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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ween time Oct 15. 2019

외국인의 무례에 대처하는 법

알아가고 있습니다.

회사생활만 벗어나면 내가 다시 또라이를 만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꽤나 큰 착각이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계속될 예정이다. (안 그럼 내가 그 또라이-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례한 외국인을 또라이라고 부르기까지 꽤나 다양한 외국인 피플들을 만났었는데, 그중에 단연 1등은 Are you Japanese? (당신, 일본 사람입니까?)이다. Where are you from? (당신, 어디 나라 출신입니까?)라는 매우 포괄적이고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을 두고 왜 다짜고짜 일본인이냐고 물어보는 걸까. 나를 언제 어디서 봤다고. 이런 무례에 대해서 나는 정말이지 눈에서 불이 나가는 기분이다. 가뜩이나 요즘 한일관계도 별로 안 좋은데(국제 정세도 모르는 무지한 놈들..이라고 욕한다.)


나도 백인은 다 미국 사람 같고 히스패닉은 다 멕시코 사람 같고 뭐다 그래 라고 받아치고 싶지만, 부들부들 그렇게 말해봤자 너와 똑같은 수준이 될 뿐이야 라고 위로 아닌 위로로 참아 넘긴다. 물론 적절한 영어 표현을 아직 찾지 못해서 참기도 한다.


뭐 영어를 잘하는 순간에도 그런 참담한 무례를 겪는다. 예를 들어 너무 화가 나면 극단적으로 영어가 잘 나오는 경험도 있었는데 미국에 운전면허시험장(DMV)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를 경험했다. 외국인에게 친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곳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번호표를 잘 못주고 2시간 정도 기다리게 한 후에, 당신은 오늘 서류가 없어서 운전면허 시험을 못 봐라고 말하는 그 무례한 놈들에게 내가 오늘 여기서 2시간이나 기다렸고 그걸 왜 진작 말해주지 않고 번호표나 잘 못줬냐 이 자식들아 라고 따지면 그는 대답한다. "Welcome to america"라고.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이 말을 듣는 순간 허무하게 웃음이 나면서 이 산발적이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무례함 앞에서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대개는 나에게 무례를 제공하는 사람들과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 버리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만남들도 쌓이다 보니 적당한 노이로제를 불러온다. 이런 노이로제가 혹시 내 영어실력 때문인 건가 라는 생각에 나를 더 작게 그리고 때론 주눅 들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단연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경우는 무례한 외국인을 ESL 수업에서 만났을 때이다. 이곳은 자칭 나의 오아시스로.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우리는 모두 이민자라고 생각하고 해외생활의 아픔과 언어의 장벽을 이해하는 동지애 넘치는 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제는 꽤나 자주 이곳에서 무례한 외국인을 만난다. 한 번은 아주 무례한 중국인을 만났다. 그는 동북 공정을 주장하는 할아버지였는데, 나중엔 나와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북한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걸까? 그런 증명되지 않은 주장으로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란 말인가?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해외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데 이런 사람들이 나를 애국자로 만들어주는 걸까?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이 수많은 이민자들 사이에서 매번 나는 한국에서 왔고, 로 시작하는 나의 자기소개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나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만들어주고 싶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미지를 한 순간 그렇게 묵살시켜버리는 그의 잔인하고 무례한 행동이 나를 정말로 화나게 만들었다. 


왜 (그럴까?)라는 건 역시 미친놈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질문이란 걸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그 못된 할아버지가 보기 싫다고 ESL 수업에 가지 않으면 그 할아버지가 그곳에 외국인들에게 정말 이상한 말을 해버릴까 봐 이 악물고 이상한 소리 하나 안 하나 지켜보기 위해서 더 수업에 열심히 가게 만드는 오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것이 나의 소심한 복수다. '네가 하는 말은 내가 다 차단해버리겠다.'라는 심경으로. 


나 혼자만의 싸움은 다행히 그 할아버지가 더 이상 수업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종결되었지만, 언제 어디서 내가 가십 속에서 듣기만 했던 그런 외국인 미친놈을 만날지 몰라서 늘 긴장의 연속이다. 다음번에 이런 미친놈을 만난다면 이렇게 대처해야지 라고 혼자 대본도 써보고 그 상황을 연습도 해보지만, 내가 만나는 일회성 만남에 미친놈들은 늘 새롭기만 하다. 늘 참신해서 짜릿함을 더해준다.


무례한 외국인에게 웃으며 대처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좀 더 다양한 미친놈 사례들을 몸소 겪으며 극복해 나갈 예정이다.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크지만 앞으로 좀 더 잘해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대한민국 파이팅!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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