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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05. 2023

원시인으로 시작하는 다이어트

1일 차. 옛날에는 이렇게 잘 먹지 못했을걸?

 다이어트의 가장 힘든 순간은, 내 경우 "조금만 먹어야 할 때"이다. 삼겹살 1인분만 먹으라고 할 때, 소고기 몇 점 구워주고 밥 먹으라고 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민다. 이거 사람 먹으라고 한 건가, 성인 남자 1인분은 적정 수준으로 설정된 것이 맞나, 라면 1인분은 누가 정한 것인가, 이걸 평생 지키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엔 이미 다이어트는 포기한 상태가 된다.


 나는 조금 먹느니 안 먹는 게 견디기 편하다. 이 배고픔의 시간 후에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몇 끼를 안 먹어도 한 끼의 훌륭한 식사가 있다면, 매 끼니를 먹었음에도 배고픔에 허덕이는 시간보다 훨씬 선호한다. 물론 안 먹는 일은 잘 없으니 지금 이렇게 뚱땡이가 되어 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 정희원 작가(의사)님이 한 의학 유튜브에서, 옛날에는 음식물의 제형을 가공해서 먹지 못했는데, 이제는 분말 가공이나 정제가 가능해지면서 당 섭취가 문제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건강해지는 방법은 기술 발달 이전처럼 먹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머콜라 박사의 [케톤 하는 몸]에서는, 기아 - 포식 주기를 이용한 식이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제안한다. 원시 시대와 비슷하다. 사냥을 하지 못하면 기아 상태에 있다가, 사냥에 성공하면 포식을 하게 되는 루틴. 아마 우수한 사냥꾼이라면, 매일마다 사냥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일 사냥에 성공해 가족과 임팔라 한 마리를 먹는다면, 그것은 데이브 아스프리가 [최강의 식사]에서 제시하는 16시간 단식 - 8시간 식사하는 간헐적 단식으로 볼 수 있다.


 머콜라 박사 - 정희원 작가 - 데이브 아스프리의 건강 제안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원시인과 비슷한 루틴의 공복과 포식, 그리고 비정제 음식들의 섭취라고 내 맘대로 결론을 내려봤다. 그래서 나도 원시시대 사냥꾼과 유사한 형태의 식이요법을 진행해 보려 한다. 몇 가지 조건을 검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수렵활동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확률의 영역이다. 매일 성공할 수도 있지만, 어느 날은 사냥에 실패해서 풀만 먹어야 하는 날도 있다. 자연재해나 계절적 요인으로 며칠을 연속으로 굶어야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2. 사냥에 성공한 것을 세끼로 나눠먹을 수는 없다. 하루에는 한 끼 밖에 먹을 수 없다.


3. 처음에는 어리숙한 사냥 솜씨로, 먹을 수 있는 날이 적을 수 있다. 운동 능력도 처음에는 좋지 못할 것이다. 점차 익숙해지면 높은 운동량과 운동능력으로 매일 사냥에 성공하는 날이 올 것이다.



 위 3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3개월치 식사 계획을 세워보았다. 




 사냥에 성공한 날은 한 끼의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있는 훌륭한 식사, 사냥에 실패한 날은 밥을 먹지 못한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육류는 원시인의 수렵 고기와 질적으로 다를 것이기에, 질 좋은 버터나 올리브유를 추가하여 먹는다. 곡물을 통한 탄수화물은 섭취하지 않으며, 일부 채소에서 섭취되는 탄수화물로 제한한다. 전체 식사량은 배고프지 않을 만큼 충분히 먹는다.


 초기에 나는 느리고 형편없는 사냥 실력으로, 대부분 사냥에 실패할 것이다. 긴 시간 기아에 시달리면서 체내에 축적된 혈당과 글리코겐을 모두 소진한 이후에는, 내장 지방을 케톤으로 분해하여 사용하는 케토시스 상태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인이라면 36시간 ~ 72시간 정도의 공복만으로 케토시스에 진입할 수 있겠지만, 나는 뚱땡이기 때문에 3주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예상한다. 수치상 꽤 빠른 속도로 체중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나, 이는 수치일 뿐이며, 근내 글리코겐의 소진과 탄수화물 부족에 따른 나트륨, 수분 배출로 인한 감소일 것이다.



 다음 편부터는 왜 이런 기아 상태에 가까운 공복을 유지하는지, 과학적인 이유를 살펴볼 예정이다.





1일 차 체중 : 109.1kg (목표 체중까지 30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104mg/dL

 - 호흡 케톤 기기 없어 미측정  ➡️ 3주 차에 케토시스 진입 확인용으로 측정 예정

 - 1일 차 저녁 식사로 삼겹살과 상추쌈, 차돌박이 양상추 샐러드 (모두 직접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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