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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Dec 21. 2023

글습관 01 영업시간

책.습.관.

저기 작가 소개 밑에 프리랜서라는 내 직함을 보면 나는 코웃음이 난다. 너무 거창하지 않나. 브런치에 직업을 등록하면서 어느 직업군 하나 마음에 딱 차는 것이 없지만 프리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진짜인 것 같아서 프리랜서를 골랐다. 벌써 책을 두 권이나 냈지만 책 써서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니 작가는 택도 없다. 내가 쓰는 글이 결국은 에세이지만 에세이를 쓰고 싶어 쓰는 것은 아니니 에세이스트도 내키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한국학교 선생도 생업이 아니니 직업이라고 하기는 쑥스럽다. 주부도 유력하긴 한데 살림에 전문성이 떨어지니 가족들 보기 조금 미안하다.  내가 직업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면 글쟁이라고 하고 싶다.  떼쟁이, 고집쟁이 처럼 -쟁이는 원래 직업까진 아니지 않나. 돈 받고 따박따박 쓸 능력은 안 되지만 쓰고 싶은 글이 머리에 들어오면 가슴이 쿵쾅대니 쟁이 정도는 붙여도 되지 않나 우겨본다. 이렇게 나도 언제 올지 모르는 때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때를 미리 정하고 글을 쓰겠다는 확답을 못해서 나는 브런치 앱이 없다. 매일 들어와 쓸 수도 없고 혹여 쓰면 하루에도 몇 번씩 종 옆에 파란 점이 달렸나 안 달렸나 궁금한 내 호기심 때문에 컴퓨터를 켤 때만 들어와 보기로 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처럼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이겠지. 조금 있으면 시들해지겠지 하며 앱을 깔았다 지웠다 한다. 


간만에 브런치에 들어오니 어느 분이 왔다가셨다는 흔적과 함께 브런치에서 [글 발행 안내]가 보인다. "글쓰기는 운동과도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고 쓰는 근육을 기르는게 중요하답니다." 

나도 안다. 그런데 소소한 글이 성에 차지 않는다. 목적이 있는 글이 좋다. 심지어 다음이 궁금한 글이면 좋겠는데. 이건 욕심을 넘어 욕망 수준이다. 내가 만약 가수였다면 나는 신비주의를 고수했을 테다. 소소한 일상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는 요즘 연예인들은 성격들이 좋은건지 배포가 큰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한물간 노래가 그렇게 좋은건가. 이런걸 예술병이라고 한다는데. 약도 없다는데. 


원래 쓰려던 글의 목적을 다한 후 소소하고 한가하게 살고 있는데 어느 분이 구독을 누르셨다. 불현듯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청소기에 들어가는 먼지들 마냥 빨려들어가는 교육비를 지원하려고 화장품 가게를 시작했던 엄마는 연중무휴 가게 문을 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좀 쉬면 안 되나 퉁퉁거려도 무슨 고집인지 소용 없다. 손님이 왔다 그냥 가면 안 된단다. 누가 보면 떼 돈 버는 줄 알겠다고 아빠까지 한마디 거들어도 묵묵부답이다. 그녀가 돈 때문만은 아니란 것은 입 한번 못 벌린 계산대가 말해 준다. 한적한 내 브런치에 들린 구독자가 혹시나 화장품 가게에서 커피 한잔 못하고 헛걸음한 손님이 아닌가 싶어 글을 쥐어 짜낼 용기를 낸다. 내 브런치 영업시간은 " 때가 오면" 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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