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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Dec 21. 2021

델타보다 빠르지만 약한 오미크론?(코로나19 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미크론 변이 상황

지난 12월 1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이 20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22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그동안은 부통령 데이비드 마부자(David D Mabuza)가 대통령 대행을 했다. 


참고로 데이비드 마부자는 교육가 출신의 정치인으로 제이콥 주마(Jacob Zuma) 전 대통령의 당내 경선을 지원하고, 현 대통령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당내 경선 승리 또한 도우며 여당 아프리카국민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확진 소식을 전하는 대통령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쳐.


다시 코로나19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1월 24일 전 세계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밝혀 낸 이후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4차 대유행(wave) 혹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부르곤 하는 이번 대유행의 확진자 증가세는 이전에 겪었던 세 번의 대유행보다 훨씬 빠르고 일일 확진자수는 평균 2만 명 정도로 더 많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더 강한 전파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보다 증상이 가벼운 편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물론 여전히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낙관론을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남아공 보건부의 조 파샤(Joe Phaahla) 장관은 17일 진행된 비대면 미디어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하우텡(Gauteng) 주의 일일 확진자 수가 가장 많다고 말했는데, 4차 대유형의 주간 확진자 수 평균은 10만 명 당 37명으로 1차 대유형의 21명, 2차 대유행의 32명, 3차 대유행의 33명(10만 명 당)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파샤 장관은 입원 환자 수는 확진자 증가세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3차 대유행의 초반 첫 2주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통계를 언급했다. 3차 대유행의 2주 차(2021년 6월 17일~24일) 확진자 수 대비 입원 환자의 비율은 19%에 달했는데, 4차 대유행 2주 차(2021년 12월 9일~15일) 확진자 수 대비 입원 환자 비율은 1.7%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확진자가 경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파샤 장관은 이런 현상이 오미크론 변이 자체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우텡 주의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통계 그래프. 출처: Financial Times


파샤 장관 브리핑에서 언급한 추측은 50대 이상 시민의 접종률이 높다는 것이었는데, 접종 완료자 기준으로 성인 인구 백신 접종률은 38.5% 정도인데, 50대의 접종 완료율은 약 56%, 그리고 60대 이상 접종 완료율은 약 59%이다. 

남아공 지역별 접종 완료율. SAcoronavirus.co.za 캡처
남아공 연령대별 접종 완료율. SAcoronavirus.co.za 캡처


남아공 정부는 시민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백신 추첨과 백신 상품권이다. 


백신 추첨은 최근 남아공의 DG 머레이 신탁(DG Murray Trust)이 남아공 정부와 함께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백신 접종자 대상 상금 추첨을 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응모가 되고, 매주 당첨자를 뽑아 5명에겐 10만 란드(약 750만 원)를, 50명에겐 1만 란드, 1,000명에겐 1천 란드를 상금으로 지급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시점부터 12월 31일까지 매주 이어지는 상금 추첨에 자동 응모되기 때문에 먼저 접종을 맞을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 

백신 상품권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는 50대 이상 시민이 백신을 맞으면 문자를 통해 발급되는 상품권으로 금액은 200 란드(약 1만 5천 원)이고 마트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런 흥미로운 정보와 자세한 통계는 모두 남아공 보건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온라인 자료 및 뉴스 포털(COVID-19 Online Resources & News Portal)에서 찾은 것인데,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코로나19 확진과 백신 접종 관련 다양한 통계를 볼 수 있고, 관련 자료와 보도자료도 간편히 찾을 수 있다. (홈페이지: https://sacoronavirus.co.za/)


공식 보도자료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가디언지 기사에 따르면 파샤 장관은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자연적인 면역을 갖추게 되면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중환자 수 증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이는 남아공의 비트바테르스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의 백신학 교수인 샤비르 마디(Shabir Madhi) 교수가 Global Health Crisis Coordination Center(GHC3)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마디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실험을 이끌었던 백신 전문가이고, GHC3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민간부문 협력 촉진을 위해 설립한 독립 재단인 CDC재단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다.


12월 8일 공개된 이 인터뷰에서 마디 교수는 이번 대유행의 상황은 앞선 세 번의 대유행의 경험과는 다르다며, 과거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올랐고 앞선 대유행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사람들이 자연적인 면역력을 갖췄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현재 남아공 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가장 심한 하우텡 주의 경우 최근 조사에서 항체 양성률(seropositivity rate)이 72%로 나왔는데, 2020년 중순 2차 대유행의 원인이었던 베타 변이가 처음 남아공에서 확인되었을 당시의 항체 양성률은 20%였다. 항체 양성률은 백신 접종을 맞거나 직접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된 사람들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참고로 영국의 항체 양성률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인터뷰에서 마디 교수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 변이들보다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과 항체 돌파력 또한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들보다 약한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이전의 감염 이력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형성된 면역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바테르스란드 대학교 마디 교수. 사진: 비트바테르스란드 대학교 홈페이지


이어 마디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발견했다고 발표한 직후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남부 아프리카 국적 시민들의 입국을 막는 조치를 내린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런 부당한 조치로 인해 남부 아프리카의 국가 경제와 사람들이 생계가 무너진다며, 그 결과 급진주의 단체가 등장해 국제 안보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의 급증과 오미크론 변이를 발견한 사실을 솔직히 발표한 '죄'로 선진국들로부터 입국 금지라는 부당한 조치를 당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와 과학자, 그리고 보건 관련 종사자들은 꾸준히 데이터를 모으고 할 일을 하며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상황에서 중위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 중앙에 있는 사람의 해당 연령)이 27세인 남아공과 중위연령이 44세인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오미크론 바이러스 대처 방안을 세울 때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도 자신들보다 앞서 오미크론 대유행을 경험하고 있는 남아공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자료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실. President Ramaphosa ends COVID-19 self-isolation

https://www.thepresidency.gov.za/press-statements/president-ramaphosa-ends-covid-19-self-isolation

Covid-19 Online Resources & News Portal, SPEAKING NOTES BY MINISTER OF HEALTH. DR JOE PHAAHLA DURING VIRTUAL MEDIA BRIEFING PROGRAMME ON THE UPDATE OF SA – 17 DECEMBER 2021

https://sacoronavirus.co.za/2021/12/17/speaking-notes-by-minister-of-health-dr-joe-phaahla-during-virtual-media-briefing-programme-on-the-update-of-sa-17-december-2021/

Covid-19 Online Resources & News Portal. 홈페이지 내 통계자료

https://sacoronavirus.co.za/ 

Financial Times. Omicron variant linked to much higher rate of Covid reinfection in South Africa

https://www.ft.com/content/df3738ab-ea2b-438c-96ed-aa7eb75451a2

 The Guardian. South Africa says vaccines and natural immunity are limiting latest Covid wave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dec/17/south-africa-says-vaccines-and-natural-immunity-are-limiting-latest-covid-wave

GHC3. Omicron: First View from South Africa

https://globalhealthc3.org/podcast/episode-12-omicron-first-view-from-south-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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