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smos Sep 03. 2022

[20주 임신일기] 반환점을 돌다.

40주까지의 긴 여정, 절반이 지났다.

19주 눕눕은 놉놉! 임신부도 운동이 중요하다.

20주 멀게만 느껴졌던 임신기간의 반환점을 돌았다.


40주, 280일, 그리고 그 절반

20주가 지났다. 아기와 함께한지도 다섯 달이 넘었다. 임신 초기에는 격하게 변화하는 몸상태에 시간이 더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임신이라는 게 힘들다는 건 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이야. 호르몬도 날뛰면서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왔다 갔다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 삶의 질은 나빠졌다는 생각에 불행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왜 이 고통은 나만 겪어야 해! 둘이 만들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절반이 지났다. '아직도 반이나 남았어..' 보다는 '벌써 절반이나 왔네!'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20주가 기대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지금도 불쑥 나온 배를 보며 이것보다 더, 더 더 많이 나오면 도대체 어떻게 걸어 다닐까? 지금도 똑바로 누우면 불편하고 장기가 눌리는 느낌이 드는데 앞으론 얼마나 더 잘 때 불편할까? 진통과 출산은? 그리고 출산, 육아휴직은? 업무 마무리는 또 언제 하지?

하루하루가 처음이고, 매일 퀘스트를 깨는 기분인 임신 기간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인내해야 하는 기간이다. 마치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이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인내해야 해'라고 미리 배우는 기간이랄까. 내가 좋아했던 술을 끊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노는 걸 포기하고, 맛있는 회와 날음식을 참고 있지만 부모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이제 절반밖에 안 남았다!

내 생에 첫 임신 출산 육아책


태동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입덧이 조금 진정되고 나니 허리, 골반 통증 등의 근골격계 이상과 속 쓰림, 변비 등의 소화계통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내 몸이 변하는 것을 경험하다가, 20주 즈음되면 내 몸 말고 다른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바로 아기의 움직임이다.

태동이 느껴지기 전까지는 아기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곤 했다. 특히 일을 하거나 무언가에 집중해있을 때는 더 그러했다. 그런데 태동이 시작되고 나서는 문득 아기가 움직일 때마다 아기의 존재를 느낀다. 이젠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보지 않아도, 아기가 잘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동은 장이 움직일 때의 느낌과 가장 유사하다. 장이 움직일 때 꿀렁~ 하는 느낌과 아주 유사한데, 장이 움직일 땐 뱃속, 그리고 옆구리 쪽이 더 많이 움직이는 느낌이지만 태동은 배꼽 근처, 자궁 쪽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리고 더 피부에 가까운 느낌이다. 처음엔 뱃속에서 뽀글뽀글 물방울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태동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는 물방울 같은 건 느끼지 못했고, 18주쯤 되어 배꼽 밑 뱃속에서 작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점점 그 움직임이 강해져 물고기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 때 손을 올리고 있으면 아기의 손일지 발일지 무언가가 내 손바닥을 쓰윽~ 훑고 지나가는 느낌을 느낀 적도 있다. 

남편도 이제 내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있으면 태동을 느낀다. 가끔은 크게 꿀렁일 때도 있는데, 남편과 동시에 움직임을 느낄 때면 정말 써니와 한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빠도 느낄 수는 있지만, 태동은 정말 엄마가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하며 느낄 수 있는 특권 같다. 식사를 하고 나면, 달달한 음료를 마시고 나면, 열심히 움직이는 아기. 그리고 새벽에 잠에서 깨면 엄마는 자고 있었는데 혼자 신나게 놀고 있던 아기. 너도 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구나. 언젠가는 이때가 그리워질 것 같다.

출처: 인스타 @dorandori40


변비를 극복한 방법

16주 이후 병원에서 철분제 섭취를 권유받고 꾸준히 철분을 먹어왔다. 철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임신부의 천적 변비. 나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중고등학교 때,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있으며 변비를 겪어본 적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수준의 변비다. 며칠 동안 변을 보지 못하고, 아기 때문에 가뜩이나 빵빵해진 배가 더 빵빵해서 터질 것 같은 느낌에, 급똥(!) 신호처럼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에 가도 아무 소식이 없다. 배를 쥐어짜는 느낌에 한참 힘을 줘봐도 그는 소식이 없다. 내 배만 아프고,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 치질에 걸릴 것 같은 고통만 느껴질 뿐.

몇 주를 고생하며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한 끝에 나름대로 변비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 이는 임신으로 인한 변비가 아니더라도 변비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남겨본다.


1. 유산균 정말로 잘 챙겨 먹기

나는 임신 전부터 유산균을 챙겨 먹기는 했다. 용법대로 잘 챙겨 먹은 건 아니고 어쩌다 생각날 때마다... 종근당 락토핏이 먹기도 간편하고 맛도 괜찮아서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이후로 한 통을 거의 다 먹었다. 락토핏은 복용 방법이 하루에 3번이다. (나는 하루에 3번 챙겨 먹어본 적이 없었지...) 그래서 정말 하루에 3번 챙겨 먹어보기로 했다. 회사에 유산균을 챙겨가서 출근하자마자 한포, 점심 먹고 한포, 집에 돌아와서 저녁 먹고나 자기 전에 한포. 점점 변비가 나아진 건 유산균 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걸 먹고 있어요! 


2. 푸룬주스 마시기

의사 선생님께서 푸룬주스를 먹어볼 것을 제안하신 이후로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푸룬주스 두 가지를 먹어봤다. 처음에는 유산균이 같이 들어있는 푸룬주스를 먼저 구매했었는데, 용량이 적어서인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푸룬주스로 인한 효과는 크게 보지 못했었다. 근데 물건을 찾았다! 바로 테일러 푸룬주스! 하루에 200ml 정도 씩 먹어주면, 그날은 반드시 화장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날이어야만 한다. 꽤 단 편이기 때문에 공복에 먹는 게 좋다지만 속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나는 회사에 출근해 아침식사를 하고 텀블러에 싸간 200ml의 푸룬주스를 원샷으로 들이킨다. 별로 맛은 없다. 한약을 먹는다는 느낌으로 꿀떡꿀떡 삼켜야 한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대장이 일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나는 마신 지 3일 정도 된 날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크게 효과가 직빵이었던 아이템이다.

거의 다 먹어가는 푸룬주스. 고맙다...


3. 과일 껍질째 먹기

여름이라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가 제철이다. 천도복숭아, 백도, 자두 등등의 제철 과일을 가능한 껍질째 먹어보자. 껍질이 너무 뻣뻣한 백도는 먹기 어려울 수 있지만 천도복숭아나 자두는 껍질째 먹기 좋다. 이 방법이 변비에 효과가 있다는 걸 느낀 이후로는 난 사과도 껍질째 먹는다.


4. 걷기

내 하루 일과에는 걷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회사로 간다. 회사 주차장에다 주차하면 몇 걸음 안 가서 내가 근무하는 건물이 있다.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근무하는 층에 가서 거의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있는다. 퇴근은 또 그 반대로. 다 합쳐도 1000보가 될까?

위에 설명한 대로 먹는 것에 조금 신경을 썼는데도 잘 해결이 안 된다면, 밖으로 나가서 걸어보자. 걷기 시작한 것은 사실 변비 때문은 아니고, 내 심폐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숨이 금방 차는걸 조금 극복해보고자 시작했는데, 걷고 나니 여러 순기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밥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쓰린 증상도 걷고 나면 많이 완화되고, 한 30분 이상 걷다가 집에 들어오면 항상 화장실에 간다. 장도 내가 움직여야 움직이나 보다. 


면역력과 사마귀

내가 오랜 시간 간직하던 신체의 비밀(?) 중 하나는 내 발에 족저사마귀가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티눈이었는데, 거슬려서 건드리기 시작하다 보니 사마귀가 되었고, 점점 크기가 커졌다. 올해 들어 크기가 너무 커져서 걸을 때 통증까지 동반하고는 했는데, 임신 계획이 있던 나는 시간이 조금 많이 필요한 사마귀 치료를 쉽게 시작할 수 없었다.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 질환인데, 면역력이 좋을 땐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안 걸리기도 하고, 면역력이 좋지 않을 땐 있던 바이러스가 주변 조직에 마구 퍼지기도 한다. 임신은 면역력 저하를 동반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되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찾아보면 임신 이후 더 사마귀가 퍼졌거나, 심각해졌다는 사람들의 투병일기(?)를 종종 보곤 했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에게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출산 이후 외과적 수술로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지겹게 나를 괴롭히던 사마귀가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낫기 시작한 건 아마도 16주 이후 병원에서 구입한 영양제들을 본격적으로 꾸준히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였던 것 같다. 면역력이 좋아지고, 영양제를 잘 챙겨 먹었더니 자연 치유되었다는 사람도 몇 보았는데, 그 케이스가 내가 된 것이다. 병원에서 산 2달치, 무려 20만원(!)의 영양제 값이 안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현대인은 섭취해야 할 음식 피라미드 꼭대기에 영양제가 있다더니, 나의 깔끔해진 발바닥과 사라진 사마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절대 다신 찾아오지 마!

저리.. 썩 꺼져라!


작가의 이전글 [19주 임신일기] 눕눕? 놉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