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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Oct 14. 2022

'단동십훈'을 아세요?

‘포대기’와 함께 이후 세대들에게 오래오래 전해졌으면 바라는 것이 있다. ‘단동십훈(檀童十訓)’이 그것. 그래서 서비스가 끝날 즈음 산모들에게 간략하게라도 이야기해주곤 한다.  

         

“혹시 단동십훈을 들어봤을까요?”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 혹은 대답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 EBS에서 이 단동십훈을 다룬 적이 있다. 그 후 그래도 들어봤다는 산모들이 있긴 하다. 그런데 여전히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산모들이 많다. 그런데 “그럼 도리도리, 짝짝꿍짝짝꿍, 곤지곤지, 섬마섬마...”라고 물으면 "그거예요?", 감탄하듯 놀라는 산모들이 많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반응일 것 같다. 단동십훈이란 명칭은 낯설지만, 생활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우리 입에 자연스럽던 아기 어르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동생을 놀아주며 자연스럽게 쓸 정도로 지난날 정말 친숙했던 것 중 하나였다.    


ebs화면 캡쳐

  

어쩌다 가끔 아기를 보러 온 어르신이 아기를 보고 한껏 웃으며 ‘깍꿍! 깍꿍!’하거나, 아기를 세워 안고 무릎에 발을 닿는 듯 떼는 듯하며 ‘섬마섬마!’하기도 한다. 예전엔 다들 그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하신다. 심지어 아직 눈도 맞추지 못하는 아기에게 깍꿍깍꿍하며 어르는 어르신도 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아기인데 얼마나 예쁘고 존재가 귀하면 저러실까?', 그와 같은 모습은 언제나 기분 좋다.       


그런데 가끔은 어르신들의 그와 같은 행동에 당황하거나 사색이 되어 “이모님! 저렇게 해도 괜찮은 거예요?”라며 걱정스레 묻는 산모도 있다. 특히 아기를 안아 올려 섬마섬마 하는 것에 민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 달이 되지 않은 아기에게는 어쩌면 무리다. 게다가 단동십훈의 내용은 어느 정도 자라 몸을 조금이라도 가눌 줄 아는 아기에게 적용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신생아 시기(~한 달)가 지났다면, 그리하여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면 성장에 따라 적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리하여 깍꿍깍꿍과 단동십훈을 친숙하게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그렇게 대대손손 이어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면, 젊은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깍꿍깍꿍은 단동십훈에 들어있진 않다. 어쩌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아기 키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뜻을 알고 지나갔으면 하는 우리의 전통 육아법 중 하나다. '자신을 혹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알아라'는 뜻인 각궁(覺躬)의 된소리라고 한다. 그런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각궁! 각궁! 했던 것이 오랜 세월을 지나며 깍꿍! 깍꿍!이 되었으리라.       


한 달 무렵 아기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때가 많다. 혹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기도 한다. 아기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를 돌봐주는 어른과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장차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려는 지극히 건강한 반응이다.      


이 무렵부터 무엇으로든 아기와 잠깐이라도 놀아주면 좋은데 대부분 초점 책이나 모빌을 놓아주게 된다. 물론 이런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단 몇 분만이라도 우리의 전통 육아법으로 놀아줄 것을 권하고 싶다.     

ebs화면 캡쳐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은 누워 있는 아기가 볼 수 있는 위치에서(모빌이 있을 그곳에 손을 두면 된다) 천천히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해보기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죔죔 혹은 잼잼(지암지암,持闇持闇) 해준다. 아기가 손을 잘 보면 좌우로 천천히 왔다 갔다 해본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도리도리(道理道理)' 해준다.    

  

아기가 누워 있을 때 해도 되고 안고 있을 때 해줘도 된다. 어른들에게는 참 단순한 이 행동을 아기들은 참 신기해하는 것 같다. 눈을 떼지 않고 보는 아기들이 대부분, 손 움직임에 따라 언제까지고 고개가 왔다 갔다 움직이는 아기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놀이가 어떤 도움이 될까. 시각 발달에 도움 될 것이다. 고개를 움직이는 것으로 목 발달에도 좋을 것이다.     

 

두 번째로 해볼 수 있는 것은 누워 있는 아기에게 다가가 엄마 두 손으로 아기의 두 손을 각각 잡고 "아~함! 아~함!" 혹은 "깍꿍! 깍꿍!(각궁각궁)" 해보는 것이다. 처음엔 빤히 쳐다만 보던 아기가 언젠가부터 입을 움직이거나 살포시 웃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아 옹알이하거나 더 뚜렷하게 웃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리 오래지 않아 까르르 웃을 정도로 좋아할 것이다.     


나아가 70~80일 무렵이면 우리가 단어 여러 개를 조합해 어떤 말을 하는 것처럼 옹알이 여러 개를 이어서 자신의 뭔가를 이야기하는 등 어른들과 나름의 소통까지 하고. 가끔 단동십훈과 연결해 이처럼 말해주면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산모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백일 무렵까지 케어해준 아기들 모두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노래까지 함께 부르던 아기도 있었다.     


다음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은 섬마섬마. 생후 3주쯤의 아기를 한 번씩 엎어주면(먹은 직후는 안된다. 먹은 지 한 시간 정도는 지난 무렵, 트림을 제대로 한 후에 한다. 손가락을 부챗살처럼 활짝 편 후 가슴을 받치며 엎어준다)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준 후 발바닥에 손을 대보면 대부분의 아기가 손바닥을 차고 앞으로 쑤욱! 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목욕시킬 때) 목욕통에 발을 닿는 순간 차보거나, 안아 올릴 때 무릎에 발이 닿으면 점프를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런 반응은 대략 한 달 반 무렵 나타난다. 이런 아기를 양팔로 꼭 끌어안고 무릎에 세워본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섬마섬마! 해준다. 이 섬마섬마는 단동십훈 중 하나로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다. '어린아이가 혼자 걷는 법을 익힐 때, 어른이 아이를 붙들고 있던 손을 떼면서 내는 말(감탄사)'의 뜻처럼 몇 개월 지난 아기들에게도 해주지만 이 무렵 아기에게도 가볍게 해주면 성장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아주 좋다.     


다음으로 해볼 것은 아기를 안고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며 '불아불아 불아불아...' 해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어떤 계기로 친해졌던 한동네 할머니가 손주들을 재우곤 했던 것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해봤던 것인데 아기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아기를 재우곤 한다(아기를 안고 가볍게 좌우로 왔다 갔다 할 때 아기들이 느끼는 것이 배 속에 있을 때 엄마가 움직일 때 느끼던 것과 비슷해서 잘 자는 거란다)     


ebs화면 캡쳐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마다 육아템과 장난감이 넘치도록 많다. 어떤 장난감들은 '국민'이란 수식이 결코 과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그렇다 해도, 어떤 장난감도 엄마·아빠의 손이나 몸, 낯익은 음성을 이용한 이와 같은 놀이에는 비교되지 못한다. 내생각은 그렇다.   

  

아기에게만 좋을까. 산후관리사를 오랫동안 해오며 같은 상황도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전혀 달라짐을 종종 느끼곤 한다. 육아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아기를 잘 몰라서다. 그렇다 보니 아기가 깨어 있으면 전전긍긍, 언제 잘까? 노심초사한다. 혹은 울면 안아서 달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런데 그동안 만약 그랬다면 이제부터라도 가급 아기와 눈을 맞추고 깍꿍깍꿍, 아함 아함 해보라. 정말이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아기가 보여주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육아가 보다 즐거워질 것이다.

    

관련 덧붙이면, 단동십훈을 살펴보면, 아기와 마주하고 앉아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도리도리하면 아기가 따라 한다거나 손을 폈다 접었다 하면 아기도 그처럼 따라 하거나 등처럼 어른이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따라 하는 능력이 생겼을 때 놀아주기에 해당한다. 아래 권하는 우리 전통 육아법으로 놀아주기 중 단동십훈 활용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단동십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단동십훈(檀童十訓)의 뜻은 '단군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열 가지'로 단군왕검 이래로 5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우리의 전통 육아 방식이다.  

 10훈은, ▲1훈 불아불아(弗亞弗亞) ▲2훈시상시상(侍想侍想) ▲3훈 도리도리(道理道理) ▲4훈 곤지곤지(坤地坤地) ▲5훈 잼잼(지암지암,持闇持闇) ▲6훈 섬마섬마(서마사마,西摩西摩) ▲7훈 어비어비(업비업비, 業非業非) ▲8훈 아함아함(亞含亞含) ▲9훈 짝짜꿍 짝짜꿍(작작궁 작작궁,作作弓 作作弓) ▲10훈 질라아비 휠휠(지나아비 활활의,支娜阿備 活活議)이다.    

 10훈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의 여러 부분을 자극하는 것들로 되어 있다. 어른들이 아기와 접촉 하거나, 보여주면 아기가 따라 하는 것과 같은 상호 작용을 하며 온몸으로 놀아주는 것들로 되어 있다. 섬마섬마처럼 아기를 세워 안고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아기와 마주하고 노는 것이 더 많다. 곤지곤지, 죔죔(잼잼). 짝짝꿍처럼 뇌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손을 이용한 것들이 많다.     

이처럼 몸의 각 부분을 자극하는 단동십훈을 통해 아기는 목 가누기 혹은 고개 흔들기, 주먹 쥐기, 손뼉치기, 걸음마 연습 혹은 걷기 등 어지간한 것들을 배운다. 몸으로 돌봐주는 어른들과의 신체접촉이나 상호 작용으로 노는 것이라 부모와의 관계 형성이나 정서 발달에 좋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전통 육아법인 것이다.    

단동십훈이 더욱 의미 남다르게 와 닿는 것은 저마다 남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1훈 불아불아에는 자기를 존중하는 것, 즉 자존감을 갖는 아기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 2훈 시상시상에는 내 몸에 우주, 즉 세상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몸을 함부로 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5훈 죔죔에는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가 담겨 있다.      

이처럼 10훈에는 저마다 자신을 살피고 삼라만상 이치와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아이들에 대한 '~로 자라라' 만으로만 와 닿지 않는다.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로 와 닿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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