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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Jun 27. 2022

[11주차 임신일기] 허리가 찌릿, 환도 선다?

앉았다 일어서는 순간 찌릿한 통증, 이게 바로 환도 선다는 건가?

10주 차, 입덧약 3알로 조금 나아졌다.

11주 차, 엉치뼈와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6월 13일 월요일 (11주 1일)

나는 평소에도 생리할 때 허리 통증을 동반한 생리통이 꽤 심한 편이었다. 생리를 시작하면 그 순간 바로 약을 먹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했고, 조금이라도 약 먹는 시간이 늦어지면 쥐어짜는 듯한 아랫배를 움켜쥐고 약기운이 올라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생리할 때의 고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배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은 대부분 진통제로 해결이 됐었다. 하루 최대 복용 허용치까지 먹을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 건 허리 통증이었다. 허리 통증에 대한 기전은 잘 모르지만, 대충 자궁이 척추 쪽을 압박하면서 생기는 통증이라고만 알고 있다.

한참을 의자에 앉아 근무를 하고 있었다. 애플 워치에서 한 시간마다 "일어날 시간이에요!"라고 알려주지만, 거의 귀찮아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엔 화장실에도 자주 가지 않던 나는 임신 후 부쩍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었는데, 자리에서 일어서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엉치뼈 부분이 찌릿하며 중심을 잃을 뻔했다.

'어라 이게 뭐지?' 꼬리뼈 바로 윗부분에 튀어나온 뼈, 엉치뼈, 여기.. 왜 아프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통증에 엉덩이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는 잽싸게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임산부의 엉치뼈 통증, 또는 '환도 선다'라고 하는 통증은 대부분 임신 중기~말기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데, 나는 왜 11주부터 이러는 것일까?


출처: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표준경혈

'환도 선다'라는 표현의 '환도'는 옆 엉덩이를 만졌을 때 움푹 패이는 곳을 말하는데, 이 부분이 쫘악 당기는 느낌이 들 때 '환도가 선다'라고 말한다.

'좌골신경통' 같기도 하고 '이상근증후군' 같기도 한 이 통증은 중~후기 임산부에게 흔한 증상이다. 병원에 가도 딱히 해결 방법은 없다.

나는 정확히 '환도' 부분이 아프진 않았고, 엉치뼈가 아팠는데, 찌릿했던 통증 이후로도 계속 골반이 어긋난 듯한 느낌과 함께 엉치뼈와 환도를 아우르는 아래쪽 허리 부분에 통증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증상을 느꼈던 지인에게 물어보니, 평소 생리통으로 허리 통증을 심하게 느꼈었다고...


오늘도 남편은 늦는다. 지난주부터 먹고 싶었던 열라면을 끓여봤는데, 몇 젓가락 먹지 못하고 너무 많이 남겼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회식 자리에 참석한 남편은 1차가 끝나자마자 집에 왔고, 오는 길에 부탁한 빵은 내가 먹고 싶던 빵이 아니었다. 그래도 라면을 다 남겨서 인지 두 봉다리를 해치웠다. 다음에는 부드러운 밤식빵 사다 줘 남편...


6월 14일 화요일 (11주 2일)

어제 엉치뼈 통증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오늘은 하루 종일 앉아있어야 하는 날이었다. 풀타임 워크샵이 있는 날인 데다가, 외부 업체를 상대하는 일이라 한 시도 집중을 놓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리고 가장 슬픈 건 3시에 퇴근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자리에 돌아오니 4시 반이 넘었다. 퇴근 준비를 마치고, 정규 퇴근시간인 5시보다 10분이라도 일찍 나가기 위해 서둘렀다. 집으로 가는 길, 운전하는 내내 엉치뼈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골반이 뒤틀린 느낌, 어떤 자세를 해도 어긋난 느낌.

이 스트레칭을 해주면 좀 낫다.

남편과 같이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집에 도착할 것 같아 밥을 해놓으려고 했는데, 밥 짓는 냄새를 맡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렸다. 그 전엔 갓 지은 밥 냄새가 너무 구수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린다. 결국 남편에게 즉석밥을 사 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밤식빵도.

내가 원해서 사온 즉석밥이었는데 나는 고작 두 숟갈을 먹었다. 오늘도 남편은 내 덕에 벌크업한다. 그리고 먹고 싶었던 밤식빵이 다 팔려서 고구마식빵을 사다 줬다. 이것도 꽤 맛이 괜찮았다. 그래도 밤식빵이 먹고 싶어..


6월 15일 수요일 (11주 3일)

아침 일찍 남편은 출장을 떠났다. 오늘부터를 시작으로, 6월 내내 주중엔 나 혼자 있어야 한다. 출장이 워낙 많은지라, 작년엔 심지어 결혼식이라는 엄청난 이벤트가 있었음에도 남편은 출장 일수 100일을 넘게 찍었다. 임신 전에는 결혼하고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나름 괜찮았다. 혼자 먹어야 하는 저녁 식사는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과의 술자리로 대체했었다. 그러나 체력과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는 지금은 혼자가 버겁다.


아침에 출근하면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사 먹는다. 샌드위치와 주먹밥을 파는데, 오늘은 주먹밥이 일찍 떨어져서 오늘의 샌드위치를 골랐다. 맥머핀이랑 비슷한 샌드위치였다. 근무하는 층의 라운지에서 아침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담당 수석님이 지나가시면서 나랑 눈이 마주쳤다. "이런 걸 먹으면 어떡해! 뿅뿅선임, 밥을 먹어! 회사에서 아침밥 주잖아!", 아침밥 먹으려면 7시 30분 이전에 출근해야 하는데요... 그렇지만 나는 회사분들의 이런 사소한 챙김(?)이 아직은 좋다. 초남초 회사에서 느낄 수 있는 가끔 따뜻한 마음들이랄까...

임신하고 햄버거가 좋아졌단 말이에요...

오늘 퇴근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는 엄마가 우리 집으로 오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장을 떠나기도 했고, 엄마에게 저녁밥이라도 부탁할 생각으로 집에 한 번 와달라고 했는데, 엄마는 너희 집 꼴이 상상이 된다며 오만가지 청소용품을 싸들고 집으로 왔다. 내가 퇴근하기 한참 전부터 도착해서 얼마나 청소를 했는지, 가져온 세제 한 통을 다 썼다고 했다. 엄마와 분리수거하러 나가면서, 쓰레기 쟁여놓지 좀 말고, 산책도 좀 하고, 그러면서 자주자주 좀 내놓고. 역시 엄마와 잔소리는 뗄레야 뗄 수 없다.

저녁식사로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다. 엄마는 그냥 너희 집 냉장고 좀 비워보자며 있는 반찬을 꺼내 먹자고 했고, 나는 딱히 먹고 싶지 않아 스팸 작은 캔 하나를 구워달라고 했다. 예전에는 햄, 소시지 이런 거 정말 안 좋아했었는데, 그래서 부대찌개도 별로 안 좋아하던 나인데... 즉석밥 절반과 스팸 작은 한통으로 나의 저녁식사는 끝.


우리 엄마는 나를 28살에 가져서 29살에 낳았다. 엄마의 입덧 증상은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나와 꽤 비슷했다. 엄마는 28살에 직장을 다니며 나를 뱃속에 품었고, 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뒀다. 엄마도 초기에 너무 힘들어 매일 직장 양호실에서 누워 쉬었다고 했다. 28살의 엄마도 워킹맘으로서 힘들었겠구나. 30살의 내가 28살의 엄마를 떠올리며, 아직 30살의 나도 이렇게 어리고 미성숙한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날이다.

엄마는 저녁을 같이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보통은 내가 차로 데려다 주지만, 엄마는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엄마가 떠나고, 모처럼 편안한 저녁이다.


6월 18일 토요일 (11주 6일)

오늘은 아빠의 생일이다. 부모님 생신엔 우리가 항상 식사를 대접하곤 했는데, 나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엄마가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식사비용을 아끼는 대신, 상품권 선물을 따로 준비하고, 케익도 미리 주문했다. 케익을 주문하면서 초가 몇 개여야 하는지 세는데, 세월이 참. 59세의 초가 필요했다. 초는 총 14개. 다 꽂기도 어렵겠다.

케이크에서 촛농 맛이 나지 않을까?

요 며칠 입맛이 없어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은 적이 없었다. 아빠의 생신상은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한 엄마의 요리들로 푸짐했다. 간만에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과일과 케익까지. 내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생각났다. 주인공인 유미가 고향집에 가서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평소에 좋아했던 꽈배기도 또 먹고.. 이성세포가 '이러다가 배가 터질 것 같은데...'라고 걱정하는데, 준비성이 철저한 위장세포는 이미 위의 파티션을 식사, 디저트로 나눠두었다. 역시 친정집에 올 때는 위의 파티션을 잘 나눠둬야 한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헤이 이성쓰~ 돈 워리맨, 혹쉬 몰라서 디저트 공간도 둘로 나눠놨쥐~"

아빠의 생신을 더 근사하게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손주랑 행복한 생신이 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역시 친정집이 제일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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