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육아용품들이 많다. 육아용품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아기 키우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일 거다. '그다지 도움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물건인데도 선뜻 돈 들이는' 엄마들이 이해된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혹은 ‘도움 되긴 하겠지만 그다지’란 단정과 함께 두고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물건들도 있다.
오늘은 최근 몇 년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유행 중인 분유제조기에 대해서, 얼마나 의존도가 높으면 '분유제조기 이모님'이란 호칭까지 붙여 부르며 극찬하는 그 분유제조기와 관련된.
18일 차에 만난 아기였다. 월요일 첫 출근이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조리원을 퇴실한 후 집에서 겪은 것을 하소연했다. 토요일 오전에 조리원을 퇴실했는데 이후 계속 안아만 달라고 해서, 그리고 계속 먹겠다고만 해서 밤새 먹이고(출근 전날 14회를 먹였다) 트림시키고,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서 아기를 안고 지새웠다는 하소연이었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움찔움찔하는데요. 원래 이랬나요? 병원에선 별말 없었고요?“
"그죠? 움찔움찔하죠? 원래는 안 그랬는데 어젯밤부터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넷 찾아봤거든요. 모로반사일 수 있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괜찮다고 하던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모로반사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의사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는데 병원에서 별말 없었다면……. 모로반사로 버둥대거나(움찔하거나) 그러는 것 방지한다고 싸개로 싸주는 것이거든요. 아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한 달 무렵 많이 나타나던데, 그럴 때도 이렇게 싸개로 해서 안고 있을 때는 모로반사 때문에 움찔하거나 그러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 아기는 지금 손끝만 미세하게 움찔움찔하는데, 모로반사는 팔 전체 다리 전체 크게 깜짝깜짝, 움찔거리더라고요. 아마도 아기가 많이 불안하던가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산모와 이야기하는 동안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기는, 싸개로 꼭꼭 싸서 안았는데도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손끝이 움찔움찔, (아마도) 극도로 긴장한 것이 쉽게 느껴졌다. 토요일 낮부터 아기와 엄마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가 대략 짐작됐다. 산모의 하소연이 실감 났다. 아기 울음소리까지 이제까지 들어온 아기들의 울음소리와 달랐다. 많이 울어서 그런가?의 생각까지 들 정도로 쉰 목소리로 우는데 날카로웠다.
여기까지 읽으며 분유제조기에 대해 말한다면서 왜 이런 이야길 하나?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국내 S분유와 최근 국내에서 생산을 시작한 외국 분유.
그로부터 좀 지난 지금까지 당시 그 아기가 그렇게 힘들어했던 것은 분유제조기가 타준 분유를 먹고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속이 불편해 어떻게 좀 해주세요 보챘던 건데 계속 소화가 잘 안 되는 분유를 먹이니 힘든 것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쌓이고 그로 더욱 힘들어져 아기가 극도로 불안해졌던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의한 ‘아마도’'이지만 말이다.
심하게 보채거나 불안해 보이는 아기를 배부르게 먹여 푹 재우고 나면 금세 평온해진다. 그래서 마침 아기가 먹고 싶어 하길래 "분유를 먹이는 것이 좋겠다"며 아기를 내려놓으려고 했더니 자신이 가져다주겠다며 분유제조기에서 뽑아서 가져왔다.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먹였다. 그 분유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모가 분유제조기에서 뽑아온 분유를 자신이 "먹여보겠으니 제대로 먹이는지 봐달라"고 했다. 아기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트림으로 내보내야 하는 공기'이다. 그래서 '젖꼭지에 분유(혹은 모유가)꽉 차게 해 먹여야 하는' 등과 같은 올바른 수유 자세가 있다. 둘째인데도 젖꼭지에 분유가 꽉 차지 않게 젖병을 기울여 먹이고 있었다.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며 '이렇게 먹여서 공기를 많이 먹었는데 제대로 트림시켜주지 않아 힘들었었나?' 지레짐작, 일종의 희망을 느꼈다.
온종일 아기를 안고 있다시피 했다. 심지어는 점심까지 거르면서. 다행히 처음 만났을 때처럼 손끝이 움찔거리는 것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가 그리 편하지 못한 것은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기를 만난 지 3일째, 여전히 내려놓는 순간 깨어 울 때가 대부분인 아기를 안고 대체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고 고민하다 문득 '혹시 분유제조기에서 뽑아 먹였기 때문 아닐까?, 팔팔 끓여 식힌 물로 타 먹여 볼까?'
역시나! 팔팔 끓여 식힌 물론 타준 분유를 먹은 아기는 차츰 안정을 찾더니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먹인 후 트림을 시켜 내려놨는데 안아달라고 하지 않고 자는 아기'가, 그리고 며칠 후 2시간도 거뜬히 자는 순둥이가 되었다.
당시 아기가 먹었던 국내 S분유는 70도에 타야 한다. 대부분의 분유들이 40도 정도에 타라는데 이처럼 70도에 타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시 사용하던 분유제조기 뒷면에 부착된 물통. 50도로 식혀 부어둔 물은 시간이 지나며 식게 된다. 그랬다가 버튼을 누르면 먹기 좋은 온도(체온에 가깝게)로 가열해 분유와 섞인다
당시 어쩌면 분유제조기가 타준 분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유축한 모유와 국내 S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밤에 모유를 먹여보게 했더니 그래도 좀 괜찮았지만 분유만 먹이면 아기가 민감해졌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당시 그 아기가 먹고 있던 S분유의 지침이 '70도로 끓인 물에 분유를 타야'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직 분유제조기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분유제조기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하면.
분유제조기는 크게 물통과 분유를 채워 넣는 통으로 되어 있다. 각각의 통에 일정의 물과 분유를 넣은 후 아기가 먹는 양을 설정, 먹일 때 출구에 젖병을 놓은 후 버튼을 누르면 미리 설정해둔 만큼, 딱 먹기 좋은 정도의 온도 분유가 나온다. 그에 뚜껑을 닫아 먹이면 된다. 정수기에서 물을 뽑아 먹는 것처럼 편하다. 그래서 최근 몇 년전부터 핫 육아템이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실수하고 있는 것이 있다. 분유제조기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분유제조기들이 우리 아기가 먹는 분유를 완전하게 녹여주지 못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게 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분유제조기마다 다르지만 팔팔 끓인 물을 식혀서 부어야 하는데 대개 30~50℃도 정도를 지침한다. 가장 큰 이유는 물통이 높은 온도에서는 좋지 못한 성분이 나올 수 있다는 그런, 우리가 흔히 플라스틱으로 알고 있는 그런 소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아마도 모두 다 그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당시 먹이고 있던 국내 S분유는 70도에 타라고 지침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국내 분유들이 40℃ 정도로 식힌 물에 타라고 지침한다. 하지만 그 분유가 70℃에 타라고 지침하는 것은 그 분유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다른 분유들이 지침하는 40℃에서는 특정 성분이 덜 녹기 때문 아닐까?처럼 말이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당시 그 산모가 이용하던 그 분유제조기는 물론 대부분의 분유제조기로는 70℃의 물에 타라는 국내 S분유를 제대로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분유제조기들이 '누른 후 몇초만에 수유할 수 있다'를 표방한다. 생각해보자. 70℃라는 뜨거운 온도로 아기에게 먹일 수 있나? 당연히 불가다. 고로 모든 분유제조기들이 아기들이 먹기 좋은 온도로 분유를 섞는다.
게다가 반드시 염두에 둘것은 국내 생산 분유들과 외국분유들의 물과 분유 계량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생산 분유(내수용 외국 분유 제외)들은 물+분유 큰스푼 1=40ml. 외국 분유들의 경우 물 30ml +해당 스푼 1을 넣어 타는 방식이다. 분유제조기 대개 외국 브랜드라 외국 분유 방식으로 제조한다.
그럼에도 간과하며 이용한 결과, 아마도 제대로 녹지 않은 상태로 먹였기 때문에 아기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거나 복통이 있었고, 혹은 오래까지 소화하면서 불편하거나 그렇게 힘들었을 것이란 추측이 충분한 것이다.
물론 분유제조기에서 뽑은 분유를 먹는 모든 아기가 그 아기처럼 예민한 상황이 되지는 않는다. 많은 산모들이 극찬할 정도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산모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분유제조기 때문이라고 100%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런데 만약 분유제조기를 사용하는 중인데 한번 먹은 것으로 유난히 트림을 먹은지 한참 지났는데도 한다거나, 깊게 잠들지 못하거나, 계속 안아만 달라고 하는 등으로 힘들게 한다면 '예민한 아기라서'나 '까칠하기 때문에'로 섣불리 단정 짓지 말고 '우리 아기가 먹는 분유를 제대로 녹여주지 못하는 분유제조기 때문 아닌가?'를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언하는 것이다.
최근 많이 먹이는 국내 생산 한 외국 분유의 성장에 따른 권장량
한 달 무렵까지 하루 8~10회가량 먹던 아기는 점차 수유 텀이 길어지며 횟수가 줄어 백일 무렵엔 5~6회 정도로 준다. '겨우 5~6회' 먹는 것이다. 그냥 5~6회가 아니라 겨우 5~6회 말이다. 그리고 한 달~한 달 반 무렵부터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먹기 때문에 언제 먹고 싶어할지를 짐작하기 쉬워진다. 10~20분 전에 미리 타두면 분유제조기에서 뽑아 먹이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신속하게 먹일 수 있고 말이다.
게다가 분유제조기는 일부 산모들이 "관리가 더 번거로워"의 이유로 "이젠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할 정도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만만찮다.
그리고 반드시 생각해 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 팔팔 끓인 물을 40~50℃, 혹은 S분유의 지침대로 70℃에 타면 분유가 물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는 것이 보이는데 그렇게 잘 녹았기 때문인지 아기의 입 움직임이 젖병을 통해서 보일 정도로 맑다. 모두 제대로 녹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유제조기에서 뽑았을 경우 충분하게 녹지 못했기 때문에 젖병이 전체적으로 불투명한데, 다 먹은 후에도 젖병에 남게 된다. 미뤄 짐작, 특정 성분은 섭취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이는 것이 아기에게 좋을까? 아마도 판단이 쉽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