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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Sep 12. 2022

말리고 싶은 '셀프수유쿠션'

육아는 장비빨? 어쩌다 셀프수유쿠션까지!



“관리사님, 그런데 셀프수유가 왜 문제가 되는 거죠? 며칠 전 신생아 학대 그 뉴스에 셀프수유를 했다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던데,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돼서요. 다른 뉴스에서도 셀프수유에 대해 부정적이고. 써본 사람들 후기도 좋고 그래서 구입할까 생각 중이거든요. 어차피 분유만 먹일 것이라 꼭 필요할 것 같아서요! 해주시는 이모님이 이번 주에 끝나는데 가시고 나면 혼자 해야 해서 힘들 것 같기도 해서 필요한 것들 미리 준비하려고요." 

         

올봄, 지인의 딸이 전화로 묻는다. 몇 달 전 스치듯 봤던 아이템이기도 하고, 산모들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 검색해보니 종류도 여럿, 이른바 '내돈 내산' 셀프수유쿠션 후기들이 꽤 많았다.   

       

그 산모 말대로 평점이 높았다. "진즉에 살 걸 왜 이제야 이걸 샀는지….", 혹은 "그동안 망설였던 것이 후회돼요", "정말 신세계……." 등, 잘 모르는 산모들은 '괜찮겠다.', 큰 망설임 없이 선택할 정도로 후기 대부분 극찬 수준이었다.    


 

혹시 셀프수유쿠션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면. 일명 짱구 베개라 불리는 쿠션이 들어간 베개에 턱받이처럼 생긴 쿠션을 이어 붙인 형태다. 턱받이처럼 생긴 것 끝부분에 젖병을 넣어 고정할 수 있는 주머니를 부착, 아기 스스로 먹을 수 있게 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사용법은 이럴 것 같다. ①아기를 베개를 베도록 눕힌다. ②턱받이처럼 생긴 것을 턱받이 양쪽에 (부착된 똑딱이 단추 등으로)고정한다. ③턱받이에 붙어 있는 주머니에 젖병을 끼운 후 고정, 아기 입에 젖꼭지를 물려준다.      


뉴스 속 셀프수유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아기를 눕힌 후 젖병을 타올 등을 접어 받치거나 양쪽에 놓아 고정, 아기 스스로 먹게 하는 것을 말한다. 셀프수유쿠션이 나오기 전, 가끔 이렇게 해놓고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올린 인터넷 글을 보곤 했었다. 이런 글 대부분 스스로 먹는(?) 아기에 대한 대견함과 자랑이 듬뿍 느껴지곤 했다. 아마도 훗날 후회할 가능성이 많은 그런 선택인데도, 사실 자랑할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셀프수유쿠션을 이용한 것이든 뉴스처럼 수건 등을 받쳐 하는 방법이든 셀프수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위험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생아 학대 관련 뉴스마다 셀프수유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로 말하는 것이고. 그래서 산모가 묻지 않아도 서비스 중 반드시 셀프수유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한 달이 채되지 않은 아기는 먹다가도 잠드는 일이 많다. 이런 아기를 셀프수유하면?       

   

인공젖꼭지, 즉 젖병 그 젖꼭지에 물을 담은 후 구멍을 아래로 향하게 들어봐라. 들고만 있었을 뿐인데도 일정 속도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아기 입속에서도 그처럼 먹다 잠들어 빨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입에 고일 것이고, 그런데도 아기들은 뱉어내지 못한다. 아직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 달(신생아) 무렵의 아기는 빨던 것을 멈추거나, 얼굴을 돌리는 것으로 젖꼭지를 빼거나, 혀로 밀어내는 등 먹고 싶지 않다는 나름의 표현을 한다. 하지만 모든 아기가 그렇다는 것 아니다. 경험상, 백일이 가까워서야 표현하는 아기들도 있다. 또한, 먹다가 잠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본능으로인지 주는 대로 무조건 먹고 왈칵 토해내는 아기들도 있다.   

       

게다가 아기들은 먹다 사레들리는 일도 잦다. 또한, 상당수의 아기는 먹이던 것을 멈추고 등을 쓸어주거나 토닥거리는 등으로 트림을 시켜준 후 먹여야 나머지를 마저 먹는 등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젖병 수유를 할 때는 젖꼭지에 꽉 차도록 해서 먹여야 공기를 덜 마셔 배앓이 가능성이 작아진다. 그런데 젖병에 분유가 많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젖꼭지에 가득 차도록 해서 먹이기 쉽지만, 어느 정도 먹어 양이 많지 않을 때는 신경 써서 기울여줘야만 한다.   


모유 수유를 할 때 젖꼭지가 아닌 유륜까지 물고 빨게 해야 한다. 인공젖꼭지도 마찬가지, 엄마의 젖꼭지에 해당하는 길쭉한 부분이 입에 완전히 들어가고 유륜에 해당하는 부분을 빨게 하도록 젖병에 살짝 힘을 가해 잡아줘야 아기가 빨기 쉽다. 이걸 셀프수유쿠션이 과연 해줄 수 있을까? 젖병을 잡아 줘보면 아기마다 나름의 성향이 있어 그에 맞춰 힘을 줘야 하는데도?     

     

여하간, 엄마의 젖을 물리든 인공젖꼭지를 물리든 백일 무렵까지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셀프수유쿠션이 해준다? 해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한 달 전후, 아기들은 이른바 눈을 맞추는 데 그리 오래지 않아 젖을 먹는 내내 눈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마도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할 정도로 정상적인 모든 아기가 그렇다. 이 무렵 아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 얼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의 눈과 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기들은 왜 그토록 어른들의 눈과 입을 좋아하는 걸까? 혹은 뚫어지라 쳐다보는 걸까? 우리와 같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즉, 본능적으로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소통을 배우는 것이다. 소통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입과 눈을 그래서 그처럼 끊임없이, 그리고 뚫어지라 보는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산모들에게 강조하곤 한다. 아기와의 눈 맞춤과 이야기는 아기에 대한 가장 좋은 사랑표현이자 면역력을 높여주는 스킨십이다, 가장 좋은 놀이이자, 가장 기본적이며 효과 좋은 교육이다, 장차 살아갈 세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장 좋은 격려이자 응원이라고. 그러니 젖먹일 때만이라도 아기와 눈을 맞추라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라고.       


모든 생명에게 먹이, 즉 먹는 것은 절대적이며 가장 간절한 것이다. 그런 만큼 먹일 때의 눈 맞춤과 이야기들이 아기에게 그만큼 큰 영향이 갈 것이다. 그래서 말리고 싶은 셀프수유쿠션인 것이다.       


물론 쌍둥이를 혼자 돌봐야 한다거나 손목이 아파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한 번씩 도움받겠다는 식의 사용이라면 한편 도움 되겠다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먹기 시작할 때부터 다 먹을 때까지 최대한 아기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을 권한다. 그런데 당연한 듯 사용이라거나, 셀프수유쿠션을 통해 먹게 해놓고 자리를 비우거나 아기를 살피지 않고 딴 일을 하는 등 육아자의 사정과 편함을 우선한 사용이라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예비맘들을 위해 덧붙이면, 셀프수유쿠션만으로 젖병 속 분유(혹은 모유)를 끝까지 먹일 수 없다. 끝까지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손으로 잡아줘야만 한다. 그리고 자라남에 따라 수유 횟수도 줄고 매회 먹는 시간도 줄어든다. 게다가 아기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대략 5개월쯤 되면 대부분 자기가 잡고 먹으려고 한다. 잡고 먹을 수 있다. 먹게 해도 된다.    

  

셀프수유쿠션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짱구 베게만 써도 된다는 설명도 있던데, 짱구 베개를 쓰면 머리 모양이 예뻐진다는 말이 근거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위생적인 문제도 있다. 신생아만 앓는 것에 아구창이란 것이 있다. 엄마 젖이나 인공젖꼭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수유로까지 가는 주변이 청결하지 못해도 발생하는 고로, 분유 등을 흘리지 않았어도 매일 세탁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 권하고 싶다. 이런 점들을 참고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기가 자라남에 따라 아기의 머리도 커지고 목에 주는 힘이 강해져 손목이 아플 가능성이 거의 100%다. 그래서 신생아 때처럼 한쪽 팔로 아기를 받쳐 안고 한 손으로 먹이는 방법으로 먹이면 산모는 물론 누구나 손목이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번 그처럼 안고 먹이지 않아도 된다.  

젖을 직접 물려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라면 수유 쿠션에 수건을 깔아 아기를 바로 눕힌 후 먹여도 된다. 이때 젖꼭지와 아기 입 거리가 맞지 않는다면 수건이나 속싸개, 천 기저귀 등을 접어 아기가 먹기 좋도록 받쳐준다. 단, 엄마의 앉은키가 커 너무 두껍게 접어야 할 정도라면 엄마와 수유 쿠션 사이에 넣는 방법으로 어기의 목이 자연스러워지도록 해줘야 한다.

젖병 수유라면, 큰 수건이나 싸개 같은 것을 접어 앉은 상태의 몸에 올린 후 아기를 눕힌 후 먹이면 된다. 그런데 젖병을 잡지 않은 손으로는 아기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때 반드시 신경 써야 할 것은, 아기를 안지 않고 먹이는 만큼 의자에 앉아 먹이면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갚은 소파나 바닥에 앉아 수유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방법, 어떤 형태이든 아기를 보면서 먹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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