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자 발생 2년 후, 야외 마스크 의무 착용 제한이 풀린 케냐
2020년 3월 12일, 케냐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된 날이다. 그로부터 2년 후, 케냐 보건부의 무타히 카그웨(Mutahi Kagwe) 장관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이 마침내 보상받았다고, 반박의 여지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5,641명을 애도하면서도, 정부와 파트너의 협력이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고, 케냐의 이야기는 수십만 명이 사망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나은 이야기(better story)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율이 최근 몇 달간은 5% 이하, 그리고 지난 한 달간은 1% 이하로 유지되었다는 점과 세계보건기구(WHO), 질병통제센터 등의 지침, 국제적인 역학 상황을 고려하여 보건부가 새로운 방역 지침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케냐의 코로나19 확산은 많이 잠잠해졌다. 근 한 달간 확진자 수는 100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28%를 넘어섰다.
카그웨 장관이 발표한 새로운 지침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마스크 의무 착용 일부 해제: 야외 공공장소에서는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권고는 지속된다.
2. 모임 제한 일부 해제: 참석자들이 백신을 맞았다면 종교 모임과 결혼식 등의 모임은 제한 없이 가능하다. 단,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권고는 지속된다. 또한, 대부분의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발열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공공장소의 체온 측정은 중단된다.
3. 격리 중단: 백신을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 모두의 격리가 중단된다.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격리되지 않으나 5일 동안 관찰 기간을 가진 뒤 일터에 복귀하도록 한다. 추가 검사는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4. 국내 교통: 차량, 기차, 국내선 항공 등 모든 교통수단의 인원 제한이 해제된다. 하지만 교통 업계는 모든 종사자가 백신을 맞도록 하고, 탑승객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5. 국제 이동: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케냐 입국 시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케냐에 입국하려고 한다면 72시간 이내 발급된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국경에서 30달러를 내고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양성이 나오면 다시 50달러를 내고 PCR 검사를 받은 뒤 격리된다. (5세 미만은 면제)
카그웨 장관은 브리핑을 마치며 2년 동안 희생하고 노력한 의료인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케냐 시민들에겐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생각해봐 달라며 백신 접종을 호소했다. 그리고 모든 케냐인들에게 접종할 만큼 충분한 백신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체 영상은 아니지만, 카그웨 장관이 야외에서의 마스크를 더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부분과 마지막에 의료인들에 감사를 표하고 시민들의 백신 접종을 호소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 발표를 듣는 케냐 시민들의 기쁨을 상상해보았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발표가 아니라,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코로나19 시절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지난 2년 내내 케냐의 코로나19 방역을 이끈 카그웨 장관이 자신감 있게 말한 발표라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늦게 오미크론으로 인한 4차 대유행을 겪으며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상황을 겪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면 코로나19도 끝을 향해 갈 거라는 희망을 케냐 소식을 전하며 살짝 가져본다.
<케냐 보건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일부 완화 브리핑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