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오민영, 우승훈)
03 임금(2): 연봉 통보제, 자세한 협상은 생략한다
04 안전: 각자도생을 향해 달려라
※ <이직과 아직 사이>는 한국국제협력단 "ODA 일자리의 질적 개선방안 연구"(2022년) 결과물의 일부를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재편집한 글입니다. 연구에 참여해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10명의 현직 활동가님, 국제개발협력과 그 속의 사람들을 늘 궁금해하고 애정하셨던 담당자님, 그리고 연구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국제협력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04 안전: 각자도생을 향해 달려라
파견 근무 중 체류 신분과 관련한 경험
해외 파견 근로자의 적법한 체류 자격 보장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에도 관광비자 소지, 노동비자 발급 지연 등으로 인해 연구참여자들이 파견근무 중 불안을 느꼈던 경우가 많았다. 비자 발급에 있어 NGO 활동가는 정부기관 파견 직원, 기업 주재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다. 투자를 유치하는 비즈니스 비자에 비해 파견국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들 정부는 자국민 일자리를 위해 점차 NGO파견 외국인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을 줄여나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기관의 입지가 약한 영세단체의 경우 특히 비자발급에서의 어려움이 크다.
타국으로 파견된 한국인 NGO활동가들은 노동허가(Work Permit) 승인 또는 발급 절차가 완료된 후 파견국으로 입국하는 것이 원칙이나, 파견근무 기간 내내 관광비자로 체류하거나 관광비자로 입국 후 노동허가 발급 절차를 밟는 것이 관행이 된 상황으로 보인다. 노동허가 및 장기체류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사업국 내 단체의 입지 및 이민국과의 관계, 현지 정부의 행정처리 속도, NGO 관련 정책 등에 따라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안 및 위협은 파견근로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워크퍼밋이 잘 나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비자를 다 받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착비자로 입국해서 신청하는 구조였어요. 저는 큰 문제는 없었는데 봉사단원들이 체류 초기에 비자 신청을 해둔 상황에서 경찰이 신분증이나 비자를 요구했는데 관광비자인 것이 드러나 여권을 다 빼앗기고 경찰서에 간 적이 있었어요. 다른 직원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고요."
관광비자 갱신을 위해 다른 국가를 다녀오는, 이른바 '비자 런(visa run)'*을 하는 경우도 여전히 있었다. 2019년 WFK NGO 봉사단원 중 약 12%가 ‘비자 런’을 통해 체류자격을 우회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데일리시사. 2020.9.29.), 이는 봉사단뿐 아니라 NGO 해외 파견 근로자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비자 런: 관광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인근 국가로 출국 후 재입국하는 행위. 한국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보통 ‘비자트립(visa trip)’이라 부르지만, '트립'이라는 표현이 해당 행위에 수반되는 불법성과 위험성을 왜곡한다고 생각하여 본 보고서에서는 '비자 런'이라는 표현을 쓴다.
"비자를 신청했는데 10개월 동안 안 나와서 그동안은 관광비자로 체류해야 했어요. 개인 휴가를 겸해서 비자 트립도 한 번 다녀오고요."
국개협UP(2020)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29명 중 적법하지 않은 형태의 체류 자격으로 3개월 이상 파견근무를 지속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관광 비자(18%), 학생비자/퍼밋(2%), 단수 입국비자(2%), 무비자(2%) 등 총 23%에 달했다. 특히, 단체가 파견국가 내 법적 지위 획득에 필수적인 단체 등록을 하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노동비자 발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파견 근로자가 지속적인 비자 런을 통해 관광비자를 갱신하며 파견 근무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관광 비자로 장기 체류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의심을 하거든요. 이민국에서 관광 목적 외에 다른 일을 한다고 의심하는 거죠. 그래서 입출국할 때 거짓말을 좀 했었죠. 왜 들어오냐 왜 이렇게 오래 있었냐 그러면 그 지역 문화를 탐방하는 작가라고 한다거나, 현지에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하거나 하는 식이에요. 입국할 때마다 조마조마 마음 졸여야 했었죠."
"기관이 현지 등록이 안 된 상태라 그동안 협력기관을 통해서 NGO 비자를 받아왔는데 실제로 거절도 많이 당했었어요. 제가 있을 때도 발급이 안 돼서 인근 국가로 비자 트립을 갔었고요. 현장에서 더 이상 추가 서류를 구할 수도 없고 다른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대안도 없었어요. 본부에서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었고요."
한편, 최근 남반구 국가에서의 외국인 대상 노동허가 발급 제한이 강화됨에 따라 체류자격 획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NGO 봉사단을 포함한 한국인 파견인력의 수가 정부의 외국인 노동허가 발급 가능 인원수를 초과하여 신청 자체가 불가능할 경우, 편법으로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 지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 가능한 워크퍼밋의 정원이 초과된 상황이라 비자 브로커를 통해서 다른 회사에 재직하는 형태로 워크퍼밋을 받아야 했어요."
"제가 파견 갔던 국가 정부의 기조는 NGO 실무자급은 자국민을 채용하라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사업 관리를 위한 실무자로 파견되었지만 서류상으로는 봉사자로 워크퍼밋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도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제가 현지 직원과 사이가 틀어지면 내부 고발을 당할 수도 있고, 봉사자 신분인데 실제로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강제 추방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어요."
이처럼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파견 근로자들은 내부고발 또는 관계당국의 적발로 인한 강제추방 등 일상생활에서 상시적인 불안을 안고 있었다. 실제로 국개협UP(2020)의 연구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활동가는 “나의 비자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 현지 직원으로부터 협박 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장기체류자로서의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어 개인 은행 계좌 개설 및 단체의 사업비 관련 은행업무를 위한 서명인(signatory) 지정이 불가하여 생활 및 업무에서 추가적인 고충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도 있었다.
코로나19 범유행 시기에는 각국의 출입국이 제한되거나 관광비자 발급 자체가 중단되어 현지 체류 및 업무를 위해 적법한 비자를 모두 갖추고 파견국으로 입국하는 변화가 있었다. 또, 최근 국가별 KOICA 사무소의 지원을 통해 NGO 파견근로자의 비자 발급과 관련한 어려움이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연구참여자 중 KOICA 사무소의 협조를 통해 NGO 노동허가를 발급받은 사례가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최근 KOICA의 비자 발급 지원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단체의 사정에 따라 채용 후 파견까지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관광비자로 입국 후 현지에서 노동허가 취득' 관행이 유지되고 있어, 적시에 적법한 체류자격을 취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연구참여자는 파견 국가 내 KOICA 사무소 및 재외공관이 부재하여 비자 발급과 관련하여 지원을 요청할 곳이 전혀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KOICA에서 비자 발급을 지원하는 게 생겼더라고요. 비자를 받을 수 있게 공문 등을 작성하여 지원하는 건데, 시의적절하게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해외 파견을 목적으로 하면서 관광비자로 선 입국 후 노동허가를 취득하는 것은 불법 활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직원이 파견기간 내내 관광비자로 머무르며 일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비자와 관련하여 국제NGO에서 근무했던 한 연구참여자의 체류자격 취득에 대한 인식 및 경험은 파견자 안전 측면에서 지향할만한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저희는 최소한 워크퍼밋 같은 적법한 비자가 나와야 비행기 티켓을 끊고 파견을 합니다. 불법 상태로 가서 체류하는 기간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거죠. 봉사단원들도 워크퍼밋 다 받고 나가야 하고, 퍼밋을 못 받는 경우엔 파견을 하지 않았어요. 관광비자나 이런 걸로는 애초에 보낼 생각도 없고, 한국에서 관광 비자로 보내겠다고 하면 파견국 사무소에서 놀라는 경우가 있죠."
파견 근무 중 주거⋅교통과 관련한 경험 및 인식
주거와 교통은 해외 파견 근로자의 일상 안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개별 파견 국가 내 치안 상황에 따라 주거환경에서 느끼는 위험 수준은 차이가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낮은 주거비 및 소속 단체 차원의 안전관리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타났다. 주거비의 경우 단체 내규에 따라 대륙별 차등을 두는 경우와 지역에 따른 구분 없이 모두 동일한 금액이 지원되는 경우로 나뉘었다. 단체 재원 규모에 관계없이 상당수 단체의 주거비 상한선이 WFK NGO 봉사단 주거비 지급 기준과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었으며, 파견 근로자가 안전한 주거지를 구하는 데 있어 사무소 또는 본부의 지원을 받은 경험은 드물었다.
"직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게 300달러 정액지급이었어요. 당시 WFK NGO 봉사단원 주거비 상한보다 낮은 수준이었어요. 주거 안전과 관련한 체크리스트 같은 건 없었어요. 단체 차원에서 안전 점검을 하거나 계약서에 대한 법률 검토 등이 없어 스스로 해야 했어요."
일부 국제NGO의 경우 타 단체 대비 주거비 상한선이 약 3~4배 높았으며, 사무소 안전 담당자의 주거 환경 사전점검 후 현지 운영지원팀을 통해 단체 법인 명의로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주거비는 파견 근로자 처우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타 단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의 주거비를 지원받았던 한 연구참여자는 충분한 주거비 지원을 통해 주거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전하지 못한 장소에 산다는 것도 결국 돈이랑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타 기관에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주거비 상한선이 높은 편이었어서, 사무실에서 가깝고 경비원도 있고 최대한 안전한 곳에 집을 구해서 주거에서 위험을 느낄 일은 없었어요."
한편, 사무공간과 주거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겪은 불안함과 불편함을 언급한 참여자도 다수 있었다. 보안 장치가 구축된 사무실 공간에 거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단체 측의 제안에 따른 것이지만, 실제로는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고 주거 공간이 늘 외부인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체적, 정신적 위험요소가 되기도 했다. 또, 같은 건물 내에서 봉사단원과 함께 거주하거나 필요시 타 지역에서 출장 온 직원 및 봉사단원들이 머무는 숙소로 이용되어, 주거 공간이 온전한 휴식처로서 기능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저는 사무실 옆에 주거 공간이 있는 일체형 환경에서 한동안 지냈어요. 사무실은 항상 사람이 드나드는 곳인데 밤에는 주거 공간으로 전환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공간이 은폐되어 있지 않고, 제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연차를 써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사무실 안에 머물러야 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어요."
"단독주택이었고, 방이 세 개가 있는데 한쪽이 사무공간이고 다른 방으로 퇴근인 거죠. NGO 봉사단원도 한 공간에 같이 있었고요. 업무 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그 스트레스가 분명하잖아요. 이렇게 있다가는 정신적으로 정말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심장이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이게 우울감의 초기 증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저는 사무실과 주거가 통합된 형태였는데요, 평상시에는 위층에서 저 혼자 생활하고, 아래층에는 사무실이 있고, 지방에 있는 봉사단원들이 수도를 오면 셰어하우스가 되곤 하는 그런 구조였어요. 그리고 건물은 다르지만 같은 담장 안에 다른 건물에 현지 직원이 살았어요.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출퇴근이 구분되지 않으니까 다른 직원들과 봉사단원들에게 제 개인적인 삶이 밤낮없이 계속 오픈되어 있었어요."
주거-사무 일체형 공간에서 거주할 경우 파견근로자에 대한 주거비 지원은 없거나 단체 근로자에게 지급된 주거비가 임차료 명목으로 다시 단체로 환급되는 형태였다. 또, 독립된 주거 공간으로의 이사를 요청했을 시 별도의 주거비를 지원하지 않아 개인 비용으로 주거비를 지불한 사례도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일체형 주거 공간 제공의 주목적이 파견 근로자의 안전 확보가 아니라 단체의 비용 절감 혹은 임대료 수입 마련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으며, 단체가 파견근로자의 안전이나 주거 선택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떤 경우는 수입원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었어요. 기관 시설이나 본인 집의 일부를 임차하고 주거비를 받아서 운영비로 쓰는 식이죠. 안전도 중요하지만 주거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주거 공간과 사무 공간을) 분리를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을 때 최종적으로 본부에서 개인 비용을 들여서 하는 거라면 관계없다고 답했는데, 이건 결국 안전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사비로 주거비를 부담하더라도 안된다라고 했으면 참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을 하시겠다면 괜찮다고 얘기하니 ‘관심이 없구나, 정말 방치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파견지에서 다른 한국인이 강도를 당한 일이 있었어요. 기존 주거비로는 안전한 주거를 확보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안전장치들을 더 구비할 수 있게 금액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주거비는 이미 지원을 했으니 그 안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한편, 수도가 아닌 중소도시 또는 농촌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NGO의 특성으로 인한 위험 요인도 있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수도에서의 주거지 선정은 비용 부족으로 인한 한계가 있다면, 지역에서의 주거는 적합한 안전 수준의 주택 수 자체가 적은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참여자는 지역사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한다는 단체의 방향성으로 인해 파견 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에 소홀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파견국 내 수도에서는 예산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게 과제라면 지역에서는 외국인으로서 안전하다고 느끼며 살 수 있는 집 자체가 생각보다 많지가 않아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빈민가나 굉장히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지내는 기관들이 있는데, 어쩌면 현장에 헌신하고 커뮤니티에서 일한다는 아름다운 말로 포장되어 최소한의 안전 보장을 못 받게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지화라는 명목으로 안전이 등한시된 거죠."
비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수도 근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존재가 눈에 띄게 되는데, 파견 근로자의 주거지와 동선에 대한 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도 있었다.
"읍내에 있는 슈퍼에서 장을 보고 오토바이 택시를 잡았어요.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는데 저희 집 앞에 저를 내려주는 거예요.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거든요. 정말 큰 두려움을 느꼈어요."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려고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탔는데, 내가 어디 산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집을 안대요. 너무 무서웠어요."
해외 사무소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사업 차량 배정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겪은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도 언급되었다. 수도 근무자의 경우 대중교통, 오토바이 택시, 우버 등 차량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반면,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 근무자의 경우 오토바이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한 참여자는 사무소 차량의 부재로 인해 단순히 이동에 대한 불편함 뿐만 아니라 고액의 사업비 및 기자재를 소지하고 대중교통 또는 렌트 차량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겪은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희가 초반에는 차량이 없었어요. 그래서 현지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되는 데 많이 불안하죠. 업무상 돈이나 업무 기자재 등을 가지고 다녀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잃어버릴까 봐, 소매치기 당할까 봐 항상 불안했어요. 그래서 밖에선 항상 긴장하게 되고,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 들어와서야 긴장이 풀리고 피로를 느끼곤 했어요."
"프로젝트 차량이 없어서 렌트를 해야 했는데요. 초창기에는 사업 지역 내에서 은행 업무를 못 해서 거의 1년 가까이 수도에서 사업장 지역까지 사업비를 현금으로 인출해서 운반하곤 했어요. 렌트 차량으로 고액의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게 항상 불안했던 것 같아요."
"단원들이 오토바이 택시로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헬멧을 제공하긴 했어요. 다음 해부터는 기관 차량을 출근시간에 셔틀버스처럼 활용해서 파견 직원 집을 순회하도록 했어
단체의 파견자 안전관리체계 및 안전 인식
대다수 중소규모 NGO 소속의 연구참여자들은 조직 차원의 안전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눈여겨볼 점은 WFK NGO 봉사단원 파견 시 봉사단 안전관리 규정에 의해 필수적인 안전교육 등을 실시하는 반면, 단체 소속의 직원의 경우 자체적인 안전체계가 부재하여 준비 없이 파견을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파견 전 혹은 파견지 도착 후 안전교육을 받은 경우는 소수 국제NGO 소속 파견 직원에 한정됐고, 파견근로자의 안전관리와 관련한 내부 규정 또는 시스템 자체가 부재하거나 있어도 형식적인 문서로만 존재하고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봉사단원 분들은 안전교육을 필수적으로 하는데 파견 직원에 대한 교육은 산발적으로 이루어져서 사실 저는 파견 전이나 현지에 도착해서도 안전교육을 받지는 못했어요."
"단원들에게는 안전교육을 했는데 저는 파견 가기 전에 업무 인계만 받고 안전교육은 안 받았던 것 같아요."
"NGO 봉사단은 안전과 관련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마련해놓고 있는데, 오히려 내부 인력을 자체적으로 파견을 했을 때에는 안전이나 위기관리에 대한 지침이 없는 상황이죠. 기관 내규에 의할 경우에 NGO 봉사단으로 보낼 때보다도 더 체계가 없고, 안전에 대한 고려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모 사업을 할 때 안전계획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걸 항상 제출하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조직 내에서 활성화가 되어 있고 체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KOICA 사업을 하는 곳은 안전 등 본부에서 보고를 해야 하잖아요.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게 되는데 나머지 사업들의 경우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것 같아요."
국제NGO 소속기관으로 파견 시 파견국 사무소 내 정립된 안전관리체계 및 교육으로 인해 안정감을 느꼈거나, 타 단체 또는 정부기관의 안전관리 관련 안내자료를 참고하여 자체적인 안전교육자료 및 매뉴얼을 제작한 중소기관의 사례도 있었다.
"(현지 사무소에서) 처음에 전반적인 안전계획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해줬어요.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었고 보고체계도 분명했고요. 안전 담당자가 있었고, 그분이 다 잘 보고해서 위기 상황을 처리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기관 내에도 파견 직원들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그때 활용하는 매뉴얼이 있어요. KOICA나 KCOC 등 다른 기관에서 나온 것들을 조합하고, 저희 기관의 사정에 맞게 만든 문서가 있어요."
한편, 건강 관련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긴급이후송서비스의 경우 최근 KOICA와 사업을 수행하는 파트너 기관 소속 직원들도 필수적으로 가입하도록 관련 지침이 변경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반면, 자체 사업 수행을 위한 파견 시에는 이후송서비스를 보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보험 관련) 같은 해외 파견직이라고 하더라도 ODA 기금 사업으로 파견된 해외 파견직과 그렇지 않은 해외 파견직 사이에 차이가 발생을 하는 거예요. 민관협력사업 등 KOICA 기금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규정에 따라 SOS를 필수로 하고 여행자 체류 보험도 가입해서 정말 응급한 상황에서는 에어 앰뷸런스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기금 사업으로 파견되지 않은 자체사업 관리 실무자들은 가입해주지 않았어요."
"SOS는 가입을 안 했고 여행자보험만 가입했어요. 당시 본부 담당자가 사업비 예산 내에서 SOS 보험을 가입하기보다는 주거비를 더 받는 게 좋을 거라고, 원하는 것을 택하라고 해서 SOS 대신 주거비를 더 받기로 한 거죠."
긴급이후송서비스와 별도로 여행자보험 보장 범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형식적으로 보장금액이 가장 낮은 수준인 최저가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었다. 이에 더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원칙적으로 국내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국외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 파견 직원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복지공단에 별도의 해외파견자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 해외파견 중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제122조 제1항), 연구참여자 중 파견 직원의 산재보험 가입과 관련한 사항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없었다.
"여행자 보험을 가입할 때 (상해 질병 등 보장 범위가) 보통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한도로 들었어요. 보장 금액 한도가 높아지면 보험비가 상승하니까 작은 기관의 경우 부담인 거죠. 실제로 질병으로 타국가로 후송해서 입원을 했는데 진료비가 2500만 원이 나왔어요. 다행히 2천만 원은 보험 보장 범위 내에서 해결했지만 나머지는 자부담이었는데, 보험의 보장 한도를 높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험을 다 가입은 하시겠죠. 그런데 이 한도는 아마 기관마다 다를 것 같아요.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보험의 한도는 어느 정도 여유 있게 보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NGO 단체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고, 필수적인 안전장치 없이 직원을 파견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작은 단체든 큰 단체든 안전불감증이 있는 것 같아요. ‘괜찮겠지’라는 생각. 근데 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물론 쉽지 않지만 안전교육과 시뮬레이션을 철저히 했으면 좋겠고, 보험은 제대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파견자 개인들은 신변이나 체류와 관련한 불안을 안고 있는데 기관 차원에서는 이런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관습처럼 유지가 되어온 거예요. 기관 자체가 문제의식이 없고 이런 것들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정말 운이 좋아 사고가 안 났지만, 나중에 진짜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단체 내 안전관리 담당자가 있는 경우는 드물었고 통상적으로 사업담당자가 관련된 파견 직원의 제반 행정 등을 지원하는 구조였다. 한국 본부는 현지 사무소를 관리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안전보다는 사업 성과 측면의 관리가 우선시되고, 지속적인 안전 모니터링 등을 통해 파견 근로자의 안전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외 파견자 안전 관리에 대해 인사팀에서는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것 같고, 사업 예산 안에 보험비가 편성되어 있다 보니 사업 담당자가 개별적으로 챙겨서 하는 구조예요. 본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안전 모니터링을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본부는 사업국을 관리하는 역할이지만 사업국에서 현지 상황을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또, 사업국을 관리한다는 것에 있어서 안전은 배제되는 측면이 있죠. 이 사업국이 얼마나 많은 기금을 유치하고 예산을 확보했는지를 기준으로 사업국들을 평가하는 데 급급하지 안전 측면에서의 관리는 배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아요."
한편, 앞에서 서술한 비도심 지역 근무가 많은 개발NGO 파견 근로자의 특성은 주거안전뿐 아니라 파견자의 안전관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의료, 치안 등과 관련한 정부 시스템 및 사회적 인프라가 미비한 개발도상국 환경에서는 단체의 대응체계가 있다 하더라도 주재국 내에서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역에 파견되어 혼자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위기 상황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물리적으로 수도 사무소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 지역은 파견자 한 명이 해당 사업지역에 혼자 있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사고가 났을 때 파견자를 도와줄 수 있는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요. 핫라인이 잘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지 사무소에는 내부적인 안전 프로토콜이나 이런 건 다 있지만, 개도국의 특성상 케어를 아무리 해줘도 한국 같은 안전이나 경찰의 역할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수도는 다른 이야기겠지만, 지방에 내려가 있으면 아무리 안전 지침이 있어도 일단 작동을 안 하니까요. 물론 그 프로토콜조차 없는 조직에 속해 있으면 불안감은 더 크겠지만요."
이처럼 파견국 및 단체 차원의 안전망이 모두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견 근로자들은 한인 네트워크, 파견국 내 지인을 통한 정보 습득 및 도움 등 자신의 자원을 총동원하여 안전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단체 본부의 가이드라인 및 의사결정을 기대하기보다는 개인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안전 상황을 진단하고, 필요한 대응을 이어나가는 양상이었다.
"이럴 거면 사람을 왜 보낼까. 본부에서 같이 고민해 주고 활동에 대한 계획을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툭 던져 놓기만 하고 너무 방치시키는 느낌이랄까요. (파견국 내) 선거가 끝나고 나서 제가 있던 지역의 공항이 폐쇄가 됐어요. 안전에 대해서 본부에 보고를 드리면 상황을 점검하고 다른 지역으로 일단 대피하라는 등의 안내는 없었고 보고를 받는 걸로 끝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제언을 했거든요.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은 있으면 안 되고 이때는 빠져나가야 한다고."
"(위기 상황에는) 동료들의 도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물론 한인 네트워크 도움도 많이 크죠."
"정말 심하게 탈이 난 적이 있는데, 타 기관에 아는 분이 저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요. 수도 사무소와 분리되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부장님께 연락을 해도 되는 일이 맞나 싶더라고요. 너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연락을 해라, 라는 거에 대해서 전혀 안내받은 게 없었고, 그냥 원래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던 사람한테 연락을 한 거예요."
주거 및 생활에서의 안전 보장을 위한 예산이 한정적이고, 관련 체계가 부재하며, 단체의 안전 인식이 낮고, 파견근로자 본인의 안전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에 상대적으로 오래 거주한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또, 현지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안전을 확보한 사례도 있었다.
"어떤 분이 팁을 주셨는데 집을 구할 때 그 건물이나 컴파운드에 인도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이 사는지를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들의 커뮤니티가 강하기도 하고 미국인들이 사는 곳은 안전 측면에서 기본 이상은 한다고요."
"옆집에 소액이라도 임금을 드리고 가사도우미로 고용을 하라고, 그렇게 제 집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임금을 받고 일을 하면 너의 보호자가 될 것이다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실제로 옆 집의 보호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아예 열쇠를 내어드리고, 출장을 가거나 할 때는 언제 돌아올 거예요라고 얘기하면 그분이 저를 기다렸어요. 약속한 시간이 돼도 제가 안 돌아오면 저한테 전화를 해 주고 무슨 일이 생겼나 물어보셨고요. 실제로 제가 아팠을 때에도 새벽에 그분들이 뛰어가서 약도 사 오셨죠."
한편, 일부 참여자는 코로나19 범유행을 계기로 안전 관리체계가 일부 개선된 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OICA 주도로 시민사회 파트너 파견인력에 대한 안전관리 교육이 실시되는 것에 더해, KOICA 사무소 내 상주 안전담당관과 함께 정기 안전관리 회의를 진행하거나 온라인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안전 정보가 공유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주요 사업 수행 인력으로 등록돼 있는 파견 직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할 때 안전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KOICA 사무소에서도 민관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들과 함께 안전관리 회의를 하더라고요."
("05 나가며: NGO는 왜?"에서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국개협UP. 2020.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력향연>.
데일리시사. 2020. “코이카 월드프렌즈코리아(WFK)-NGO 봉사단 12%가 ‘비자트립(visa trip)’이라는 편법 경험”, (202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