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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pr 30. 2023

임금(2): 연봉 통보제, 자세한 협상은 생략한다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오민영, 우승훈)


01 들어가며: 좋은 일을 계속하기 위한 (일)자리

02 임금(1):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03 임금(2): 연봉 통보제, 자세한 협상은 생략한다

04 안전: 각자도생을 향해 달려라

05 나가며: NGO는 왜?

※ <이직과 아직 사이>는 한국국제협력단 "ODA 일자리의 질적 개선방안 연구"(2022년) 결과물의 일부를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재편집한 글입니다. 연구에 참여해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10명의 현직 활동가님, 국제개발협력과 그 속의 사람들을 늘 궁금해하고 애정하셨던 담당자님, 그리고 연구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국제협력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03 임금(2): 연봉 통보제, 자세한 협상은 생략한다


임금 정보 접근 제한에 대한 문제의식


현재의 임금 결정 요인과 과정, 체계에 대해 질문했을 때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우선 소속 단체의 전체 임금 기준표를 열람할 수 있었던 연구참여자가 매우 적었고, 심지어 근무 계약 체결 직전까지도 근로조건에 대해 자세히 안내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근무 중에도 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거의 없어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의 세부 규정과 결정 과정에 대한 접근성은 낮았다. 다만, 동료와의 대화나 여러 사람의 인건비를 사업 예산에 편성하는 예산 기획 업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연구참여자들이 많았다.


"임금이 어떻게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무엇에 중점을 두고 책정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체 후원 규모가 많이 커졌으니, 직원 대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까지 퇴사한 직원들 중 낮은 급여를 이유로 말한 직원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인재들을 놓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급여를 올려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건의를 꾸준히 하는데, 급여는 온전히 경영진 안에서만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 같아요."

"호봉 기준표는 공개가 안 되어 있는데 제가 KOICA 사업을 하다 보니까 투입 인력들 인건비가 예산에 들어가서 대략 알고는 있습니다." 


특히 단체 규모와 관계없이 임금과 수당 세부 규정을 비공개하거나 공개를 요청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곳이 많았다.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의 결정, 계산, 지급 방법들이 명시된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갖추어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함(근로기준법 14조 및 93조)에도 불구하고 10인 이상의 상근 직원이 있는 단체에서도 임금 기준표를 근로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제14조(법령 요지 등의 게시) ① 사용자는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대통령령의 요지(要旨)와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ㆍ신고)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  2.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ㆍ지급시기 및 승급(昇給)에 관한 사항


"호봉 테이블 등 임금 기준과 관련한 문서를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요. 계약직 연봉이나 해외 파견직과 관련해서 계약 체결 당시에도 “내부 기준에 따라서 이렇게 정해졌다” 이런 얘기만 들었어요."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은 급여표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애초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 경력에 따른 호봉이나 임금 상승률, 직급 수당에 대한 얘기를 해 주시지 않거든요. 굳이 물어보지 않으면 알려주지도 않고, 물어보기도 쉽지 않은 뭔가 분위기가 있어서 더 공개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임금 기준과 같은 세부 인사 규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식적으로 열람 가능했다고 말한 연구참여자는 각각 대형 단체와 중견 단체를 경험한 2명뿐이었다. 한편, 사업 인건비 예산 편성을 위해 요청했을 때도 정보 열람이 제한되거나, 본부직에서 파견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연구참여자도 있었다.


"호봉표는 다 공개가 되어있죠. 왜냐하면 규정집 같은 게 각 팀마다 구비되어 있어야 했거든요. 그게 내부 지침이었어요. 그 안에 임금 기준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업 수행인력 예산 관리를 위해서 (총무팀에) 파견 직원의 급여표를 요청했는데, 전문을 공유해주지 않고 관련된 부분만 잘라줬어요."

"급여 테이블이 공개되지는 않아요. 인사 담당자분에게 (파견직) 급여 규정을 공개해 달라고 했는데 업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나서도 끝까지 알려주시지 않았어요. 급여 명세서를 받고 나서야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파견 시 급여 변동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어요. 급여가 통장에 들어온 뒤에 ‘왜 이렇게 적지?’하고 찾아보니까 ‘급식비가 빠졌네’하고 알게 된 식이죠."


임금이나 수당 세부 규정에 대해 일부 연구참여자는 미래 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규정 미공개로 인해 손해를 입을 수 있고, 문제제기나 협상을 할 때 근로자가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문제를 제기한 연구참여자도 있었다 임금을 포함한 처우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고, 단체 내에서도 잘 논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된다면, 그 누구도 자신이 받는 처우가 취업규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근로자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곧 단체 내에서 경영진과 관리자의 권력이 막강해짐을 의미한다.


"급여표가 공개되어 있어야 ‘내가 여기서 몇 년 이상 근속을 하고 진급을 한다면 몇 살쯤에 이만큼은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계획을 세워볼 수 있잖아요."

"파견 근무 중에 주거비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안전한 집을 구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를 본부에 했는데,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세부 지침 상에는 거주비가 주거비 수당을 넘기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실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던 거예요. 전문을 공개하지 않으니까 제가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특히 급여는 근로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관련 내용을 출근 전에 안내하고 조율해야 하는 게 맞는데, 급여가 출근 후에 공지된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개선을 요구할 여지 자체가 없는 거잖아요."



임금 결정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의식


근로자의 근로 조건 세부 규정 접근 제한으로 인한 경영진과 근로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뿐 아니라 임금 체계 결정이나 개별 임금 협상 과정에서 협상력이 없다는 문제제기도 많았다. 제도적으로 단체의 규모에 따라 근로자 대표나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협상이 있었다고 느낀 연구참여자는 없었고 대부분의 내용은 이사회나 임원들이 결정해서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규정상으로는 근로자 대표가 임금체계를 결정할 때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아무도 들어가진 않았어요."

"근로자 대표는 있지만 힘은 없는 것 같아요."

"연봉 관련 노사 협의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밀실에서 모든 것이 다 처리되는 느낌이에요. 얼마 전 높은 퇴사율과 관련해 연봉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긴 했지만, 개선 과정에서 실무자의 의견은 전혀 포함되지 않고 임원들끼리 밀실에서 논의를 진행한다고 느꼈어요."

"단체 임금 규정에 큰 변화가 생겼는데, 실무자들은 그 논의 결과만 갑자기 통보받았던 적이 있어요."


입사나 재계약 과정에서 개별 협상을 시도한 연구참여자도 있었지만, 실제 협상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고, 다만 소형 단체에서 구성원 전체가 논의하여 임금 수준을 개선한 경험이 있었다는 연구참여자는 1명 있었다.


"입사 전에 인사담당자가 경력 산정이나 급수, 호봉 등에 대한 정보는 알려줬어요. 다만 경력 산정에 대한 이견이 있었을 때, 협상은 되지 않았어요. 정확한 급여는 계약서 서명하고 나서 알았고요."

"재계약을 했는데 임금 협상이나 인상은 없었어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연봉 관련 면담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연봉을 협상한다기보다는, 이미 제 연봉은 그 계약서에 기입된 채 프린트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작년보다 올해 이 정도 더 올랐다, 이 정도면 많이 인정해 준 것이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져요. 사실상 통보받는 느낌이었죠."

"구성원들이 라운드 테이블에 모여서 기본급을 얼마 정도로 하는 것이 적합한가,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하는가 등의 논의를 했고, 특정 금액에 합의했어요. 그리고 이사회 승인을 거친 뒤 실제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근로자의 임금 결정 거버넌스 참여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나 관리자로부터 후원 개발이나 기금 확보를 통해 각자의 인건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연구참여자가 있었다.


"직원들이 (기금 사업을 따서) ODA 사업 예산에 각자의 인건비를 다 채워 넣어야 한다는 압박이 엄청 세요."

"(기금) 사업 종료 일이 다가오면 내 밥값이 떨어져 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 급여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따야겠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고 실제로 회사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이는 대다수의 단체 내 노조의 부재 및 유명무실한 노사협의회의 존재 등 제도적인 문제에 더해, ‘돈’과 관련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기 어려운 국제개발협력 NGO 특유의 조직문화에서도 기인한다. 외부적으로 ‘봉사활동’이라는 인식의 연장선에서, 조직 내부에서도 자신의 임금과 관련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희가 물론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긴 하지만 임금에 있어서는 철저히 노사관계잖아요. 내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그러기가 쉽지가 않죠. 근로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고 우리의 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업계는 임금에 대해 물어보는 걸 너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정부의 ODA 일자리 정책과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생태계의 불균형


정부는 WFK 봉사단, YP, 다자협력전문가(KOICA Multilateral Cooperation Officer, 이하 KMCO), 코디네이터, 글로벌 협력의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국제개발협력 인재양성 및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1년 발표한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1-2025)」에서 ‘일자리 창출・연계 제고’를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2022년에는 「ODA 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 확대 방안(안)」을 도출하는 등 앞으로도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서의 중요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ODA 일자리 정책은 NGO 부문의 일자리 생태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19년 총 93개 NGO에서 540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 259명이 봉사단 및 YP 경험자였고(관계부처 합동, 2022), 연구참여자 전원도 WFK 봉사단, YP,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을 1개 이상 경험한 바 있었다. 


WFK NGO 봉사단이나 YP를 통해 분야 진입이나 해외 파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은 순기능이지만, 해외 파견 일자리 잠식, KOICA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의 신규 청년 일자리 창출 가산점에 따른 계약직 증가 등에 관한 우려도 있었다. 중소규모 단체를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은 NGO 봉사단이 실제 현장 사업관리에 투입되며 분야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의견을 내는 경향이 있었고, 대형 단체를 경험한 연구참여자는 NGO 봉사단과 파견 직원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처음에 개발협력 분야가 싹틀 때 도입됐던 많은 것들 중 하나가 WFK NGO 봉사단이었어요. 그걸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갖고 현장에 다녀올 수 있었다는 점은 순기능이죠. 저는 2010년대의 NGO 봉사단은 분야 진입 경로로써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순기능이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NGO 봉사단은 순기능에 비해 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를 왜곡하거나 잠식하는 역기능이 더 커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봉사단 제도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꼭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만약 봉사단원 제도가 없었다면 계약직으로 그 자리를 만들지는 않을 것 같고 현지 직원이 그 자리를 대체하거나 현 인력으로 운영했을 거예요."


KOICA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은 사업 공모 시 34세 미만 청년 신규 고용에 가산점(100점 만점 중 2~4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이미 34세 미만 청년이 사업에 핵심 인력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채용만 가산점 대상으로 인정하여 재직 중 청년 근로자의 신규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매년 다수의 KOICA 민관협력 사업을 제안하고, 2~3년의 사업 주기가 끝난 이후 후속 사업이나 신규 사업을 제안해야 하는 NGO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청년 신규 채용을 통해 가산점을 받기 위해 34세 미만 청년 채용은 계약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신입 직원들은 보통 정규직으로 뽑았었는데, KOICA 민관협력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1년 단위 계약직을 먼저 뽑은 후에 평가를 거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바뀐 경향이 있어요. KOICA 민관협력사업이 사업비 내에 인건비를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가 되다 보니 계속 계약직이 양산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KOICA의 경력사다리에 따르면 1단계에서 WFK 봉사단이나 YP 프로그램을 통해 분야에 진입한 사람들은 2단계의 KOICA 코디네이터, 프로젝트 실무 전문가(Project Action Officer, 이하 PAO), KMCO 등의 ‘징검다리 일자리’를 거쳐 민간부문의 NGO를 포함한 분야 내 다양한 부문 일자리에 취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3단계에 해당하는 NGO 정규직에 취업하고도 낮은 처우 등의 한계를 느끼며 2단계의 KOICA 코디네이터나 KMCO 등으로 사다리를 ‘역행’하며 NGO를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KMCO 모집 홍보 리플릿에는 파견자의 92%가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석사학위 경력을 제외하고도 파견자의 관련 분야 경력이 적게는 4년부터 많게는 10년까지 분포되어 있다는 내용이 나와있다(KOICA, 2021).


"오랫동안 사업을 담당했던 사람이 KOICA 코디네이터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기관 내부에서 급여의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어요. “이런 식으로는 기관에 3년 이상 되는 활동가들은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거죠."

"주변 NGO 활동가들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KOICA 코디네이터나 PAO 같은 PMC 사업 담당자로 해외 파견을 많이 나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나가면 KOICA 급수 체계에 따라서 어느 정도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KOICA 경력사다리와 Step up 프로그램 교육내용 (관계부처 합동, 2022)
KOICA (2021)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자, KOICA-UNV와 KMCO를 주목하라!"에 언급된 KMCO지원자의 학력과 경력


한 연구참여자는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내 불균형한 일자리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국내 국제개발협력 일자리를 거칠게 분류해 보자면 1)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높은 안정성의 KOICA,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 2)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낮은 안정성의 KOICA 코디네이터, KMCO, 용역사업 수행인력 등의 공공주도 창출 계약직 및 국제기구 일자리, 3) 낮은 임금과 낮은 안정성의 NGO 일자리, 그리고 최근 확장세에 있는 4) 컨설팅 노동 시장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KOICA 경력사다리 내에는 이런 부문들이 수평적으로 같은 수준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진로 경로와 임금 등의 처우, 분야 종사자들의 인식 측면에서 위계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NGO 정규직(사다리 3단계)이 KOICA 코디네이터(사다리 2단계)로 사다리를 역행하며 이동하거나, NGO에서 부문으로의 일방향 이동이 일어나는 현상 등이 일어나고 있다. 


"저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에서 상위 20%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과 큰 단체, 그렇지 않은 나머지 80% 기관들 사이의 격차가 점점 많이 나는 노동시장의 분화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는 일자리가 분명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일자리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KOICA 용역 사업의 PAO 같은 경우는 34세 나이 제한이 있고, 높은 학위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죠. KOICA 코디네이터도 있지만 (NGO 출신에게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고 느끼고요. 그러다 보니 KOICA 단원 출신으로 KOICA 코디네이터를 거쳐 KOICA 용역사업에 수행인력으로 참여하는 식으로 (사다리를 따라) 가는 사람과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속에서 단절된 집단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전자의 경우는 NGO에서 일할 수 없죠. 왜냐하면 급여 체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거기서 잘 되면 KMCO 같은 일을 하고, 컨설팅 회사로 가거나 아니면 계속 코디네이터와 봉사단원, KOICA 용역 사업 수행인력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그룹이 있고, NGO 그룹이 있고, 컨설팅, 국제기구 등에서 일하는 그룹이 있는 것 같습니다."


KOICA 용역사업(PMC, PC, 조사사업 등)에는 NGO나 컨설팅 기관, 사기업 등 민간부문 참여가 많아 연구참여자들이 처우 비교의 대상으로 많이 언급했다. 용역사업의 투입 인력(PAO 등)은 KOICA 전문가 등급에 따라 고정된 인건비를 받는데, 그 수준은 NGO 자체사업이나 내규에 따라 인건비 편성이 가능한 KOICA 민관협력 사업의 임금을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고용안정성이 낮은 계약직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임금이 높을 수 있음을 이해한다는 시각과, 비슷한 일을 하는데 임금 차이가 너무 크다는 시각 등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NGO에서도 KOICA 용역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이러한 불균형이 단체 내에도 일부 형성되며 투입 사업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일이 생기는 문제를 언급한 연구참여자도 있다.


"용어는 똑같이 'PAO’인데, PMC 사업의 PAO와 민관협력 사업에서의 PAO의 급여 체계가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심지어 같은 기관 내에서도 PMC 사업을 하는 인력은 KOICA 기준을 따르고 일반 민협사업의 PAO는 기관 자체 계약직 급여 기준을 따라요. 저는 이 차이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시민사회협력사업과 PMC 사업의 인건비 테이블이 다르거든요. 똑같이 PAO 직급으로 사업 관리를 하러 가는데, PMC 사업의 PAO로 나가면 급여 수준이 엄청 뛰고 민관협력사업 담당으로 가면 내부 규정에 따르니까 형편없는 수준으로 파견을 가게 되는 상황이죠." 

"고용 안정성의 관점으로 봤을 때, 용역사업도 4-5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PMC 사업의 일자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잖아요. 또 사업 종료 후에는 고용 안정성의 문제도 있고요."

"용역사업에 계속 참여하는 분들은 프리랜서로서 부담하는 리스크가 크신 것 같더라고요. 유급휴가도 없고요." 


이러한 처우 불균형에 관해 연구참여자들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생태계 전반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NGO의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거나 NGO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저는 사실 KOICA가 그렇게(전문가 인건비) 제시해 주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 기관이 KOICA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게 혹시나 기관 내부의 정체성을 해칠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개발 협력 분야에서는 전문성과 자원 활동성, 둘 다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KOICA가 너무 과도하게 기대 수준을 올려놓은 것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NGO에서) 그 정도 수준까지 맞출 수 있으리라는 바람은 없는데, 그래도 공공기관이 그 정도 한다면 적어도 70%~80% 수준에서는 따라가 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KOICA에서도 민간기관이 그 정도 따라오기를 기대하고서 기준을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KOICA에서 너무 과도하게 먼저 끌고 가는 건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용역사업 같은 경우 PAO의 체제비가 NGO 파견 인력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데, NGO는 사실 그 수준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결국 이런 이중적인 노동 구조 형성에 용역사업이나 KOICA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거죠.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연못에 생태계를 교란하는 베스 같은 어종이 들어온 셈이죠. 그래서 우수한 인력들을 다 빨아들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송사리나 미꾸라지 같은 NGO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어요."


공공부문과 시민사회의 특성과 역할, 가치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제개발협력 NGO 활동가의 임금이 반드시 공공부문을 기준으로 책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NGO일자리에 있어 모두가 임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임금에 대해 인상만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자원활동가로서의 운동성을 우선하는 입장도 있고,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으며, 전문가로서 전문성과 경력에 준하는 임금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최근 NGO 활동가의 임금을 포함한 대우에 많은 관심과 비판이 쏠리는 이유는 NGO와 공공부문, 사기업의 경계가 흐려지며 활동가들이 NGO에서 하는 일과, 그 외 부문에서 하는 일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많은 NGO가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받거나 심지어는 용역 시행사가 되어 공공기관의 기준에 맞춰 사업을 기획, 수행하고 평가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조직과 활동의 내용이 정형화되고 관료화되었다. NGO 활동가의 처우 문제는 결국 NGO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04 안전: 각자도생을 향해 달려라"에서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2022. 「ODA 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 확대 방안(안)」, 제 40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의결안건(제40-4호).

KOICA. 2021.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자, KOICA-UNV와 KMCO를 주목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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