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만에 만나는 아기, 정밀초음파로 자세히 볼 시간
20주, 멀게만 느껴졌던 임신기간의 반환점을 돌았다.
21주, 2차 정밀초음파, 그리고 날아온 직장 건강검진 결과서
직장 건강검진 결과, 간 기능 이상 의심
지난 7월 18일경, 그러니까 임신 15주쯤 했던 직장 건강검진 결과지가 나왔다. 지역 병원에서 회사로 출장을 와 사내에서 건강검진을 했었는데, 임신부는 해당 연도 건강검진을 패스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나는 흉부 X선 검사 말고는 검사받아봐서 나쁠 건 없지 라는 생각으로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다. 의사 문진 때, 임신 중이라 결과가 좀 이상하게 나올 수도 있어요, 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결과가 좀 더 이상했다. 간 기능 이상 의심. 간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혈액검사를 한 항목 중 간장질환 관련 세 가지 수치를 확인했는데, AST(SGOT), ALT(SGPT), 감마지티피(γGPT) 중 ALT 값이 정상 범위를 초과했다. 나는 술을 먹은 것도 아니고, 엄청 피곤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마음이 좀 불안해졌다.
AST와 ALT는 간에 존재하는 효소로, 평소에도 혈액 내에 존재하긴 하지만 간세포가 파괴되면 혈액으로 흘러나와 혈중 농도가 높게 검출될 수 있다. AST는 심장, 콩팥, 뇌, 근육 등에도 존재해 격한 활동 시 수치가 높게 검출될 수 있지만 ALT는 주로 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간에 이상이 있는지 더 직접적으로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는 2차 정밀초음파
오전에는 반차, 오후는 태아검진휴가를 사용하여 하루를 쉬기로 했다. 오전에는 세차장에 가서 남편과 세차를 하고, 오후엔 시청에 들러 갱신 신청한 여권을 수령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남아 카페에 들러 오늘도 잘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스 초코라떼 한 잔을 마셨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역시 초코우유를 마시고 나니 아기가 신나서 더 잘 움직이는 느낌이다.
임신 20~22주에 시행하는 정밀 초음파는 아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탯줄과 태반까지 아이에게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가장 중요한 기관들인 뇌, 심장, 위, 방광 등이 제대로 발달했는지, 사지가 다 붙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손가락 발가락이 10개씩 다 있는지도 이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주요 장기에 혈관들이 잘 연결되어 있는지도 확인하고, 주요 뼈 개수와 태반의 이상 유무, 그리고 구순구개열이 있는지, 귀가 잘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모든 산전 검사가 그러하지만, 아기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기형을 발견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산전 검사에서는 정상이었더라도 출생 이후 기형이 발견될 수 있다.
드물게 초음파의 유해성에 대해서 걱정하는 산모들이 있다. 나도 가끔 맘카페에서 같은 주수의 산모들이 올리는 글들을 읽어보곤 하는데, 미국에서는~ 호주에서는~ 초음파를 출산까지 딱 두 번밖에 안 본다더라~ 우리나라가 제일 자주 본다더라~ 초음파 보는 게 아기 귀에다 대고 소리 지르는 건데 좋겠냐~ 열이 발생해서 아기에게 위험하다~ 이런 낭설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초음파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아기에게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초음파로 얻는 이득이 혹시나라도 발생할 수 있을(그렇다고 일부가 주장하는...) 위해에 대한 것보다 상회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초음파 검사를 수 회 하고 태어난 아기들에게 모두 초음파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외국의 사례와 초음파 횟수가 차이 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료 환경과 수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고, 모든 초음파는 의학적 판단 하에 필요한 수준만큼만 본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정밀 초음파는 확인할 것이 많기 때문에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15~20분, 그 이상 보는 경우도 있는데, 나의 경우에도 20분 이상 소요되었다. 왜 이렇게 오래 보는 거냐, 어차피 태어나면 알게 될 것을 굳이 미리 알아서 무엇하느냐 초음파 안 좋다!! 라며 불안감을 조장하는 경우도 일부에게서 보았는데, 아기에게 중대한 기형이 발견되면 분만 병원을 변경해야 하거나, 타과 협진 등이 사전에 조율되어야 하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미리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제발 의학적이지 않은 개인의 의견을 그럴싸하게 정설인 것처럼 주장해 산모들에게 불안함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음파실에서 정밀초음파를 끝내고, 주치의 선생님을 만날 시간. 직장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여주며 걱정되었던 간수치에 대해 물었다. 먹고 있는 영양제 종류에 대해 물으셨고, 철분 빼고는 중단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4주 뒤에 예정되어 있는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 채혈할 때 간수치 검사까지 같이 해보고, 수치가 떨어졌는지 확인해보자고 하셨다. 그때도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내과 진료를 연결시켜 주시겠다고. 먹고 있던 영양제는 철분+비타민, 오메가3, 비타민D, 유산균이었는데, 철분+비타민과 변비가 걱정되어 유산균까지는 먹기로 했다. 비타민D를 끊는 것이 마음이 불안하긴 했지만, 내 간수치가 나아지면 다시 먹으면 될 테니까. 내과 진료를 받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좋겠다.
모든 진료를 끝내고 나서, 수납을 하려고 대기하며 뽑아주신 초음파 사진을 남편과 보는데 구순구개열 확인을 위해 코와 입을 찍은 초음파 사진이 눈에 띄었다. 앙 다문 입과 귀여운 코, 그리고 뽕뽕 보이는 두 개의 콧구멍. 너무 귀엽다.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갑자기 우리 아기는 누구의 코를 닮았을까 확인하기 시작했다. 첫째 딸은 아빠 닮는 게 국룰이라는데, 역시나 코가 아빠를 닮았다. 거울을 보며 '음~ 내 코 모양이랑은 달라'라고 체념하고는, 남편에게 고개를 들어보라고 하며 코를 봤는데, 빵 터졌다. 어쩜 이렇게 모양이 똑같을 수 있지? 생각해보면, 내 주변 장녀들은 다 아빠를 닮았다고 했다. 물론 나도 그러하다. 어렸을 때 우리 아빠를 처음 보는 사람도 '어머~ 뿅뿅이 아버님이시죠'라고 바로 물어보곤 했다고.
다음 산부인과 검진은 4주 뒤다. 많은 산모들이 두려워한다는 그 공포의 임신성 당뇨 검사가 예정되어 있다. 임신성 당뇨는 산모들이 '임당'이라고도 많이 부르는데, 이 공포의 임당 검사는 극한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괴상한(?) 맛의 시약을 꼴딱 마시고, 정확히 1시간 뒤에 채혈을 해 혈당을 재는 검사이다. 시약을 받아왔는데, 벌써부터 이 시약의 맛이 어떠할지 두렵다. 두근두근, 무사히 임당 검사도 통과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