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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Nov 03. 2021

?: 페미니스트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죠?

치마만다: 왜 이 질문은 이렇게 멍청하죠?

나이지리아 출신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가 나이지리아의 패션 잡지 SCHICK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속전속결 페미니즘 질문답변을 들어보자.


https://youtu.be/DKHtyxi4Hdw


Q. 왜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화가 나 있나요?

치마만다: 왜 이 질문은 이렇게 멍청하죠? 페미니스트들은 화나지 않았어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건 질문 한 사람이 문제가 있는 거고, 그럼 당신은 얼마나 많은 페미니스트를 아는데요?라 물어볼 수 있겠네요.



Q. 왜 페미니스트들은 털을 깎지 않죠?

치마만다: (자신의 겨드랑이를 살펴본 뒤) 저는 깎는데요, 그리고 페미니스트구요. 



Q. 여자만 페미니스트일 수 있나요?

치마만다: 사실은 아니에요. 저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요. 꼭 여성만 페미니스트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페미니스트도 결혼 하나요?

치마만다: 하하하하하하. 음, (본인의 결혼반지를 내보이며) 저는 남자와 결혼했어요. 그리고 페미니스트입니다. 



Q. 왜 여성성(Femininity)은 약한 것으로 간주되나요?

치마만다: 사실 여성성은 약한 게 아니에요.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보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건 우리가 여성들이 하는 일은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는 세상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성이 여성과 관련된 것이고 당신은 약하다고 말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여성성이 꼭 여성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성적인 남성도 있죠. 그건 괜찮은 일이에요. 그리고 여자 중에도 남성적인 사람이 있죠. 그 또한 괜찮은 거예요. 저는 여성성을 좋아해요. 저는 제 여성성을 길러준 훌륭한 여성, 그레이스 아디치에(지난 3월 작고한 치마만다의 어머니) 아래서 자랐고,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를 꾸미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저는 모든 여성이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걸 싫어하는 여성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여성성은 약하지 않아요. 남성성도 강하지 않아요. 단지 사람들이 가진 특징일 뿐이죠. 



Q. 페미니스트는 무엇을 추구하나요?

치마만다: 근본적으로 페미니스트는 정의를 추구합니다. 페미니스트는 공정한 세상을 원하고,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요. 그리고 페미니스트는 모두가 기회를 갖길 바라고, 또 당신의 기회가 당신이 어떤 몸에 태어났는지와는 상관없는 세상을 원해요. 페미니즘은 정의를 위한 운동이에요. 평등을 바라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고, 누구든 평등과 정의를 믿는 사람이라면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페미니즘이 당신의 경력을 해칠까요?

치마만다: 아니요. 페미니즘은 사실 많은 여성들이 경력을 가지게 된 이유예요. 



Q. 페미니즘은 왜 오해받을까요?

치마만다: 이런 질문 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아니고, 사실 저는 페미니즘은, 이건 사실 페미니즘뿐 아니라 정의와 관련된 운동도 오해를 많이 받는데요, 너무나 많은 오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보면, 사람들은 지금 상태가 변하는 것을 불편해해요. 만약 수세기 동안 여성을 재산으로 보거나, 여성들이 여러 가지 제한을 받거나 하는 세계에서 당신이 갑자기 그것을 바꾸려 하고, 평등하게 만드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저항할 거예요. 그들에겐 당신이 그들이 아는 세계를 바꾸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페미니즘은 화나고 미친 사람들이 남자를 죽이는 거라고 말해요. 하지만 페미니즘은 그런 게 아니에요. 다른 정의 운동처럼 페미니즘도 가끔 오해받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정의 운동처럼 페미니즘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알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기도 해요.




이 인터뷰에서 치마만다 아디치에는 아주 단호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도 한때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길 주저했던 때가 있다고 한다. 아디치에의 2014년 책,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서 그는 처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디치에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은 그러지 말라며 페미니스트는 '시집을 못 가서 불행하고, 서양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고, 남자를 혐오하는 여성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이 모든 참견에 아디치에는 스스로를 '행복하고, 남자를 혐오하지 않는, 그리고 남자가 아닌 자신을 위해 립글로스를 바르고 하이힐을 신는 것을 좋아하는 아프리카인 페미니스트 a  Happy African Feminist Who Does Not Hate Men And Who Likes To Wear Lip Gloss And High Heels For Herself And Not For Men'라고 해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보여주는 것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느냐는 것이에요.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를 혐오하고, 브래지어를 혐오하고, 아프리카 문화를 혐오하고, 여성이 언제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화장도 안 하고, 제모도 안 하고, 항상 화가 나있고, 유머감각도 없고, 데오드란트도 안 쓴다고 생각해요.

what it shows is how that word feminist is so heavy with baggage, negative baggage: you hate men, you hate bras, you hate African culture, you think women should always be in charge, you don't wear make-ups, you don't shave, you're always angry, you don't have a sense of humour, you don't use deodorant.




지금의 아디치에는 이렇게 여유롭고 당당한 페미니스트가 되어 남성이건 여성이건, 여성의 경우 화장을 하건 제모를 하건 평등과 정의를 믿는다면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은 그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한국 사회엔 페미니스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도 하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공공연하게 밝히면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미니스트임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대신, '모든 차별에 반대합니다'같은 점잖은(?) 말로 퉁치고 싶은 생각도 들곤 하는데, 이 책에 아주 비슷한 맥락의 일화가 나온다. 누군가 아디치에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왜 페미니스트죠? 인권운동가 같은 거라고 할 수는 없었나요?" 이에 아디치에는 "물론 페미니즘은 인권의 한 부분이에요. 하지만 인권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은 젠더와 관련한 특수한 문제들을 감추는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여성 차별은 무엇이 개인적인 특성이나 취향이고, 무엇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조차 쉽게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교묘한 배제와 억압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해결책은 아마도 명백하건 애매하건 어쨌든 여성 차별이라고 생각되는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이야기 나누는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페미니스트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이 책의 말미에 아디치에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남긴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나의 정의는 남자든 여자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 오늘날에도 젠더에 대한 문제들이 있고, 우리는 이걸 고쳐야만 해, 우리는 더 나아져야 해.' 
My own definition of a feminist is a man or a woman who says, 'Yes, there's a problem with gender as it is today and we must fix it, we must do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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