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등학교 여름 방학.
큰 아이가 계획이 많다길래 물었다.
뭘 할 생각인데?
'봉사하고, 여름학기 수업 듣고......'
모범생인 큰꿀이는 방학 시간표도 학교 다닐 때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물었다.
사회에 나갈 준비는 잘 되고 있냐고.
사회가 어떤지 궁금하진 않냐고.
혹시 모범생인 큰꿀이가 문이 닫혀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대문이 열려있다고 알려 주고 싶었다.
혼란스러운 눈치다.
며칠 후 친구들이 많이 일하는 식당에서 알바를 하는 게 어떨지 묻는다.
무턱대고 친구들 따라 식당을 선택했다는 게 아쉬웠다.
거기가 어딘데?
그랬더니 차로 20분 거리라 차로 통근을 시켜줘야 한다고 한다.
난 바빠서 못 한다고 했다.
황당한 표정이다.
궁리를 하는 듯하더니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주면 타고 다니겠다고 한다.
자전거로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생각해 보자고 했더니 얼마 뒤 집 옆 샌드위치 가게에 원서를 낸다고 했다.
걸어서 10분 거리, 차도 필요 없고 자전거도 필요 없게 됐다.
내 친구는 어차피 사회에 나가면 지겹도록 돈 벌어야 하고, 힘들 텐데 뭐 하러 미리부터 애들 진 빠지고 때 타게 벌써부터 시키냐고 한다. 때가 되면 다 알 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알바하라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돈 벌고, 일하는 걸 빨리 끝내버려야만 하는 일, 지겨운 일, 마지못한 일로만 봐야 하는 걸까?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눈여겨봤으면 싶었다.
친구 따라갔으면 일자리를 쉽게 구했겠지만 큰꿀이는 알바를 알아보면서 통근 거리를 고려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집 앞 햄버거 가게 주방은 너무 더럽고, 그 옆 가게는 너무 바쁘고, 커피 전문점은 20살 이상만 뽑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고졸 졸업장 없이는 자기가 일하고 싶은데선 일을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맨날 숙제도 안 해 온다고 한심하게 생각하던 친구들이 알바를 구한다고 하니 이런저런 조언을 주니 달리 보인다고 했다.
월급이 들어올 계좌를 세우면서 아빠를 붙잡고 늘어져서 이것저것 세금 보고에 관한 조항들도 물어본다.
대학에 가도 끝이 아니다.
취직을 해도 끝이 아니다.
결혼을 해도 끝이 아니다.
아이를 낳아도 끝이 아니다.
끝이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끝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면 좋겠다.
큰꿀이는 페달을 굴려서 홀로 서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인가 보다.
작꿀이는 홀로 서려면 페달을 굴려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중인가 보다.
홀로 서는 것은 같이 가기 위해서라는 것을 나도 이제야 어렴풋이 배웠다.
바퀴 두 개로 달리는 자전거는 달리지 않으면 넘어진다.
미완성일지언정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머리가 흩날리는 작은 성취감이라도 만끽하고
호기심이 이끄는 그곳을 향해
한계에 도전하면서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간들, 풍경들, 사람들, 사건들을 흠뻑 즐기며 미완하길.
조금 서두른 감이 있지요?
요즘 가속도가 붙었는지 마음이 바쁘네요.
그래도 저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즐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운 미완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