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천사를 데려오는 집

by 이나은


6살인 딸에겐 단짝 친구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어린이집에 이어 유치원까지 함께 다니고 있는 친구다. 특별한 일이 없는 평일이면 원에서 만나 함께 활동한다. 주 5일 9시부터 4시까지 붙어있지만 하원을 할 때면 매번 헤어지기 아쉬워한다. 올해 봄 친구 엄마의 초대를 받아 집으로 놀러 갔다. 친구의 집에서 친구와 함께 놀며 쉬지 않고 웃고 떠드는 딸을 보며 초대해준 이웃에게 감사했다. 두 번째 초대를 받았을 때는 우리 집에도 초대해야 하는데 선뜻 초대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무거웠다. 딸 친구의 엄마는 마산으로 이사와 아는 사람이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사람이었고 지금은 아이들의 우정과 상관없이 나에게 귀한 동무였다. 딸도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한다. 언제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묻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12월에 태어난 딸에게 5번째 생일엔 친구를 초대하자고 시간을 벌어두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친구를 한 번에 초대할 수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을 집에 초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손님을 초대하려고 하니 성에가 낀 안경을 끼고 있다가 성에를 제거한 것처럼 평소엔 보이지 않던 집안 구석구석의 묵은 때가 보인다. 화장실의 찌든 얼룩이 거슬린다. 대청소는 물론 화장실 줄눈 시공까지 필요할 것 같다는 견적이 나온다. 기본적인 청소와 정리정돈을 끝내고 나면 손님을 초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마실 차와 아이들이 마실 음료를 따로 준비해야 하고 제철과일도 사두고 요리를 직접 하진 않더라도 메뉴를 생각해서 포장해오거나 배달시킨다. 그리고 디저트도 준비한다. 놀잇감을 아이들의 명수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면 장난감을 차지하겠다고 옥신각신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뭘 이렇게까지 준비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대접받았던 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집에 부모님의 손님이 오는 게 불편했다. 부모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평소 가족끼리 집에 있을 때보다 손님에게 예의 있게 행동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이 불편했다. 거실에서 편하게 TV도 보지 못하고 내 방에 틀어박혀 있곤 했다. 손님이 오시면 어른들의 모임의 끝은 꼭 술자리로 마무리되었다. 술자리는 시끄러웠고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먼저 잠에 들었다가 어른들이 대화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모두 함께 크게 웃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곤 했다. 부모님의 집에서 살고 있는 나는 우리 집이라 해도 부모님께 손님을 초대하지 말자는 의견을 낼 수 없었다. 어서 어른이 되고 독립을 해서 내 집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사람들은 집 밖에서만 만나고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 남편도 나처럼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우리 부부는 손님을 초대할 일을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옆 동에 살고 계신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시기 전에 우리가 먼저 시댁으로 간다.

일과 육아를 끝낸 시간이 찾아오면 남편과 나는 함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TV를 본다. 각자 가장 편한 자세로 집에서만 입는 옷을 입고. 나는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난장판인 공간에 살아도 불편함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있는데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을 때 최소한의 청소만 한다. 나에게 집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이 일 순위다. 그 공간이 깨끗하면 더 좋겠지만 쾌적함에는 시간, 돈 그리고 체력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을 일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마냥 편하게 쉬기만 했던 집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것 같다. 첫째도 둘째도 점점 자라서 부모보다 친구가 우선인 시간이 찾아올 거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 밖으로만 나가지 않고 편하게 친구를 초대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고 싶다. 손님이 오지 않는 집에는 천사가 오지 않는다는 이슬람 속담도 있다고 했지. 천사가 우리 집으로 천사를 데려올 수 있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쓸고 닦아 봐야겠다. 나의 노동력 대비 티가 잘 나지 않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청소가 시사하게 느껴져 못하겠다 싶어질 순간도 있을 거다. 혹시 몰라서 남편에게 아이의 생일 전에 청소용역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이전 07화시간으로 추억을 살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