좋았던 저녁식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번 주도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한 주였다고. 수고한 서로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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