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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Mar 08. 2022

또 아프리카 들먹이며 막말하는 정치인들

20대 대선, 누가 당선되든 시작될 혐오의 시대


어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상대 후보를 부패한 정치인으로 비난하며 "저는 내가 여기 한국에 있나, 어디 아프리카에 있나 (싶다)"고 말했다. 그 전엔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이 확진자 사전투표의 혼란을 비난하며 "아프리카에서 부족들 모아놓고 선거하는 것이냐"라는 표현을 썼다. 윤석열 후보는 작년에 '손발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란 말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는데, 전혀 반성하거나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고민정 의원은 얼마 전 강원도 유세 현장에서 "윤석열 후보는 과거 청년간담회 자리에서 손발노동은 아프리카에서 하는 일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실제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면 외교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며 "현재 수 많은 나라가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러브콜을 보내고, 많은 국민들이 전쟁이 아닌 평화로 경제 성과를 내는 것을 바라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폄하 발언은 후보라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캡쳐: 연합뉴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상황도 크게 낫지는 않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지원 예산 증액으로 정부 재정 적자가 늘어났다는 비판에 답하며 "르완다 이런 나라들도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지원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작년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경기도민에게 100%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자, "타시도(다른 지방자치단체) 형평성은 타시도가 필요하면 하면 되는 것"이라며 "경기도민의 의사와 세금으로 자체적으로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아프리카 어느 나라는 재난지원금을 지급 안 하는데 왜 한국만 하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지적"이라 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그에게 아프리카는 돈 없는 나라 혹은 정부의 대명사인 것 같다. 


캡쳐: 이투데이


그리고 이재명 후보에게 아프리카는 해적이기도 하다. 지난 2월, 그는 중국 어선의 불법 영해 침해와 관련해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것은 격침해버려야 한다. 소말리아(어선)가 왔어도 봐줬겠는가"라는 말도 했다. 1991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모가디슈'에선 국제연합에서 소말리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국 외교관들이 백방으로 뛰었는데, 2022년의 대통령 후보는 '소말리아'를 거의 '해적'과 같은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국내의 정치인들이 아프리카를 좋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쓰거나 상대방을 비난할 때 쓴 사례는 정말 많다. 2018년 10월, 김성태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난한답시고 "혈세로 큰 비행기 타고 해외순방 다니며 하는 일이 아프리카 후진국 대통령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국내외 아프리카 비하 퍼레이드"라는 글을 발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21년 윤석열 후보 사례를 추가로 업데이트했는데, 이 글에는 그 외에도 김성태, 박지원 등 국내 유력 정치인과 다른 나라의 보리스 존슨, 트럼프 등이 등장한다.

https://brunch.co.kr/@theafricanist/57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이런 일에 매번 화내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지친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일은 당분간은 더 많아질 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혐오가 이렇게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치 중심에 등장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주민 혐오, 글로벌 남반구와 아프리카 혐오, 여성혐오, 특정 인물에 대한 혐오, 노조 혐오 등 편견과 가짜 정보, 집단의 이기주의에서 생겨난 혐오로 가득 찬 말을 내뱉으면서도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고, 높은 지지를 얻는 상황이 화가 나면서도 무섭다. 이렇게 혐오가 만연한 곳에서는 극단주의가 힘을 얻는다. 내일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건 시민들은 이미 혐오와 극단주의가 사람들의 입 밖으로, 정치와 사회 곳곳으로 뛰쳐나온 세상을 맞게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혹은 사회가 외면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함께 내는 일이 더 필요해지겠지만, 동시에 어려워지기도 할 것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심란한 마음에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선거가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지만, 새로운 것의 시작이 될 순 있다. 아직 투표하지 않았다면 내일 꼭 한표, 자신이 원하는 가치와 정책에 전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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