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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10. 2021

쉐프 마인드 : 허기도 마음도 달래는 진심

ESSAY



음식은 피곤한 날의 위안이다. 누군가는 따끈한 전골 요리로 누군가는 양념을 발라 구운 꼬치구이로 힘들고 지쳤던 하루를 달랜다. 아파트 상가 안, 작지만 아늑한 공간인 쉐프마인드에는 지친 마음을 달래줄 준비를 마친 음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의 끝, 쉐프의 손길이 곳곳에 담긴 공간에서 쉐프의 마음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다 보면 텅 비었던 속은 든든해지고 쌀쌀했던 마음도 이내 따뜻해진다. 


쉐프는 밥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밥해주는 사람. 쉐프는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고 좋은 음식을 줘야 하잖아요. 쉐프 마인드는 그런 쉐프의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손님을 대한다는 뜻이에요. 더 좋은 재료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에게 대접하고, 손님들이 그 음식을 먹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쉐프의 마음.


‘쉐프의 마음’으로 가게를 꾸려나간다는 쉐프 마인드의 민해진 사장님은 쉐프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밥해주는 사람. 근사한 수식어나 미사여구가 붙지 않은 담백한 정의였지만 그래서 더 쉐프에 대한 사장님의 신념이 느껴졌다.    

 

학창 시절, 피자집과 돈까스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를 접한 사장님을 본격적인 요리의 길로 이끈 것은 책에서 우연히 본 초밥 사진이었다. 새하얀 밥 위에 정갈하게 올라간 빨간 회. 맛있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예쁘기까지 한 초밥을 보며 사장님은 요리, 그 중에서도 일식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997년부터 요리를 시작한 사장님은 호텔에서 일하며 일식뿐만 아니라 양식, 스페인식, 중식, 타이 요리 등 다양한 음식 분야를 경험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쉐프 마인드를 탄생시켰다.     

 


“요리를 할 때 제일 신경 쓰는 건 신선한 재료고 그다음은 식감, 그다음이 온도예요. 어떻게 하면 같은 재료로 좀 더 맛있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보기 좋고 예쁘게 만들까 이런 고민을 하죠. 제 요리들은 제가 먹어도 맛있다 소리가 나와야 해요. 제가 요리 경력도 오래됐고 먹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술을 먹을 때, 밥을 먹을 때 이 음식들을 먹으면 괜찮겠다 하는 것만 판매하는 거죠. 제가 먹기 싫은 건 판매를 안 하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약간 시든 정도라 충분히 먹을만하다 해도 제가 안 싱싱하다고 느끼면 안 써요. 제가 손님이었어도 신선한 재료로 만든 게 먹고 싶을 테니까. 메뉴 구성이든, 재료 선택이든, 요리의 전반적인 과정에서든 항상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조정하는 편이에요.”    

 

실속 없이 가짓수만 불리는 음식은 메뉴에서 뺄 것, 요리하는 스스로가 맛있다고 여기는 음식만 판매할 것, 누구보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것, 메뉴 열 개 중 한두 개만 잘하는 가게가 되지 말 것…. 사장님이 세운 원칙을 보증하듯, 쉐프 마인드의 음식은 어느 것 하나 모자라지 않고 모두 훌륭하다.     


“저희 가게를 몇 번 찾아주셨던 분들이, 창동에 처음 온 지인들을 모시고 저희 가게에 오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처음 온 분들은 당연히 메뉴판을 보고 여기 뭐가 맛있어? 하고 물어보세요. 그럼 그분들이 이렇게 대답해주시거든요. 여긴 다 맛있어! 그럴 때 참 뿌듯한 것 같아요. 내가 아직 열심히 하고 있구나, 그런 걸 느끼고.”     


뒷맛 개운한 하이볼과 먹으면 찰떡궁합인 모츠나베가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주홍빛 성게알이 듬뿍 들어간 소스에 입에 착착 감기는 차가운 회를 버무린 성게알 회무침과 함께 쉐프 마인드의 베스트셀러 연어 초밥이 나오면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두가 탄성을 터뜨린다. 감칠맛 나는 음식에 한 입 다 삼키기도 전에 테이블 위로 젓가락을 다시 뻗게 된다. 함께 앉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마시고 먹다 보면 주문한 적 없는 음식이 나와 손사래를 치는데, 웃음을 머금은 직원이 ‘이건 쉐프의 서비스’라며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또 내려놓는다.        


“이 사람이 좀 잘 먹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서비스를 많이 준비해요. 제가 워낙 많이 퍼주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서비스를 드리면 손님들도 한 번 올 거 두 번, 세 번 더 저희 가게를 찾아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게 선순환이니까. 또 한편으로는, 저희 가게의 공간들이 다 나뉘어 있다 보니까 제가 모든 공간을 다 세세하게 관리하지는 못하거든요. 그래서 대신 더 맛있게, 많이 드실 수 있게 서비스를 챙겨 드리는 거죠.”   


주문서를 꽉 채우는 다양한 메뉴와 이곳저곳 분리된 공간에 운영이 힘들 법도 한데, 사장님은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더 만족할 수 있을지 온 정성을 쏟는다. 손님들의 식사 속도에 맞춰 서비스 음식을 척 내놓기도 하고, 직원들은 아무도 듣지 못한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새 젓가락을 챙겨주기도 한다. 항상 음식을 받은 손님들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손님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사장님은 마지막으로 손님들을 향한 진심을 드러냈다.



전 손님들이 주변에 넓은 곳도 많은데 굳이 이렇게 좁은 저희 가게에 와주시는 게 늘 감사해요. 사실 저는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지금 몸은 힘들지만 만족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항상 열심히 노력하면서.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만족하면서 일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다 손님들 덕분이잖아요. 손님들이 찾아와주셔서 가게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도움을 받은 거니까. 그래서 손님들에게 더 주고 싶어요. 돌려주고 싶고. 손님들이 저희 가게에서 무언가를 좀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허한 뱃속을 달래줄 든든한 식사 한 끼가 있고, 좋은 사람과 함께 오래 대화하며 즐길 요리가 있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술 한 잔과 함께하기 좋은 간단한 안주가 모두 있는 곳. 지금 쉐프 마인드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따뜻한 진심을 음식에 담아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쉐프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식사를 마치고 뚜벅뚜벅 걸어나 오다 보면, 지치고 허전했던 마음까지 함께 든든해질 테니까. 





 서유민

사진 김싱싱

인터뷰 서유민 정유진 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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