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배란, 임신 내 몸속에선 어떤 변화들이 있는 걸까?
계획 임신은 열심히 배우고 알아가는 것부터! 내 몸에 대해 공부해보자.
월경과 배란, 그리고 임신. 여자의 몸속에선 어떠한 변화들이 있을까?
임신테스트기와 얼리 임신테스트기, 그리고 배란테스트기는 어떤 원리일까?
고등학교 때, 생명과학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생명공학자를 꿈꾸며 생물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그때 당시 바이오 열풍이 불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는 생명공학 계열이 가장 경쟁률도 높고 입결도 높아서, 그냥저냥한 실력이었던 나는 생명공학과를 지원하려면 대학교를 하향 지원해야 하는 슬픈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그때 당시 비인기과였던 컴퓨터공학과, 물리학과만 골라 지원했다. (물리학과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원했는지 모르겠다. 대학에 붙고 싶은 간절함이었을까...)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해 대학을 졸업했으나, 전공 공부는 재밌었지만 졸업해서 해야 하는 일들은 너무 싫어서 방황을 많이 했었다. 졸업 후 한참이 지나 인공지능 붐이 부는 요즘, 나에게 내 전공이 엄청 핫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역시 내 예상대로 되는 일은 없고, "한 치 앞도 모르는 내 인생~" 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생물을 진지하게 열심히 공부했던 내가 생물 전공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생물 선생님께서 꽤나 서운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나도 좀 궁금하다. 대학교 1학년 때 전공선택으로 일반생물학1 수업을 정말이지 행복하게 수강하고 A+를 받았던 나는, 전산 업무를 하던 시절 밤샘 작업을 하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던 나는, 이제는 출신 대학의 한 두 계단 차이가 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하게 된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년에 아이를 출산하려던 계획이 조금 변경되어, 가능한 빠르게 임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계획 변경에는 여러 개인적인 사유들이 있었지만 아이가 우리에게 한 번에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내 인생이지만 할 수 있는 한 준비는 철저하게. 한때 열심히 공부하던 감을 살려,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임신 시 내 몸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살펴보았다.
여성의 월경 주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위키피디아에 Menstrual Cycle을 검색하면 위의 그래프를 볼 수 있다. 평균 월경 주기는 28일로 앞 14일을 여포기(Follicular phase), 뒤 14일을 황체기(Luteal phase)로 구분한다. 여포(Follicle)는 난소여포, 난포와 같은 말로, 미성숙한 난자를 품고 있는 주머니이다. 주머니 속의 난자(Ovum)가 성숙해서 여포를 탈출하는 사건을 배란(Ovulation)이라고 하고, 난자를 떠나보낸 여포가 누렇게 변해가 황체(Corpus Luteum)가 되고, 이후엔 까맣게 흑체가 되어 결국은 하얗게 불태운(?) 백체가 돼 사라진다. 여포의 일생에서 난자를 성숙시켜 배란이 일어나도록 하는 기간까지를 여포기라고 하고, 배란 이후 황체가 되어 임신을 준비하도록 자궁벽을 두껍게 만드는 기간을 황체기라고 한다.
여포기에는 뇌하수체에서 FSH(여포자극호르몬, Follicle Stimulating Hormone)와 LH(황체형성호르몬, Luteinizing Hormone)를 분비해 여포를 성숙시킨다. 여러 개의 여포 중 자연의 선택을 받은 단 하나의 여포가 난자를 내보낼 준비를 마친 순간 뇌에서 LH 분비량을 확 늘리고, 이때 배란이 된다. 위의 그래프에서 핑크색 선인 LH가 피크를 찍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실제로도 LH Peak라고 부르며, 이 시기에는 LH가 혈액 내에 고농도로 있어 소변에까지 검출되기 때문에 LH를 검출해내는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여 배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여성의 질 분비물이 날계란을 깨뜨렸을 때의 흰자처럼 투명하고 점도 있는 형태로 바뀌는데, 이런 질 분비물이 관찰된다면 배란일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렇다면 배란테스트기('배테기'라고도 한다.)를 사용해서 오늘이 배란일임을 알아내는 즉시 부부관계를 가지면 임신 확률이 늘어날까? 내가 아주 좋아하는 채널인 '우리 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에서는 배란일 일주일 전부터, 배란이 될 때까지를 임신 확률이 높은 가임기로 본다고 한다. 배란테스트기를 활용하여 내 배란일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자는 자궁 내에서 3~5일간 살아있고, 그에 비해 난자는 배란 후 12~24시간만 생존하므로, 배란일 이전을 임신 확률을 높이는 데 더 중요한 기간으로 본다. 또한 배란테스트기는 LH를 검출하는데, 지나치게 월경이 불규칙적이라면 그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고,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경우는 LH가 항상 높기 때문에 365일 양성일 수 있다. 내 몸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여포가 난자를 내보내고 황체가 되는 황체기가 되면, 황체는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해 자궁벽을 두껍게 만든다. 그리고 여성의 기초체온도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황체가 기대하는 대로 수정이 되지 않으면, 황체는 역할을 다하고 흑체, 백체가 되어 사라지며 두꺼웠던 자궁벽은 무너져 내리고 혈액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것이 월경이다.
반대로 배란 이후 수정에 성공하면 자궁벽이 계속 두껍게 유지되어야 임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황체가 퇴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때 황체가 퇴화하는 것을 막는 호르몬이 수정란에서 마구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이 호르몬이 바로 임신테스트기('임테기')에서 검출하는 hCG(사람융모생식샘자극호르몬, 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이다. 수정 후 약 6일 이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점점 혈액 내 hCG 농도가 높아져 14일 정도 지나면 소변에서도 검출되는데, 초기에는 그 양이 적으니 적은 농도에도 양성으로 판단하는 얼리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여 임신을 미리 알 수 있다. 얼리 임신테스트기와 일반 임신테스트기 사용을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 다음 월경 예정일 전, 후로 나누는데, 월경 예정일 즈음됐는데 임신 여부를 빨리 알고 싶다면 얼리 임테기, 월경 예정일이 지나 월경을 하지 않아 임신인가? 싶을 때는 일반 임테기를 사용하면 된다.
나는 월경 주기가 규칙적이고, 배란기에 날계란의 흰자처럼 점도가 높은 투명한 분비물이 잘 확인되는 편으로, 배테기는 굳이 구매하지 않고, 얼리 임테기와 일반 임테기를 구입했다.
몇 안 남은 월경 용품들을 보면서, 습관적으로 탐폰 쟁여둘 생각을 했다. 지난 월경 때 월경통에 괴로워하며 이번 월경이 과연 마지막일까?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설레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는데, 임신 확인과 함께 바로 시작될 입덧이 너무나도 두려우면서도 아기는 기다려지는 이런 느낌은 무엇일까.
큰 결심한 우리 부부를 내 또래들은 신기해하지만 막상 나 자신은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든다.
두근두근. 나의 월경 예정일이 일주일 가량 남았다. 과연 아기천사는 우리에게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