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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27. 2023

후숙이 필요한 음식

23일 차. 토마토와 아보카도

 나이를 들어갈수록 과음 후 체력 고갈은 심해진다. 육아와 병행하니 제곱으로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하다.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것은 필수적인 선택인 것 같다.


 안 좋은 음식으로 몸을 오염시켰으니 깔끔한 음식 집어넣고 공복시간을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에, 실온에서 후숙 시킨 토마토와 아보카도를 썰었다. 후추와 소금을 뿌리고, 토마토에는 올리브유도 잔뜩 뿌렸다.

후숙 시킨 아보카도와 토마토. 후추와 소금 올리고, 토마토에는 올리브유도 추가


 시중에서 완숙 토마토라고 산다 해도, 유통상의 편의와 외관 문제로 실제 완숙된 토마토를 사기는 힘들다. 완숙 토마토를 샀다면 꼭지를 떼고, 상온에서 며칠 둬보면 점점 빨갛게, 그리고 살짝 말랑말랑해진다. 잘 익은 홍시 같은 촉감이 들 때 먹으면 최고의 맛이 된다. 내가 집에서 만든 토마토는 왜 밖에서 먹던 토마토랑 맛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면, 토마토의 완숙 여부가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잘 후숙 된 토마토는, 거친 맛이나 채소 특유의 풋내가 나지 않는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완숙 토마토에 트러플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를 뿌리면 그 자체로 맛이 좋다. 아보카도와 먹으면 더 맛있다. 아보카도 역시 후숙이 필요한데, 처음 샀을 때 딱딱하고 초록색 껍질을 가지고 있다면, 상온에 며칠 놔두면서 상태를 보자. 색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아보카도 품종에 따라 원래 색이 진한 초록인 것도 있고 약간 탁한 초록색인 것도 있는지라, 만져보면서 타이밍을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아보카도를 보통 맛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후숙이 되지 않아 너무 딱딱하고 풍미가 부족한 아보카도를 먹었거나, 과숙되어 쓴 맛이 도는 아보카도를 먹었거나, 냉동 후 해동해서 아무 맛도 없는 아보카도를 먹었을 확률이 높다. 제대로 후숙 된 아보카도는 호불호라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맛있다. 후숙 타이밍의 귀찮음과 어려움, 그리고 높은 가격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방탄 커피와 함께, 앞으로 있을 며칠간의 단식에 들어가는 건강한 음식을 집어먹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있어서, 앞으로 있을 단식에 섭섭지 않은 시작이 되었다. 






 예상대로 체중이 증가했다. 이렇게 한 번씩 술을 마시면 그 여파는 강하다. 오늘 하루가 지났고, 앞으로 이틀 안에 원래의 체중 감량 궤도로 진입하도록 잘 관리해 봐야겠다. 알다시피 내 다이어트는 실패가 있을 수 없다.






23일 차 체중 : 102.3kg (어제보다 2.75kg 증가 / 목표 체중까지 23.2kg 남음)

 - 호흡 케톤 : 8.1ppm (음주로 인한 케톤 수치 감소가 음주 이틀 후에 나타남)

 - 23일 차 식사 : 토마토,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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