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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ug 06. 2023

나가며: NGO는 왜?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이직과 아직 사이: 국제개발협력 NGO 일자리 개선방안 연구 (오민영, 우승훈)


01 들어가며: 좋은 일을 계속하기 위한 (일)자리

02 임금(1):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03 임금(2): 연봉 통보제, 자세한 협상은 생략한다

04 안전: 각자도생을 향해 달려라

05 나가며: NGO는 왜?

※ <이직과 아직 사이>는 한국국제협력단 "ODA 일자리의 질적 개선방안 연구"(2022년) 결과물의 일부를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재편집한 글입니다. 연구에 참여해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10명의 현직 활동가님, 국제개발협력과 그 속의 사람들을 늘 궁금해하고 애정하셨던 담당자님, 그리고 연구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국제협력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05 나가며: NGO는 왜?


노동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연구참여자들은 앞으로 NGO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자 10명 중 8명이 인턴, 봉사단, 파견 계약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거쳐 정직원으로 '안착'한 후 현재까지 중간급 실무자로 경력을 쌓아왔지만, "신념만 가지고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이들은 국제개발협력의 다양한 행위자 중 NGO의 역할과 그 강점을 인식하고 일을 시작했으나, 좁은 NGO 고용 시장 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과 공고해지는 일자리 생태계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갈등하고 있었다. 


"저는 개발협력을 꼭 NGO에서 해야 된다 그런 사람도 아니고 시민 사회가 늘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NGO에 있는 이유는 그래도 좀 더 내밀하게, 깊숙이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동시에 가장으로서, 생활인으로서 실존적인 고민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중간층이 방황을 많이 하고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업계에서 많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일단은 조직 내에서 희망이 안 보이는 게 좀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가 제가 하는 일이 좀 멋진 일이라고 말하려고 해요. 하지만,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의 인식은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좋은 일 하고, 선교하는 사람이라는 쪽이긴 하죠. 저는 이쪽에서 일하는 분들의 임금이 개선되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3년 정도 일하다 ‘이건 아닌가 봐’하고 떠나시는 분들이 많아서 진짜 안타깝거든요. 어느 정도 대우가 좀 되어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지치게 되니까요."

"정부나 기업이 국제협력개발협력을 통해서 추구하는 방향과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하게 다르잖아요. 참여자 중심, 지역사회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낮은 급여 수준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 계속 있는 것인데, 앞으로 나의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급여체계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신념만 가지고는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30대 이상 중간급 NGO 실무자들의 이탈은 최근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학위 취득을 이유로 퇴사하거나, 경력사다리를 역주행하여 KMCO, 코디네이터, PMC PAO 등으로 해외 파견을 가거나, 최근 성장 중인 컨설팅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실망감에 다른 분야로 떠나고 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에서 초기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에게도 NGO는 차선책, 혹은 공기업이나 국제기구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거쳐가는 자리가 된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단체에서 특히 심하지만, 상대적으로 재원 규모가 큰 단체도 속도와 정도의 차이일 뿐 장기적으로는 같은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임 수준, 해외 파견 직원 처우, 안전관리 등에 있어서 대형 및 국제 파트너십 소속 단체와 대다수 중・소형 단체 간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재원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제한된 노동시장 내에서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 경영진은 늘 모금으로 대표되는 재정 위기를 말하지만, 사실 재정 위기보다 더 가깝고 큰 위기는 사람의 위기다. NGO에 있어 구성원의 역량과 경험은 곧 단체의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체의 한 부분을 맡으며 경험을 쌓은 중견활동가들이 떠난 자리는 누구로도 쉽게 채울 수 없고, 이런 식으로 활동가들이 NGO를 떠난다면 NGO는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사라질 수밖에 없다. 30여 년 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역사에서 시민사회는 ODA 규모 확대,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 인식 및 협력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단체들이 그만한 역량을 갖추었는지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규모와 사업 수, 기금 확보 측면에서 놀라운 성장과 팽창이 있었지만, 숙련된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출된다는 것은 단체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 것은 물론,  내부 구성원에게조차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업계 이탈”은 2019년에 진행된 “ODA 생태계 구축을 통한 고용창출방안 연구”에서도 언급되었으며, 단기⋅비정규직 일자리 및 체험형 일자리 양산과 더불어 30대~40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김은주&이도석, 2019). 앞서 서술하였듯, 현재 YP, WFK NGO 봉사단 등 진입 단계가 아닌 경력자를 위한 일자리는 만 34세 이하 청년 채용에 집중되어 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우기 때문에 안정성이 낮다. 특히, 해외 파견직의 경우 계약직으로만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싶은 30대 이상 실무자는 2~3년 단위의 계약직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낮은 임금과 안전 위협을 감안하고서라도 정규직으로 해외파견이 가능한 NGO 일자리 중 택일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KOICA가 “개발협력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 경력 개발의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로 정의(KOICA, 2021b)한 ‘근로 안정성’의 한계가 경력사다리 1~3단계 내의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한 30~40대에게서 집중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임금 수준이나 일자리 안정성 문제 외에도, NGO 단체 자체의 비전과 NGO 근로자의 전문성에 대한 저평가 등도 포함하고 있었다. 실제로, OECD 일자리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비경제적 측면 또한 노동환경 내 직무자원(job resources)으로서 일자리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정의하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그동안 낮은 임금 및 노동시장 안정성을 감수하면서도 사회를 위한 기여, 단체의 비전,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여 NGO에서 일해왔으나, 기금 획득 및 공모 경쟁력 강화가 단체의 비전과 미션에 우선하다고 느끼게 됨에 따라 초기에 NGO를 선택했던 동기가 약화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 전반이 이른바 ‘전문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일자리가 편성됨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의 경험이나 국제개발협력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행위자들을 조율하는 역량, 그리고 협력을 위한 감수성을 갖춘 NGO 활동가들은 충분한 인정을 받지도, 그들을 위한 경력 경로도 제대로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지역사회의 역량강화를 촉진하고 자원을 연계하는 조정자(coordinator), 혹은 촉진자(facilitator)로서 NGO 실무자가 쌓아온 강점들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분야 중심 전문가 제도 내에서는 ‘전문성이 없다’고 저평가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관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나와 맞는다면 더 오래갈 수 있지만 계속 KOICA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우리 기관의 비전보다 KOICA의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한 번씩 있더라고요. 이 정도 임금 수준에 업무 강도로 높고, 심지어 사업에서도 크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이럴 거면 NGO에서 일하는 보람이 하나도 없지 않느냐’ 하는 것 때문에 떠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업계 전반적으로 용역 사업 같은 게 많아지고 있어서 섹터 전문가 수요는 많이 늘어나는데, 제너럴리스트, 혹은 현장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나 존중은 점점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장 전문가들의 설자리가 줄어든다고나 할까요. 우리 분야에 생기는 새로운 좋은 일자리들은 내부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이 아닌 외부에서 다른 경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기능주의적 접근, 현장 감수성보다 분야 전문성이 강조되고 그런 사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NGO 실무자 대다수가 해당하는 현장의 전문가, 흔히 말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입지나 현장의 목소리 같은 게 점점 반영되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임금 관련 제언 


첫째, 임금과 임금 인상률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NGO 활동가들은 후원금에 기반한 NGO의 운영 방식 및 가치를 중시하는 단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고, 임금 인상에 있어서 이러한 점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입 근로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고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NGO 활동가들의 임금 만족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파견 활동가의 경우 상당수가 계약직이며 몇몇 경우 국내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 상대적으로 나은 처우를 보장하는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중간 경력의 NGO활동가와 파견 희망자들이 NGO부문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각 단체가 경험 많고 유능한 사람들을 유지하고 유치하기 위해서는 임금 및 임금 상승률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KOICA 일자리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 앞서 논했듯 국제개발협력 NGO 근로자들은 분야 노동시장에 불균형이 있다고 느끼고 있고, 실제로 경력사다리 역행이나 NGO 경력직의 타 분야 유출 등이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과거 국제개발협력 입문 창구로 역할했던 WFK NGO 봉사단은 최근 들어 단원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2016년 74.8점 → 2018년 59.7점 / KOICA, 2019). 분야 전문가보다는 사업기획 및 수행이나 성과관리 등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NGO 근로자의 경력 인정 및 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과 WFK NGO 봉사단 프로그램 혁신이 각 단체의 근로자 처우 개선과 함께 이뤄진다면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OICA의 각종 사업 내 34세 미만 청년 신규 채용 의무화 및 가산점 제도는 계약직을 양산하는 동시에 이미 근로 중인 청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임금 거버넌스가 개선되어야 한다. 가치 지향적 성향을 가진 NGO 근로자들은 단체 조직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NGO가 대외적으로 인권과 평화, 협력 등의 가치를 표방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내부에서도 임금과 같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이러한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임금 기준표는 물론, 취업규칙 등의 인사 세부 규정을 공개하고 경영진과 실무자가 임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실제 근로 조건 개선은 더디더라도 근로자들의 일자리 만족도는 크게 상승할 것이다. 지금은 경영진 혹은 관리자들과 현세대 실무자들의 가치가 충돌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양쪽 모두 단체와 구성원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에 기반하여 향후 투명한 정보 공개와 평등한 토의가 활성화된다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비현금성 복지 확대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실적인 이유로, 혹은 단체의 미션과 가치로 인해 단기간 내에 임금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근무시간 단축, 유연 근무제 도입, 단체 내 소모임 지원 등을 통해 근로자 만족도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연구참여자들이 단체 내 스터디 모임 지원이나 유연근무제, 추가 휴가 지급 등에 큰 만족을 표했다. 



안전 관련 제언


첫째, 파견 근로자 체류 자격과 관련하여 각 단체 차원에서는 파견 전 노동허가 발급 절차를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선 관광비자 입국 후 노동허가 발급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또, 파견 국가 내 법적 지위가 없는 단체의 경우 노동허가 및 적법한 체류비자 발급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므로,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위해 파견국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하는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단체 등록 전에는 직원을 파견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둘째, 주거를 포함한 안전관리 전반에 대하여 단체에서는 주거안전 체크리스트, 위기상황 발생 시 보고체계, 비상연락망 등 안전관리 매뉴얼을 필수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개별 단체 수준에서 안전관리 매뉴얼 수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파견국가 내 한국 NGO 단체 네트워크 또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국가별 NGO 공통 안전관리 매뉴얼을 제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단체 본부 및 사무소 책임자의 안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사고 발생 이후에 벌어질 상황과 기관이 감당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안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조직 내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산 투입과 안전 확보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산 없이 파견근로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가별 치안 및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하여 주거비 지원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연구의 한계와 향후 연구과제


NGO를 비롯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 관한 연구와 세부 주제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KOICA 시민사회파트너십 및 WFK NGO 봉사단 등 일자리 프로그램 경험, 그리고 국내와 국외 경험을 두루 갖춘 NGO 전현직 종사자 10명을 선정하여 NGO 활동가의 임금과 (파견)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 일자리의 질과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현황과 구조, 향후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는 점에 분명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언급된 조직문화나 기부·모금 문화, NGO의 고유 영역 등에 관한 논의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또한, KOICA 시민사회협력 사업 등에 ‘현지 인력’으로 투입되는 현지 국적 활동가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프리랜서 활동가(독립 활동가)의 상황은 이들과 많이 다르고, 더 취약한 경우가 많음에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기록해두고자 한다. 




참고문헌


김은주, 이도석. 2019. “ODA 생태계 구축을 통한 고용창출방안 연구”, <KIPA 연구보고서> 2019-22.

KOICA. 2019. 「2019년 NGO 봉사단, 청년중기봉사단 공모 안내서」

KOICA. 2021b.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KOICA 일자리 전략(2021-2015)」 



연구 후기

(오민영) 더운 계절, 제안서 공모 제출과 중간보고 시기가 돌아왔다. 제안서를 쓰고, 약정을 맺고, 사람을 뽑아 보내고, 사업활동을 진행하고, 몇 개의 보고서를 쓰고 종료평가를 하면 비로소 한 사업이 마무리된다. 프로젝트가 한 주기를 도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라는 마차에 탑승했다 하차한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바뀌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지만, 적어도 보고서 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누구도 그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국제개발이라는 일이 하나의 산업으로 공고해지는 동안, ‘전문화’, ‘체계화’라는 단어가 모든 NGO의 전략서에 등장했다. 고등교육을 받고, 영어를 하고, 각종 약어로 대표되는 업계용어(jargon)를 익힌 ‘인재’를 양성하면 사업관리의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믿음이 퍼져가는 동안, 그리고 조직이 더 많은 기금과 성장을 좇는 동안, NGO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조직 내부의 작동원리나 의사결정과정이 비-NGO와 무엇이 다른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현재의 ‘일자리’와 관련한 문제의식은 공모/입찰과 계약으로 진행되는 국제개발이라는 (영리적 관점의) 산업 환경과 자발성, 자원활동, 공익추구라는 전통적인 NGO의 본질적 가치가 불협화음을 내며 탄생한 결과다. NGO의 고유한, 혹은 차별화되는 가치를 찾지 못한 이들이 동일 산업군 내에서 조건이 더 좋은 쪽으로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임금 기준이라는 것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전문 교육을 받았고 격무에 시달림에도 급여 수준이 낮은 간호사를 비롯하여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이 놓인 사회복지사와 돌봄 노동자 등을 돌아보게 되었다. 국제개발NGO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은 거칠게 묶어 ‘누군가를 돕는’ 일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논의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내부에서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밖으로 나가 우리를 포함한 다른 존재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이해를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승훈) 이번이 국제개발협력 NGO 활동가들의 일에 대한 두 번째 연구였다. 그리고 딱히 답을 내놓거나 변화를 만드는데 기여하지도 못해 민망하지만 비슷한 주제의 연구에 또 참여하게 되어 세 번째 연구의 결과물이 곧 나올 예정이다. 세 연구의 시기와 대상, 세부 주제는 조금씩 달랐지만, 연구는 늘 NGO가 무엇인지, NGO활동가는 누구인지, 정부 기관이나 기업과 NGO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도대체 누가 NGO에 애정을 갖고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연구부터는 시민들이, 심지어는 NGO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활동가들조차 NGO를 외면한다면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NGO의 존재이유이지 NGO일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변한 것이 먼저인지, 대다수의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제3 섹터'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정부기관과 기업 ‘맞춤형'으로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대다수 NGO가 정부 기관과 기업을 감시하고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그들을 따르기만 하는 상황이라면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은 계속해서 한쪽으로 쏠리고 NGO는 ‘하청 업체'로 전락한 채 그 존재 의미를 잃어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NGO 활동가의 임금과 이탈 문제는 외부의 정책 지원으로만, 단체 경영진의 ‘결단'으로만, NGO 모금의 증가로만 해결될 수 없다. 익숙한 것들,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바쁘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외면했던 근원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발전’은 무엇인지, 그러한 ‘발전'을 하는데 NGO 활동가는 왜 필요한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우리 사회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혹은 할 수 있는지), NGO활동가들은 왜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그리고 왜 지금까지는 그럴 수 없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후원금을 내고 세금을 내는 시민들, 국제개발협력 사업 참여자, 활동가 자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뒤틀린 가치관 속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치열하게 토론하고 시도하며 ‘국제'가 마치 ‘다른 나라'를 뜻하는 양 외면했던 우리 사회의 ‘발전'과 가난, 차별의 문제와 연결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NGO를 포함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존재 의미와 역할이 설명가능하게 될 때, NGO는 시민의 지지와 활동가의 애정을 회복하고, 정부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존중받는 주체가 되며, NGO활동가의 삶도 더 즐거워질 것이라 믿는다. 이번 연구가 더 많은 사람들의 논의를 도울 수 있길 바라며, 이 연구를 할 수 있게 해 주신 故 박종남 박사님과 연구에 참여해 주신 활동가 동료분들, 그리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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