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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Oct 01. 2018

탄자니아의 반복되는 여객선 참사

빅토리아 호수에서 전복된 녜레레호

9월 20일 오후 2시. Ukwere섬의 Bugolora에서 출발해 이웃한 섬인 Ukara섬으로 이동하던 MV Nyerere(MV는 Motor Vessel의 약자, Nyerere는 탄자니아 초대 대통령의 이름. 이후 녜레레호)가 Ukara섬의 부두에 도착하기 약 100m 전, 전복되었다. 전복 당일과 셋째 날 41명이 구조되었고, 28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29명에 이른다. 이 여객선의 탑승 가능인원은 단 101명이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전복된 MV녜레레호. Photo: STRINGER / AFP/GETTY IMAGES


이날은 Uwkere섬과 Ukara섬에 장이 서는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장에 내다 팔거나, 다른 섬에서 사온 물건들을 가지고 배에 탑승했다고 전해졌다. 생계를 위해 위험한 배에 올라야 했던 사람들의 운명이 가슴 아팠고, 참사가 너무나도 명백한 인재(人災)라 더 가슴 아팠다.


빅토리아 호수를 포함한 탄자니아의 호수와 바다에서 일어난 여객선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5월, 빅토리아 호수의 서쪽의 부코바(Bukoba)에서 남쪽의 므완자(Mwanza)를 잇던 MV Bukoba호가 므완자 인근에서 침몰했다. 원래 더 큰 여객선이 배정되어 있었지만, 그 여객선의 고장으로 갑작스럽게 훨씬 작은 MV Bukoba호가 투입되며 결국 침몰에 이른 이 참사에서 900명 이상이 사망했고, 53명만이 생존했다. 이 배의 탑승 가능인원은 400명이었다. 2011년 9월, 잔지바의 두 섬, 웅구자(Unguja)와 펨바(Pemba)를 오가던 MV Spice Islander I호가 침몰하여 600여 명이 구조되고, 약 200명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당시 탑승객 명단이 정확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이 배의 탑승 가능인원은 645명이었다. 다음 해 7월, 다레살람에서 잔지바로 이동하던 MV Skagit호가 침몰해 약 145명 사망하고 약 145명이 구조되었다. 이 배의 탑승 가능인원은 250명이었다. 이 모든 참사의 원인으로 과승과 과적이 지적되었지만, 참사는 반복되었다.



녜레레호 참사 일지

사고 발생지점. 지도 중앙의 두 섬 사이에서 녜레레호가 전복되었다. 지도: 구글지도 캡쳐

9월 20일: 오후 2시. 녜레레호, Ukwere섬의 Bugolora에서 이웃한 Ukara섬으로 이동 중 전복. 배가 출발한 지 2시간 뒤이자 Ukara의 항구에 도착하기 약 100m 전.

참사 전 녜레레호의 모습. Photo: NTV 유튜브 화면 캡쳐


9월 20일: 전복 직후 므완자 지역 장관 John Mongella, 사고 보고 받고 5시 현장 도착. 도착 당시 인근 어선이 40명을 구조함. 이후 해군과 자원봉사 잠수부 투입되었으나 밤에는 구조작업 못하고 다음날 아침 재개.

9월 21일: 대통령, 4일간의 애도기간 선포, 사고에 책임 있는 관리자 전원 체포 명령.

9월 22일: 대통령, 선장을 체포하여 조사한 결과, 선장이 아닌 다른 미숙련자가 배를 운전했다고 발표.

9월 22일: 해군 잠수부, 에어포켓에서 마지막 생존자 구조. (해군 잠수부가 구조한 유일한 생존자. 총 생존자는 41명) 마지막 생존자는 녜레레호의 기술자로, 엔진실에 숨어 생존할 수 있었음. 

(관련 영상: https://youtu.be/NZLcc3sixoc)


9월 23일: 대통령, 전국의 정부 소유 여객선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인 Tanzania Electrical and Mechanical Agency(TEMESA)의 국장을 정직 처리하고 자문위원회를 해산시킴. TEMESA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자, 기계, 전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믿을 수 있고 안전한 해상 수송을 제공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정부기구.

9월 23일: 선체를 세우기 위한 장비, 현장 도착

9월 24일: 대통령, Surface and Maritime Transport Regulatory Authority (SUMATRA)의 이사진 해임.

9월 27일: 선체 세우기 시작

9월 28일: 선체 세우기 완료, 해안으로 옮기는 작업 시작. 이날 시신 1구 추가 수습되어 총 사망자 229명.

9월 29일: 이날까지 약 9억 탄자니아 실링(한화 약 4.3억 원)이 모금됨. 노동교통통신부 장관은 이미 2억 실링을 유족들에게 지급했고, 나머지 금액은 구조에 참여한 사람들, 지역사회 발전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힘.



전복의 원인


아직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시작되지 않아 정확한 전복 원인은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많은 언론에서 제기하는 전복의 원인은 과적과 과승이다. 녜레레호는 승객 101명과 화물 25톤을 수용할 수 있는 배였지만, 이미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확인되었고, 옥수수와 시멘트, 트랙터 등이 실려있었다고 알려졌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약 260명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몇몇 목격자들은 약 400명이 탑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켓 판매원도 사망하고, 티켓 발매기도 사라져 정확히 몇 명이 탔었는지는 밝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복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도착 항구에 가까워지면서 탑승객들이 선체의 한쪽으로 몰려서 배가 전복되었다는 주장이고, 둘째는 조타수가 갑자기 급회전을 하면서 배가 전복되었다는 주장이다. 사고 직후 체포된 선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숙련자가 배를 운전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생존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녜레레호가 부두에 도착하기 직전 급회전을 했고, 조타수는 핸드폰 통화 중이었다고 주장해 지금으로서는 두 번째 주장이 조금 더 믿을만해 보인다. 생존자 Ochori Burana씨는 국영방송 T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그(조타수)에게 전화통화를 멈추고 키에 집중하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Ukara 섬의 부두에 가까워지면서, 배는 부두의 오른편에 정박해야 하는데 그는 부두의 왼편으로 배를 몰아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는 갑작스러운 회전을 했죠."라고 말했으며, 이 급회전으로 선체가 좌우로 크게 요동쳤고, 사람들과 화물이 내동댕이 쳐졌다고 주장했다. Burana씨는 사고 직후 물에 뛰어들어 타이어를 잡고 생존했지만, 그와 함께 배에 오른 6명의 친척은 살아남지 못했다.


녜레레호는 정부 소유의 여객선이기 때문에, 야당은 정부의 태만을 지적하고 나섰다. 


제 1 야당 CHADEMA의 부사무총장은 "우리는 이 여객선의 상태에 대해 여러 번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런 태만을 반복해서 지적했습니다."라며 과승과 과적이 "당국의 또 다른 실패"이며 구조작업도 "미숙한 데다 지연"되었다고 비판했다.    



죽음의 호수, 생명의 호수


빅토리아 호수에서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노후된 선체, 미숙한 항해기술, 부족한 구명조끼 등의 이유로 매년 약 5,000여 명의 사람이 사망한다. 올해 5월, 동아프리카 지역 언론 The East African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빅토리아호 유역 위원회(Lake Victoria Basin Commission)가 호수의 안전 증진 사업 명목으로 4년 동안 아프리카개발은행,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약 400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사업은 빅토리아 호수를 공유하고 있는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정부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사업으로 해상구조센터 설립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빅토리아 호수는 수많은 생명을 삼키는 죽음의 호수이지만, 많은 이들에겐 떠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가장 큰 호수인 빅토리아 호수에서는 매년 약 100만 톤의 생선이 잡히며, 약 60만 명이 호수 인근에서 어업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호수 부근에 사는 3백만 주민들의 생계가 이 호수에 달려있다.

(출처: Turyaheebwa, N. (2014) Perception on Fishery trends in Lake Victoria. Norwegian College of Fishery Science 석사 논문)



애도


참사 이후 국내외에서 애도와 연대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참사 다음날 이웃나라의 대통령들은 일제히 트위터를 통해 탄자니아 국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UN 사무총장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UN은 탄자니아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동아프리카연합의 사무총장도 트위터를 통해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탄자니아의 여당 CCM사무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안타까운 시기에 우리의 슬픔을 표현할만한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신께서 희생자들을 인도하시고, 생존자들의 건강을 지켜주시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구조작업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메시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있을 것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이 부디 이번 참사를 잘 극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고,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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