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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Jan 02. 2019

의지만큼 중요한 두 가지

나의 한계


나는 스스로를 믿는 일보다 남을 믿는 편이 더 쉬운 사람이었다. 자신감도 없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의 병은 남들에게 들키기 두려웠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치유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몸이 아픈 것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방치했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끌렸고 그중에 몇 명은 내 친구가 되었다. 상담을 받는 건 꺼려져서 대신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내가 믿는 사람들이 나를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주고 꾸준히 품어준 덕분에 조금씩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쌓이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남편을 만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사라진 뒤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우울과 분노 같은 나쁜 감정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지만,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과연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나의 모든 노력과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돈이 궁핍해지면 또 우울해질 수도 있다. 이것이 나의 한계다.


마음의 감기는 거의 치료가 되었지만 방치했던 몸의 건강은 20대 시절보다 지금 더 악화되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 편두통의 증상이 시작됐던 것 같다. 머리가 아프고 빈속인데도 속이 울렁거렸다. 당시에는 화장실에 가서 속을 게우고 나면 금방 괜찮아졌다. 지금은 두통이 시작될 때 바로 알약 하나를 먹으면 고통이 사라지지만 약 먹을 때를 놓치면 약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꼭 주사를 맞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한약도 지어먹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신경과 진료를 받아도 치료 방법은 없다. 그저 편두통 약을 처방받고 그 약을 항상 지니고 다니다 전조증상을 느끼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 내 의지보다 녹두 한 알만 한 약이 힘이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나의 한계다.


2018년 마지막의 날에도 머리가 아팠다. 잠든 중에 시작된 두통은 이미 약을 먹을 시기를 놓쳤고 아플 때는 약을 먹기 위해 내 몸 하나 정수기 앞으로 데려가는 일도 너무 큰일이다. 그렇게 아파서 누워있는 나를 남편이 병원에 데려갔다. 가까운 의료원 신경과에서는 두통도 문제지만 고열이 더 문제라고 했다. 편두통으로는 열이 나지 않는다며 큰 병원으로 가서 뇌수막염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진료의뢰서를 써줬다. 큰 병원으로 가는 동안 열이 떨어져서 의사 선생님은 고민하다가 일단 진통제와 해열 주사를 처방해주시고 또 머리가 아프면 먹으라고 편두통 약 처방도 내려주셨다. 그리고 집에 가서 열이 계속되면 언제든지 응급실에 와서 뇌척수액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셨다. 해가 바뀐 새벽에 또 두통이 와서 알약을 하나 먹었지만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의욕이 넘치면 뭐 하나, 건강하지 않으면 무엇도 할 수가 없다. 2019년에도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일단 건강부터 챙겨야겠다.


+ 덧붙이는 이야기


처음 브런치 작가를 지원하고 한번 떨어졌다. 20살 무렵의 나라면 “아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봐”라고 포기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브런치 작가에 떨어지고 속상하기는 했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지 않아도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갈 자신이 있었고 그래서 한번 더 지원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떨어지고 속상해하는 아내를 위로한다며 남편은 9번 떨어지고 10번째 지원에서 작가가 된 후기 링크를 보내주었다. 아직은 9번까지 떨어지고 다시 도전할 정도의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갖지 못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내 마음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해야겠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건강해져서 마음 근육을 키우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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