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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ween time Oct 08. 2019

자존감을 높이는 혼밥 외식

지금의 나는 사춘기 이후에 가장 큰 혼돈의 카오스 상태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향이 생겼는데, 그중에 하나는 내가 직장생활을 했던 과거의 '직장인' 나와, 현재의 '전업주부' 나로 분리한다. 특히 소비에 관하여 나를 위한 선택을 할 때 강하게 나타난다. 과거에 직장인 나는 나를 위한 소비(옷, 화장품, 커피 등)를 할 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소비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합당한 지출이라면 당연히 나를 위한 투자 혹은 직장생활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했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대부분 구입을 했다. 


현재의 나는 나를 위한 무언가를 살 때 적어도 세 번 정도 물어본다. 이게 지금 필요할까? 나는 이 옷을 입고 갈 회사도 만날 친구도 없는데? 이 화장품이 꼭 필요할까 일주일에 두 번도 화장을 하지 않는데? 커피를 사서 마실까? 집에서 믹스커피를 타서 마신다면 무려 10분의 1에 가격만을 소비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들이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엔 무능력한 나를 내가 만들어낸다. 스스로 작아지게 되고 나를 위한 어떠한 소비도 용납할 수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자존감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는 어떤 시람인지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살면서 내가 그렇게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뚜렷한 사람이라고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명확하게 생각된다. 내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서 바닥에 있다고. 어서 나라는 사람의 자존감을 되찾고 나로서 온전히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그래서 찾아보게 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에서 혼자만을 위한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라고 했다.


이 의견에 정말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남편을 위한 식사는 준비해도 나를 위한 식사는 준비한 적이 있는지 고민해보게 됐다. 나 혼자 먹게 되는 경우에는 대개는 우유 한 잔, 식빵 한 두 조각 정도를 먹거나 거의 대부분 라면을 끓여 먹었다. 우리를 위한 식사는 준비할 수 있지만 나를 위한 식사는 대충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해보았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식사 준비. 정성스럽게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두 번쯤 이 방법을 실행하고 나니 나는 솔직히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둘째치고 이걸 만드는 순간부터 이걸 언제 치우지,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냄비를 또 쓰면 설거지할 그릇들이 더 늘어나는데 그냥 생략할까. 또 혼자 준비한 음식을 다 먹을 때쯤이면 이걸 다 먹고 설거지하면 바로 저녁 준비해야 할 시간이네..라는 생각들이 먼저 나를 덮쳐왔다. 자존감이 높아지기는커녕 짜증과 나 스스로에 대한 자기부정의 감정만 높아졌다. 꼭 먹어야겠니 라는 질문들.


어떤 의미에서 나를 위한 식사를 정성껏 준비하라고 했는지 의도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실천에서 나는 무너졌다.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살림도 나는 힘에 부친다. 겨우 남편과 나 둘이서 먹고살고 있는 집을 돌보는 것도 아직은 벅찬 나다. 그래서 이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나 혼자만 나가서 외식을 하는 거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주는 선물. 너무 자주여도 안되고 너무 비싸도 안된다. 적당히 그렇지만 가치 있는 나만을 위한 식사다.


처음에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첫 번째 혼밥 외식을 하고 났을 때는 조금 외롭기도 하고 막상 좋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동시에 솟아올랐다. 두 번째 혼밥 외식을 했을 때는 '이거 다 내가 집에서 만들어먹으면 엄청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나는 이것이 단순히 혼밥 외식이 아니라 내 자존감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하게 스스로에게 외쳤다. 나중에는 어차피 다른 이유들로 혼밥 외식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이 잠깐의 행복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면 무너진 내 자존감도 그리고 이곳에서의 삶도 엉망이 될 것이라고. 차라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도 설거지 고민을 안 해도 된다는 게 너무 좋다고. 오늘은 집에 가서 저녁 먹은 설거지 한 번만 하면 된다 오예!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남편에게 나의 혼밥 외식을 말할 때 나는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당당하게 말해!라고 마음은 그런데 어째 몸이 꽈배기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남편의 반응은 그냥 담담했다. 내가 걱정했던 일들? 그 걱정이 무엇인지조차도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어떠한 찝찌름한 느낌 없이 잘 넘어갔다. 그래서 때로는 먼저 말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냥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나만의 혼밥 외식이 시작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때로는 조금 당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늦어지기도 했다. 또 틈틈이 카페에 가서 커피도 사서 마셨다. 더 이상 돈을 걱정하진 않기로 했다. 또 돈을 쓸 때 내가 이 돈을 아끼면 이라는 생각들, 내가 이 돈을 써도 될까 라는 생각 등 스스로를 낮추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카페에 가는 날이면 브런치에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서 그 시간을 충분히 잘 누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오히려 지금은 카페는 너무 자주 가는 것 같아서 다시금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 혼밥 외식이 가져다준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전업주부로서의 나의 가치 또 내가 앞으로 어떻게 전업주부로서 살아가야 할지 두렵고 걱정스러운 날들에 대한 모든 해답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때로는 캄캄한 어둡밖에 없다고 느끼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나 스스로를 낮추는데 시간을 쏟지는 않는다. 우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나를 낮추는 생각들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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