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아기 키우는데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기저귀나 물티슈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아주 기본적인 것. 별별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산모들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게다가 식구들 먹을 것까지 사야 한다. 스마트폰은 큰 조력자다. 어떤 산모의 "남편보다 더 든든한 조력자"라는 우스개가 실감 날 정도로 열일을 해준다. 솔직히 여간 유용한 게 아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덕분에 산욕기를 견뎌내는 산모들도 많겠구나. 어쩌면 산후우울증을 견디는 최선의 처방일지도 모르겠다'와 같은 생각까지 종종 하곤 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안타까운' 이야기를 해야만 하겠다.
새삼스러운 설명이지만, ‘출생~한 달간’이란 신생아 시기의 아기들은 밤낮 구분이 거의 없다. 대부분 아기가 그렇다. 순하고 까칠하고와 상관없다. 신생아 몸 특성상(조건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옛날 아기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한밤중에도 먹여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쪽잠을 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산후회복을 위해 출산 전보다 더 많은 잠을 자야 한다. 잠이 더욱 필요한데 도리어 더욱 자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있는 낮에 최대한 많이 자게 한다. ‘자고 싶은 만큼 실컷, 가능한 많이 잘 것’을 권한다. 밤에 비교적 잘 잤어도, 그래서 지금 당장 잠이 오지 않아도 눈을 감고 누워 최대한 휴식할 것을 권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와 원인’으로 충분히 쉬지 못하는 산모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폰 때문에 종종 ‘잠때’를 놓치고 마는 산모들이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어 스마트폰을 놓지 못했을 것이다. 이해한다. ‘암만 그래도 낮에 몇 시간만이라도 내려놓고 충분히 잤으면 좋겠고만’의 생각과 함께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왜 그렇게 전화를 해오는 분들이 많을까? 특히나 아기 때문에 밤중에 잠을 못 자는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어머니들이 왜 그렇게 전화를 많이 하시는지….
많은 것들이 궁금하고 염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산모에 대한 안쓰러움과 아기에 대한 사랑 혹은 궁금함 때문이란 것을 잘 안다. 그래도 사전에 약속을 정해 ‘주로 깨어 있는 시간대에 전화하는’ 등으로 산모의 잠을 좀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낮잠을 자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인지 졸리긴 한데 잠이 잘 오지 않아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는가 싶기도 하고요. 저처럼 한 시간 넘게 자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가끔은 이처럼 묻는 산모도 있다. “그동안 낮잠을 거의 자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인지 누워 쉬는 것 자체가 낯설고 그래서 도리어 쉬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오랜 직장 생활에 길들여져, 혹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을 해왔거나 여유 없이 살아와 쉴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습관 되어서 아닐까? 그래서 한 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 불안해지고.
여하간 이런 산모들은 많이 안타깝다. 혹시 다른 산모들의 잠이 궁금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답하면 대개 2시간 이상은 자는 것 같다. 매일 3~4시간씩 자는 산모가 가장 많다. 5시간 정도 자야만 좀 개운해진다는 산모도 있었다.
솔직히 내가 케어해주는 산모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잠을 자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많은 시간을 잔다고 휴식이 충분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언제나 한 시간 남짓 자고 나오는 산모들은 안타깝다. 밤잠 못 잔 것을 감안, 아무리 생각해도 잠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확실해 보이니 말이다.
사실 산모들에게 잠을 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모들로서는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잠이나 휴식에 걸림돌이 되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최대한 듣지 않게 하고자 전전긍긍, 나름 많은 신경을 쓴다.
특히 모유를 먹이는 산모들의 잠은 더욱 많이 신경 쓴다. 어떤 이유로든 휴식이 부족하면 잘 나오던 젖도 눈에 띄게 줄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설명하면 ‘설마 그럴까?’ 못 믿겠다는 산모가 많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예방접종이나 산후진찰로 병원에 갔다 오는 것으로도 젖양이 눈에 띄게 줄어버릴 정도로 영향이 많다.
우리 몸은 힘들면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일종의 방어를 한단다. 그래서 휴식이 부족하면 몸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아기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겠으나 엄마 몸을 힘들게 하는 젖부터 줄여버리는 것일 게다.
잠이 고프면 무엇이든 맛이 없다. 가벼운 식사로도 충분한 산모들도 있지만 한 끼 거르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게 젖양이 줄어버리는 산모도 있다. 당연히 젖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아기를 돌봐야 하는 무게감 때문에 쉽게 입맛을 잃어버리는 산모도 많다. 그래서 젖양은 더욱 줄게 될 수밖에 없겠고 말이다.
잠이 부족하면 짜증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다. 육아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겠다. 말하자면 산모 자신은 물론 아기를 위해서도 충분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내처 자는 것과 잠깐이라도 깨었다 자는 것 차이는 크다. 그래서 모유가 잘 나오는 산모일지라도 그냥 잤으면 좋겠다. 한 번만 유축해 놓은 것을 먹이자 혹은 분유를 먹이자고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직접 젖을 물리는 것만이 최선으로 생각하는지 몸살기를 호소하면서도 직접 물리는 것을 고집하는 산모도 있다. 집안일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쉬지 못하는 산모들도 있다, 이런 산모들은 당장은 얻는 게 많아 보일지 몰라도 실은 잃는 게 더 많아 보여 역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