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o습o관 Jun 19. 2024

110. 마음이 들어있는 말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사진계의 두 거장이 산다.

인상파와 사실파



나는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면 싫은 게 아니라 귀찮다.

보면 되지 뭘 귀찮게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자시고 하는지. 

설령 내가 옆구리 찔려 사진을 찍게 되더라도 나는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나오게 사진을 찍는다. 

얼짱 표정, 얼굴 각도, 배경, 조명, 이런 거 싹 다 무시한다.

내가 마음에 쏙 드는 표정이 나오면 입가에 짜장이 범벅이 돼도 상관없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는다. 

큰아이 중학교 졸업할 때 행사에 쓰일 사진을 보내라기에 

어느 날 큰아이가 집에서 까분다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지은 못난이 얼굴을 운 좋게 찍은 사진이 있어 보냈다. 

졸업행사 대형 스크린에 그 얼굴이 대문짝 하게 나와서 학교에서 모범생이고 새침한 큰 아이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이제 많은 아이들이 너를 기억할 거라고. 



내가 사는 곳 근처 유명한 도시의 아름다운 마천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우리 집 사실주의 작가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기함을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호수가 대각선으로 있을 수 있는 거냐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빌딩 꼭대기를 다 저렇게 잘라먹을 수 있냐고 한다.

맨날 가도 맨날 있는 건물 앞에

건물처럼 딱딱하게 차렷 하라고 하고는 

자로 잰듯 가로세로 맞춰 0점에 우리를 꿔다 놓고 찍는 사실주의 파는 인상파의 작품이 기가 차는 모양이다. 



그래도 여행가서 세발짝 갈때마다 자꾸 차렷시키는 대장보다야

그 때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 표정을 대문짝만하게 박아주는 인상파다 낫지 않냐는게 내 변론이다. 



이렇게 우리의 얼도당토 없는 싸움 끝에

마음씀 작가의 사진을 보니 아.... 우리는 인상파도 뭣도 아닌 막가파구나 깨닫는다.

그리고 사진 뒤에 담긴 이야기를 보니 아...... 글과 그림 두 가지를 담을 수 없는 내 가슴은 실로 빈약하구나 깨닫는다. 



마음을 담아 말하는 사진을 찍을 찰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까. 

마음이 담긴 그림말이라는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들어있는 말들 [마음씀]

https://brunch.co.kr/@photothink/1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