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띠가 좋아요. 포대기가 좋아요? 누구는 포대기로 많이 업어주면 오자 다리가 된다고 하던데....”
포대기로 많이 업어주면 오자 다리가 된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근거 없는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일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때문인지 이처럼 묻는 산모들도 꽤 많다.
지극히 새삼스런 설명인데, 아예 처음부터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아기띠에 일단 고정한 후 어른 몸에 밀착하는 아기띠와 달리 포대기는 아기를 그냥 그대로 등에 올린 후 넓은 천으로 된 부분으로 감싼 후 끈을 둘러 고정한다. 물론 요즘에는 고유 포대기와 달리 안쪽에 Y자 천을 덧대 그곳에 아기를 넣은 후 업도록 만든 포대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느슨한 편이라 아기가 그다지 답답해하지 않는다.
아기를 업고 메가폰을 잡았던 우리나라 최초 여성 영화감독인 고 박남옥(1923~2017)
“아기가 밖으로 보게 안을 수도 있지만) 아기띠는 대개 안아주는 사람을 보게 하잖아요. 그래서 안아주는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과 거꾸로 가면서 거꾸로 보게 되죠. 포대기는 엄마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같은 방향으로 보는 거죠. 게다가 업어 보면 알겠지만 다리는 물론 고개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운 것이 느껴져요.”
이 정도 이야기만으로 포대기와 아기띠 중 어느 것이 좋은지에 대한 답은 충분할 것 같다.
여하간, 아기띠와 포대기의 구조와 이용 방법만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아기에게 무엇이 낫겠다’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묻고 확인하는 산모가 많은 것은 그만큼 아기가 소중하고 조심스러워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모들의 그런 심정 이해된다. 아울러, 그래도 이처럼 묻는 산모들은 포대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지레짐작, 포대기에 대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아기띠 하고서는 물 한잔 마시기도 조심스럽고 그렇더라고요. 아기가 앞에 있으니. 백일 지나고 좀 있으면 뒤집고, 그러고 좀 지나면 기어 다니는데그때는 정말 잠잘 때 빼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서 물 한잔도 맘 편히 못 마시거든요. 그때 포대기 있으면 정말 많이 도움돼요. 업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고, 설거지처럼 간단한 집안 일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애들 둘 다 업어 키웠는데 애들 업고 책 정말 많이 읽었어요.
키가 작아서인지 아기띠를 하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넘어지면 어쩌나 불안한데 포대기는 안 그렇잖아요. 그래서 더 포대기가 편했던 것 같아요!"
포대기와 아기띠에 대해 묻는 산모들 대개 외출할 때를 위해서가 아닌 집에서 오래 안아줘야 할 때를 위해 묻는다. 그래서 이처럼 설명해 주면 눈을 빛내며 반가워하거나 “포대기는 허리가 안 아파요?” 되묻는 산모도 있다.
포대기도 오래 하면 허리가 아프다. 그런데 남매 둘 다 서너 살 무렵까지 업어 키운 엄마로서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아기띠로 안아줄 때보다 포대기로 업어줄 때가 훨씬 덜 아프다는 것. 아기띠처럼 어깨까진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 작가 고 최민식 사진 중에 아기 업은 사진이 많다. 업어 키우기는 우리 민족의 보편적안 육아 방법이다.
"신생아 시기가 지나면 싸개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백일 무렵까진 잠잘 때만이라도 싸개를 해주는 것이 훨씬 좋겠다예요. 보온 때문에 싸개를 하기도 하지만, 자궁 속에 있던 편안함 때문에도 싸개를 해주는 것이거든요. 포대기로 업어 주면 아기가 싸개로 감싸는 것과 비슷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네요. 그런데 맞는 것 같아요. 천으로 아기 몸 전체를 감싸는 거랑 비슷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기들도 나중엔 다 좋아하더라요. 어느새 등 붙잡고 일어서서 어부 어부하거나, 포대기까지 끌고 와 업어달라고 할 정도로. 포대기를 들면 업어줄 거다 알고 반가워하는 아기들도 많고요.
도무지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다가도 포대기로 업으면 바로 잠들어버리는 아가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편안해져서겠죠. 아마도 포대기 싫어하는 아기는 하나도 없을걸요!“
포대기로 업어주면 좋은 것 중 또 하나는 이처럼 아기가 푹 감싸줄 때의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따라서 아기의 정서 발달에 좋다는 것이다.
세 살 터울의 남매를 뒀다. 두 아이는 제왕절개와 분유 붐이 일던 1990년대 태어났다. 당시 아기띠나 유모차 같은 육아템들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우리 주변에 흔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포대기, 젊은 세대들은 아기띠와 유모차를 선호했다.
나도 당연히 아기띠와 유모차를 샀다. 하지만 둘 다 겨우 대여섯 번 정도 썼나? 거의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불편함 때문이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아기들에게 전달되었는지, 아니면 편안함에 대한 본능 때문인지 둘 다 아기띠는 불편해했다. 하지만 포대기를 드는 순간 눈을 빛낼 정도로 업어주는 것을 좋아해 첫째는 둘째를 가진 후에도 한동안, 둘째는 4살 무렵까지 참 많이 업어줬다.
"엄마. 내가 어렸을 때 가끔 엄마 등 뒤에 붙어(누워) 있던 것 엄마도 알지? 그러다가 잠들 때도 많았잖아. 엄마 등으로 느껴지는 숨소리가 정말 좋았거든. 편안하고. 그래서 얼굴을 대고 가만히 있으면 기분 좋고 나도 모르게 잠이 오고 그랬지. 아가들도 그래서 업히는 걸 좋아하는 것 아닐까? 엄마가 업어줬던 것 기억나는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찬 것 같고 정말 편안해지거든. 난 이담에 엄마처럼 포대기로 아기 업어 키우겠다는 여자와 결혼할 거야"(몇달 전 어느 날 20대 후반 아들이)
솔직히 아기띠가 포대기보다 폼이 나긴 한다. 포대기는 몸의 많은 부분을 가리게 되니 입은 옷이 거의 폼나지 못한다. 좀 업고 있다 보면 아무리 단단히 여며 묶었어도 헐렁해지는데 매번 고쳐맬 수 없어 아기를 들춰 올리게 되면서 옷이 함께 들춰 올라가며 민망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랬음에도 집안에서는 물론 아기와의 모든 외출 때 오직 업기만 했다. 여러모로 편하고 좋았기 때문이다.
아기 업은 모습을 유독 많이 그린 고 박수근 화백. 예전 사람들은 너나없이 포대기로 업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들을 했다.
18일 차에 만난 아기가 8월 17일 오늘 83일 차가 되었다. 8월 1일부터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신경 쓰는 일이 있다. 뒤집기 연습과 포대기 적응하기이다.
처음 업어 주던 날, 온몸에 힘을 준 채로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는 바람에 몸을 좀 수그린 채로 업고 다녔었다. 그런데 이젠 고개를 똑바로 세운채 집안 구경에 정신없다. 3일 전부턴 방향을 바꾸면 보던 쪽을 더 보겠다고 고개가 미처 따라오지 않는 것이 느껴지곤 하는 것이 세상 구경에 재미를 느끼는 눈치다.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포대기를 촌스럽다고 기피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포대기로 아기 업은 모습 인증 사진이나 소감까지 올릴 정도로 외국에선 우리나라 포대기 인기가 많다네요. 좋은 점이 입소문 나 갈수록 수출이 늘고 있다는데, Podaegi(포대기) 혹은 ‘Korean Podaegi(코리안 포대기)’라는 이름으로 팔린다니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미국이나 영국 현지의 육아용품 전문 사이트나 아마존 같은 데서 대략 54달러(우리나라 돈으로 6만 원가량) 정도에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워낙 선호했던 육아템 포대기였지만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관심이 없어졌다. 포대기에 관심이 다시 가기 시작한 것은 이 일을 하면서. 그제야 문득 포대기로 아기를 업은 모습을 거리에서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진즉부터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포대기에 대해 묻지 않아도 내가 먼저 포대기의 장점에 대해 말하며 권고해오고 있다.
다행히 갈수록 포대기를 가지고 있는 산모들이 많다. 아마도 포대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으로) 포대기에 대해 묻는 산모들도 갈수록 느는 것 같다. 포대기를 선뜻 구입해 현재 서비스 중인 산모처럼 길들여줬으면 바라는 산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여전히 드물지만 아파트 현관에 아기를 업고 있는 어르신들도 예전보다 훨씬 자주 보인다. 정말 다행이다.
아기를 업고 있다 보면 발가락도 꼬물꼬물, 손가락도 꼬물꼬물, 간질거림이 종종 느껴지곤 한다. 기분 좋으면 엉덩이와 다리에 힘을 주고 들썩거리는 아기들도 많다. 아기가 이러면 웃음이 나온다. 넘 기분 좋다. 아기를 업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등에 얼굴을 대고 잠들면 더욱 편안해진다. 아기를 오롯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아기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으면 좋겠다.
처음 며칠 업힐 때마다 긴장했던 아기가 어제부터는 등에 한쪽 뺨을 살며시 가져다 대곤 하는 것이 아마도 포대기에 90% 적응한 것 같다. 그런 아기를 느끼며 계산하고 있다. 언제쯤 산모에게 업는 연습을 시켜보면 좋을까?
참, 이 아기는 먹은 지 두 시간 지나서도 트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때문일까. 트림 때문인 것 같아 오랫동안 안고 토닥거려도 트림을 좀처럼 하지 않을 때 업어주면 트림을 시원하게 하곤 한다. 트림을 시원하게 쏫아낸 덕분인지 훨씬 편안해 하는 것도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포대기가 좋은 점 한 가지 더 덧붙인다. '업어주기는 트림에도 도움 되는 것 같다'라고.
'포대기를 하다가 아기를 떨어뜨리면'의 두려움과 불안때문에 포대기를 망설이는 산모들도 있다. 포대기로 아기를 길들인 후 산모에게 업는 법을 체험시켜보면 2~3번만에 터득하는 산모들이 대부분이다. 예전엔 박수근 그림 '아기를 업은 소녀'처럼 정말 많은 소녀소년들이, 심지어는 열살이 채 되지 않은 언니오빠들이 동생들을 업어 키웠다. 사실상 그처럼 쉽다. 유투브에 포대기로 업는 법 동영상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