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 36 문신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제게 물어요.

"넌 문신해 보고 싶어?"

제 대답은

"나중에 마음이 변하면 어떡하려고?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게 나중엔 변할 수도 있잖아. 나를 문신에 가둔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어! 그거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이 한 말인데. 자유로우려고 하는 문신에 조차 갇히기 싫다니 멋지지 않냐?"



메가데스가 생각한 걸 너 따위가 생각했냐는 친구의 놀라움과 질투 섞인 눈빛에 메가데스의 음악적 진가를 모르는 전 또 심드렁하게 대답합니다.

"그래?"



그 이후 이어지는 메가데스에 대한 열강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음악가, 예술가의 하루를 상상해 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술가들의 하루엔 몰입을 위한 습관은 필요 없어 보입니다. 그들의 선택지는 딱 하나입니다. 오히려 무서운 몰입에서 꺼내 줄 습관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저한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한 술 더 떠 욕심이 낳은 선택장애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서운 몰입이 아닌 소소한 몰입에라도 들어가고자 온갖 의식을 치러야 합니다.



저의 소박한 몰입을 위해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 선점과 방해물 차단입니다.

습관으로 우선순위를 선점하는 전략을 공략한 예는 많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했다는 칸트처럼, 오전에 4시간은 무조건 글을 쓴다는 작가, 만화를 그린다는 만화가처럼 습관에 목숨을 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습관으로 몰입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건 그나마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식탁 한 구석 제자리에 똬리를 틀고 앉습니다. 이제는 제법 습관이 돼서 엉덩이 몇 번 들썩이는 걸로 끝나지만 예전엔 수십 번 들락날락했습니다. 갑자기 커피도 생각나고, 핸드폰 충전도 해야 하고, 입이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 어렵사리 일찍 일어나서 간신히 만든 시간에 하필 생각난 이메일도 보내야 하고. 그러다 바로 옆 유튜브 버튼을 '실수'로 눌러서 손흥민 선수의 수많은 인생 경기를 온갖 각도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 놓는 것으로 다른 선택지를 애써 지워버립니다.



이렇게 간신히 정해진 선택지를 붙들고 앉으면 다음은 방해물 차단입니다.

소음, 빛, 날씨, 조급한 마음, 잡생각, 욕심, 전화, 카톡, 뉴스, 음악, 기분, 세일, 도시락, 알람, 연필심 등 저에겐 다양한 방해물이 있습니다.

동물의 몰입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저는 글쓰기 습관을 위해 파블로프의 법칙을 추가합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저는 매번 새로운 곡으로 바꿔 트는 사치를 부리지 않습니다. 처음엔 소음을 막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등장하면 나오는 주제가 같은 거죠. 자리에 앉자마자 주제가를 끊임없이 돌립니다. 그럼 신기하게 벨소리에 자극받아 침을 사정없이 뱉어내는 침샘 마냥 글이 나옵니다. 물론 그 글이 명작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하튼 생각을 뱉어내는 작업,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들에는 가능합니다.


역으로 청소나 김장같이 몸이 고되거나 뇌가 그다지 필요 없는 일이라면 뇌를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틉니다. 영상이 되기도 하고, 신나는 음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에 몰입한 사이 귀찮은 일, 힘든 일을 해치우는 방법입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려고 하면 온갖 잡생각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소리, 작은 불빛 모두 떼로 달려듭니다. 명상은 꿈도 못 꿉니다. 생각 방해물을 차단하기 위해 몸을 씁니다. 운동을 할 수도 있고, 걸을 수도 있고 청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소음을 막아주는 음악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물론 엉뚱한 길로 갈 수도 있고, 청소 후에도 깨끗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도 있습니다. 생각이란 녀석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몸을 쓰는 척하며 매복했다가 나타나기만 하면 덮쳐버릴 작정입니다.


읽는 것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방해받을 일이 없는 새벽 시간이 제격입니다. 귀에 듣기 좋은 음악, 감수성 터지는 음악은 간신히 하는 읽기보다 혹하기 쉬워 귀마개 역할을 못합니다. 무언가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작업을 하는 이때만큼은 가사가 없는 노래나 그도 아니면 노래도 없는 정막이 저한테는 더 효과적입니다.


생각도 해야하고 읽기도 해야하는 수업시간에 귀에 콩나물을 꽂아도 수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녀석들은 도대체 어떤 몰입의 경지에 이른 건지 궁금합니다. 청소할 때 트는 제 음악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니어야 할 텐데요.



문신처럼 딱 붙어서 저절로 행해지는 습관, 망설임, 선택, 방해물로부터 자유를 주는 습관이 제가 새기고 싶은 습관입니다. 이렇게 유난을 떨어서라도 몰입 언저리에 가봅니다.

문신은 계획에 없습니다. 문신도 습관도 변하는 세월, 상황, 마음 앞에 영원하리란 약속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없이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굳이 필요할까도 싶습니다.



하늘이 내린 날개가 나길 기다리며

자유를 위한 근육을 키우기 위해

습관을 붙잡고 퍼덕퍼덕 요란하게 날개짓을 연습합니다.




여러분의 책. 습. 관. 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 습. 관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36-e2gorn4

https://youtu.be/TrMUYeXcJK8


습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하는 행동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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