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일을 시작하면 뭐든지 개그가 되곤 했다. 남편을 처음 만난 날도 그랬다. 2014년 10월 18일. 자전거 온라인 동호회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오프라인 만남이 성사된 날이었다. 강원도 철원에서 함께 라이딩을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일곱 명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닭볶음탕을 먹었다. 어색한 사이니까 벌건 국물이 옷에 튀지 않게 조심하며. 식사가 끝난 뒤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에 소화도 시킬 겸 두 팀으로 나눠 족구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물론 반대했다 마음속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초면에 웃음거리가 될게 뻔했다. 심판을 하겠다고 먼저 선수 칠까? 신입 회원이던 나는 사람들에게 심판을 하겠다며 목소리를 크게 낼 입장은 아니었다. 번개를 주도한 사람의 뜻에 따라 어느 팀에 들어갔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나 때문에 우리 팀이 질 테니까.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우리 팀의 큰 구멍이 되었고 우리 팀 상대 팀 가릴 것 없이 빅 재미를 주었다. 족구를 하는데 왜 내 몸은 마치 제기를 차듯이 오른팔과 오른 다리가 동시에 팔꿈치와 무릎을 접어 하늘로 올라갔다. 다들 승패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나의 몸짓에 눈물을 흘리며 웃기 바빴다. 심판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금 찍히는 사진은 분명 온라인 동호회 라이딩 후기에 올라와 나를 영원히 고통받게 하겠지. 족구를 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큰 웃음과 함께 호감도가 상승했던 것 같다. 남편의 취향이 일반적인 느낌은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와 우스워지기 싫어서 정적인 활동만 고집하는 여자는 결혼을 했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해서 지금은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의 육아엔 체력이 필수이기에 건강도 챙길 겸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 할수록 더 우스워질 테지만 이왕이면 격렬하게 움직이고 많은 땀을 흘리고 싶었다. 우울은 수용성이라던데, 육아를 하면서 쌓이는 필연적인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땀으로 흘리며 내 몸속의 노폐물과 함께 배출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예쁘지만 딱 그만큼 육아는 힘들다.
2년 전부터 골프를 시작한 남편은 운동 친구를 하자며 골프를 시작해보자고 꼬셨다. 골프 그거 뭐 땀이 나긴 해? 나의 흥미를 끌지는 못 했다. 골프 못 치는 나를 빼고 시부모님과 함께 라운딩 가는 남편이 정말 꼴 보기 싫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싫어하는 마음이 내겐 언제나 더 강력하다. 시가 붙은 가족과 함께 운동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 빼고 셋이서 운동 갈 때 마음을 좀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 졌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함께 다니는 연습장은 가고 싶지 않다. 집에서 가깝고 친절한 프로가 있는 그러면서 가격이 저렴한 연습장에 등록했다. 시설이 좀 낙후된 단점은 감수하기로 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은 레슨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했다. 6개월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그래야 할인을 해주니까. 운동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흘렀다. 처음에 배운 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다리를 어깨만큼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골반을 접는다. 상체는 곧게 편 상태로 앞으로 숙이고 몸의 중심을 발 앞꿈치에 둔다. 양팔을 몸통에 붙이고 구부리지 않고 팔을 쭉 뻗어 7번 채를 잡는다. 척추를 축으로 고정하고 어깨를 돌리며 메트로놈처럼 팔을 좌우로 흔들어 공을 맞춘다. 골프를 시작하면 처음 배우는 일명 똑딱이 자세다.
"프로님, 6개월 동안 똑딱이만 반복한 사람도 있었나요?"
"지금까지 그런 바보는 없었어요."
"그 바보 여기 있는 것 같아요."
머리로는 프로의 설명을 알겠는데 내 몸은 내 마음과 다르게 움직인다. 평일 동안 매일 출석하고 동작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 더 성실하게 바보가 된다. 연습장에 굳이 따라와서 잔소리를 하는 남편이 싫다. 운동 감각 있는 사람이 내 마음을 알기나 해? 이렇게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내 몸뚱이 때문에 내가 가장 슬프니까 그 입 좀 다물어 줄래? 싸우고 싶지 않으면.
"골프란 뭘까? 골프는 누가 만들었어? 프로가 알려주는 채를 잡는 방법, 동작 같은 거."
"골프에 미친 사람들이(불광 불급)?”
"하루 한 시간만 운동하고 싶은데 프로가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래. 할게 너무 많은데. 괜히 시작했어"
-
헬쓰클럽 세 번째 주제.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2021.08.05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