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나라
리처드 다킨스가 말한 대로 정신을 새긴 유전자는 없지만 정신은 문화로 새겨져 전달된다.
우리의 정신은 역사 속에서 우리가 살아온 방식, 문화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진화하였다.
고조선에서 시작해서 삼국시대, 고려, 발해, 조선,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이어온 것은 사람이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닌데
한국 문화가 다른 이유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기대, 이해, 사랑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우리의 감도는 예민하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인 동물에 불과하지만
끊임없이 정진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함께 가면 힘든 길도 즐겁게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왔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적이 없고
사는 것이 녹록하지 않았던 적도 많았지만
반만년 사람을 지켜온 우리가 해내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
사람이 선다면 기술의 발전이 두렵지 않고
기술이 발전이 있어도 사람이 무너지면 백해무익이다.
차인표 작가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 본다면'이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어 교재로 채택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이제는 배우보다 작가 차인표 씨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어와 역사 문화도 같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교재가 될까 싶어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기대가 된다.
나도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와 다른 한국어 작가의 다양한 책들을 이용해서 한국어 수업을 해온지 수년 째고 지금 쓰고 있는 책의 목적도 그런 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담은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학에서 하는 심화 한국어 과정으로 역사적 배경 진하게 담은 차작가의 소설이 적합할 테다.
하지만 외국 친구들의 다양한 한국어 수준과 관심을 생각할 때 우리의 특별한 역사적 배경이나 어휘의 나이가 느껴지는 책 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가 쓰는 한국어, 지금 우리가 쓰는 한국어를 쓰는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글이기에 가능하지만 누구나 궁금해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목적으로 성급하게 밟아간 꼬리 끝에 간신히 찾은 비법 재료는 사람이었다.
잘 안다고 생각한 한국이었는데
평생 한국인으로 살았는데
지구가 좁다 못해 우주로 나아가고,
하루가 아니라 초단위로 빠르게 변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 현실에서
우리가 아끼던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나조차도 희미해져
대번에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p.s. 덕분에 쓰는 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