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먹는 것이 건강을 좌우한다. 먹는 것만큼 큰 즐거움이 있을까? 하지만 산모들 대개 임신하는 순간부터 출산 후 한동안 먹지 말아야 할 것. 먹어야 할 것 이 두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먹는 즐거움은 고사. 고역의 나날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입맛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고 말이다.
산모는 어떤 음식들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흔히 산모가 잘 먹어야 하는 이유로 '젖을 먹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과만 연결하기 쉽다. 그리하여 먹고 싶은데 아기를 위해 참기도 하고, 젖양을 늘린다는 음식들이라 고역으로 먹기도 한다.
심지어 “김치를 먹으면 아기 똥꼬가 쓰리다 혹은 지린다”라거나, “닭을 많이 먹으면 아기 피부가 닭살처럼 된다”처럼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들을 사실인양 믿고 지키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산모는 아기를 위해 잘 먹어야 한다?가 맞긴 맞다. 무얼 먹는가에 따라 젖이 달라진다. 뭐든 잘 먹는 산모의 아기들이 무난하게 잘 자란다. 산모의 영양이 부족하면 엄마의 건강을 짜서(?) 젖을 분비한단다. 그러니 모유를 먹인다면 특히 더 신경 써서 먹어야 하는 것이 맞다.
여하간 젖 때문에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 반대로 젖을 먹이지 않으면 먹는 것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산모들을 끊임없이 신경 쓰게 하는 것이 있다. 아기가 빠져나간 만큼 배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사회다. 언제나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갈까? 언제쯤 원래 체중으로 돌아갈까? 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겠다. 그래서 대충 혹은 간단한 간식 수준으로 하루를 보내는 산모들도 많다.
산모들에게 자주 해주는 음식 중 하나인 '토마토포두부파스타'
그런데 정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산욕기에는 '모유 수유와 상관없이 산모의 기초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 젖을 먹이지 않는 산모도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만삭에는 늘 속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다. 체한 것 같다. 그래서 시원하거나 개운한 것, 혹은 매운 것에 끌리게 된다. 또한, 조금만 먹었는데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 진다. 그렇다 보니 만삭에는 한밤중에도 몇 차례나 화장실에 가게 된다. 게다가 특별한 것을 먹지 않았는데도 설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아진다.
산모들 누구나 겪는 이와 같은 불편함은 커진 자궁 때문이다. 배가 불러짐에 따라 장기들이 위나 아래, 그리고 뒤로 밀려나는 한편 그래서 기능도 약해져서다. 커진 자궁에 방광이 눌려 용량이 작아진다? 그래서 조금만 차도 비워내야 한다고 작동하게 된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까?
그런데 방광뿐이랴. 위를 비롯한 모든 장기들이 영향을 받는다. 산욕기, 즉 산후 몸조리 기간은 그처럼 임신으로 변화를 겪은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시에 제기능을 회복하는 시기이다. 젖도 젖이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안팎으로 큰 변화를 겪는 산모의 몸을 배려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젖을 먹이지 않는 산모도 음식에 어느 정도의 신경은써야 함은물론이다.
아래는 음식 관련, 산모들을 위해 신경 쓰는 것들이나 산모에게 듣는 질문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다.
산모들에게 자주 해주는 음식 중 하나인 '토마토달걀볶음'
-"어머니가 젖 늘리는데 좋다고(혹은 산모에게 좋다고) 가물치즙을 해오신데요. 먹기 싫은데 어떻게 하죠?"라고 난감해하거나, "요즘에도 가물치, 잉어 이런 것 먹나요?" 이렇게 묻는 산모들이 꽤 있다.
대답은 "아니오!"다. 그와 함께 강조한다. "요즘 산모들에게 가장 좋은 밥상은 국과 반찬. 소화되기 쉬운 나물 몇 가지로 구성된 그런 소박한 밥상"이라고.
예전처럼 영양 부족인 산모는 없다. 오히려 영양이 지나쳐 모유 수유나 산후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예전 산모들이 많이 먹었다는 가물치나 잉어, 돼지족탕 같은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단지 젖을 먹인다고 혹은 산후회복에 좋다고 특별한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원활한 모유 수유와 산후 회복에 가장 좋은 보약은 적은 양이라도 규칙적으로 먹는 밥, 그리고 나물처럼 일반적인 반찬으로 차린 집밥 형태의 밥상이다.
-"미역국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 임신 전에 국을 거의 먹지 않아서 미역국 먹는 게 고역이에요"라고 묻는 산모들도 꽤 많다.
반대로 미역국을 매우 좋아한다며 끼니마다 미역국을 원하는 산모도 있다. 그것도 "미역국에는 그래도 소고기를 넣어야 가장 맛있다"며.
미역국이 산후회복과 모유 분비에 도움 되는 음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미역국도 지나치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과한 미역국 섭취로 인한 요오드 과다는 갑상샘(선) 장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유를 먹이는 산모라고 할지라도 미역국은 '한 달~한 달 반' 정도로 권장한다.
젖을 먹이는 동안에는 늘 국을 먹어야 한다고, 그것도 미역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끼니때마다 국을 먹는 것이 모유 먹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꼭 미역국일 필요는 없다. 한 달이 지났다면 미역국은 하루에 1회 정도. 국처럼 끓인 청국장이나 된장국, 황탯국, 콩나물국 등 어떤 국이든 섞어 먹으면 된다.
그런데 젖양이 많으면 미역국은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그리고 국의 양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래도 미역국에는 소고기가 좋다는 편식적인 생각이나 그래도 소고기가 젖에 좋을 거라며 매번 소고기를 넣어 끓여졌으면 바라는 산모나 그 가족이 있다.
이렇다 보니 어른들이 끓여온 미역국에는 대체적으로 소고기가 많다. 사골국물에 미역국을 끓인 경우도 흔하다. 미역국을 질려하면 미역국 대신 주라며 사골국물을 듬북 가져오는 어르신들도 흔하다.
그런데 젖양을 늘리는데 정말 좋은 미역국은 흰살생선이나 전복, 대합, 홍합, 굴 같은 조개류를 넣은 미역국이라고 한다. 들깨미역국도 좋다.
게다가 과한 소고기 섭취는 콜레스테롤 증가로도 이어진다. 산모 누구나 출산 전 몸매에 대해 간절하다. 이런 산모의 바람은커녕 과한 콜레스테롤 섭취로 없던 병까지 얻게될 가능성도 높은 미역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고기 미역국은 출산 초기에만 먹기를 권한다.
모유를 먹이지 않는 산모라면? 출산 후 조리원에서 일정 기간을 보내고 온 산모를 주로 만난다. 대략 출산 20일 차 전후. 이 정도 산모는 하루에 한 번, 건더기 위주로 먹게 한다. 물론 한 달 무렵까지다. 이후에는 굳이 먹지 않겠다면권하지 않는다.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