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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an 16. 2023

손님 왔다고 아기가 잠투정?


며칠 전 (2023년 1월 14일) 유입 키워드 부분이다. 이중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아기낮에 낮선사람오면 잠투정'이다.


미뤄 짐작, 이 검색어로 이 브런치에 닿은 그 누군가가 궁금해했을 것은 '낮에 낯선 손님 온 것으로 아기가 잠투정을 할 수도 있나요?' 정도 일 것 같다.


답부터 말하면 "네, 그럼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요!"다.



코로나 19로 산후조리중인 집에 손님 오는 것이 대체적으로 줄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다시 방문이 늘고 있다. 며칠 단위로 외부에서 누군가와 어울리고 오는 산모도 늘고 있다. 솔직히 불안하다.


산욕기를 지나온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막막하고 힘들고, 나만 세상에서 동떨어진 듯한 고립감도 수시로 몰아치고, 아기가 소중하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뭔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 명쾌하지 못한 것들이 잔뜩 엉켜 있는 그런, 복잡하고 막연히 억울한 그런 감정들을.


이해한다. 그래서 예전엔 ‘한두 명의 친구라면 놀러 오는 것도 괜찮겠다. 기분 전환이 되겠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산모의 정신 건강에 좋겠다, 산후회복에 도움 될지도 몰라!’로 생각하는 쪽이었다. 별달리 생각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젠 "가족일지라도 꼭 필요한 사정이 아니라면 가급 백일 이후 방문"을 권하곤 한다. 모든 아기들이 그렇다는 아니지만 누군가 왔다 간 후 더욱 안기려 하거나, 평소보다 덜 먹거나, 잠든 것 같아 내려놓으면 보채거나(잠투정을 하거나), 내려놓으면 꿈쩍꿈쩍 놀라거나 등 민감해지는 아기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꺼번에 여러 명의 어른들이 몰려왔거나, 손님 중에 어린아이가 있었던 경우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왠지 부산스럽다. 막연히 불안하다. 아기들의 이런 변화에 대해 “엄마로부터 떼어 놓을까 봐 불안해서”라는 전문가도 있고, “설레어서”라는 전문가도 있다.       


솔직히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낯선 누군가의 방문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불안해하는 아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는 것이다.


두 달 케어한 아기였다. 자연분만인 데다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으니 65일 차 무렵 케어를 끝냈을 것 같다. 이후 백일까지, 친정엄마가  함께 지낼 계획으로 지방에서 오셨다. 친정엄마, 즉 외할머니가 안으려 하자 아기가 눈에 띄도록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친정엄마에게 안겨있는 내내 불안한 얼굴빛으로 내 동선만 쫓았다. 친정엄마 보기 민망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백일까지 해준 한 아기가 80일 차 무렵에 보여준 안타까운 모습도 생각난다. 유독 바쁜 아빠였다. 밤늦게 오는 날도 많았고 며칠 만에 집에 오기도 했다. 어느 날 출근하니 산모가 말했다.


"어제 남편이 모처럼 일찍 퇴근했거든요. OO이가 아빠가 안았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더라고요. "


아기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단다. 남편 보기가 민망했단다. 그 산모에게 답했다.


"혹시 그 이후 안아달라고 보채지 않던가요?(대답: 네. 그랬어요) 아마도 아빠가 자주 안아주지 못해 낯설어서 그랬나 봐요. 오늘부터 가능하면 일찍 오셔서 아기를 좀 많이 안아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가급이면 노래도 불러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면 더욱 좋겠죠?"


흔히 7~8개월 무렵부터 낯을 가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론 이 아기들처럼 한두 달밖에 안 됐는데 낯을 가리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기들이 적지 않다.


두달 무렵 아기 이야기만 했다. 그래서 그렇다면 신생아들은? 잠만 자는 시기이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 의견을 말하면. 예방접종 등으로 인한 외출이 어른들에겐 번거로운 정도이다. 하지만 아기들은 밖으로 나가는 순간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먹지 않거나 평소보다 적게 먹는 아기들이 대부분이다.


관련해 덧붙이면, 아기들이 보채는 것은, 혹은 안아달라고 하는 것은 어른들에게 어떻게 해주세요 호소하는 것이다. 힘들거나, 불편하거나, 두렵거나, 불안하거나 해서. 잠투정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로 잠을 자기 힘들어서일 것, 낯선 누군가로 인한 두려움이나 불안함도 그 원인으로 충분할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금줄을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는 옛 풍습을 그야말로 케케묵은 옛날 풍습으로만 생각하는 산모들도 많다. 혹은 삼칠일만 지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산모들도 많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예전엔 케케묵은 풍습이란 생각 쪽이었다.


그런데 산후관리사를 하게 되고 이처럼 누군가의 방문으로 불안해하는 아기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을 풍습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덧붙이면, 백일 정도 되면 아기들이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다. 산책처럼 어떤 변화를 좋아하는 아기도 많다. 산모의 몸도 많이 회복된다. 감염 가능성만 없다면 누군가의 방문이나 무리하지 않는 외출이 아기의 성장에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손님 접대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산모들 스스로 잘 안다. 그래서 산모가 먹고 싶어 하는 것 위주로 사 와 나눠 먹거나, 주문해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쩌면 친구가 찾아오는 것쯤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산모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많이 불편하다.          

 아기를 돌보며 집안일까지 해주기는 절대 쉽지 않다. 어떤 경우에든 매일 해줘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거의 매일 시간을 쪼개가며 해준다. 그래서 아기가 유독 보채 많이 안아줘야 하는 날엔 더욱 동동거리며 일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손님이 오면 매일 그 시간 무렵에 하던 일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산모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산모가 원하는 일이라 선뜻 뭐라 말하지 못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급 백일 전에는 방문하지 말았으면…….”, 그 이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곤 한다. 꼭 봐야 한다면 "차라리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고 오는 것이 기분 전환에 더 좋겠다" 돌려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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