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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May 10. 2024

101. 그래도, 공교육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똘똘하게 키워드를 이용할 생각은 당연히 하지 못하고 브런치 홈에 뜨는 글들을 뒤적이다  내가 찾는 글이 없어 심드렁하던 ,

앗, 키워드라는 게 있었지?


브런치에 들어오면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관심 가는 키워드는 교육이다.

하! 여기다 숨어 있었구나.

Applepie 작가의 '그래도, 공교육'.

20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가 쓴 책이다.



책에서 나온 미혼 시절 선생님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뜨끔했다. 미혼 선생님을 낮보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머리도 안 올리고, 아이도 안 낳아봤으면서 뭘 알까 싶은 마음을 들켰다. 머리 올리고, 아이를 낳는다고 뾰족한 수가 있지도 않으면서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면서.

할머니 선생님은 또 할머니 선생님이라 안 되고, 미혼은 미혼이라 안 되고. 없는 자식을 만들 수도 없고, 자식이 크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데 말이다.  



행동이 느리고 우울해 보이는 아이가 눈에 밟혀서 뇌 관련 서적을 읽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학기 초에는 그냥 한 덩어리도 보이던 아이들이 제 각각 색깔을 가지고 꽃으로 피어나는 놀랍고 경이로운 과정을 매년 경험하신다니 부럽기 짝이 없다.



복직의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퇴한 여교사 분의 이야기는 너무 공감이 돼서 갑자기 동창이라도 만난 기분이다. 남의 아이 키우자고 내 아이 배신 때리는 거 같은 기분. 그렇지만 남의 아이도 궁금해 죽겠는 기분 알 것도 같다. 모두 인간임을 있지 않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텐데. 바쁠수록 자꾸만 인간이 아니라 도구 취급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도구, 돈 받는 도구, 들어주는 도구, 요리해 주는 도구. 공부하는 도구. 사실은 모두 인간인데. 나도 정신 똑똑히 차려야지. 



아이들이 말하게 하는 비법이야 말로 내가 진짜 필요하다. 아이들 이야기를 귀뿐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주는 비법을 전수받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 10명도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도 사연과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20년 차 교사의 사연과 사고 보따리는 얼마나 클까.



지금 당장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지금 당장 고쳐주는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들어주고, 스스로 깨닫게 기다려주고, 틀리고 배울 기회를 주고, 다시 할 기회를 주는 교사의 진심은 유효기간이 너무 길어 아이들이 크고 난 한참 후에 나온다. 그런 교사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책을 통해 느껴지는 그 진심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운명으로 인해 생기는 차이를 보듬을 수 있는 최선책인 공교육. 그래도 공교육는 지켜야 한다. 그래도 공교육은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그래도 공교육이 있어서 다행이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Applepie


https://brunch.co.kr/brunchbook/schoolkid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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