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DR콩고 대선 (3) 마르땡 파율루로 야권 후보 단일화?
12월 23일로 예정된 17년 만의 "카빌라 없는 첫 선거", DR콩고 대선을 향해 21명의 후보가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야권이 단일 후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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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협상과 야권 단일 후보 지명
야권 인사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지만, 국제형사재판소의 전범 재판 중에 증인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후보 자격을 박탈한 장 피에르 벰바(Jean-Pierre Bemba)와 정부가 국경에서 그를 가로막아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모세 카툼비(Moise Katumbi)를 포함한 야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야권 단일후보 협상은 일요일(11일)에 결론을 내리고 Dynamique de l'opposition당의 마르땡 파율루(Martin Fayulu)를 야권 단일 후보라고 발표했다. 이번 단일후보 지명은 지난달 말, 야권의 분열이 여당의 승리를 도울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야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회의를 열고 11월 15일까지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던 결의를 이행한 것이다.
야권 단일 후보로 마르땡 파율루가 지명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발표 전에는 2011년 대선에서 32%를 득표하며 49%를 득표한 카빌라를 위협했던 민주주의와 사회진보 연맹(Union for Democracy and Social Progress, UDPS)의 에티엔 트쉬세케디(Etienne Tshisekedi, 2017년 사망)의 아들이자 UDPS의 당대표인 펠릭스 트쉬세케디(Felix Tshisekedi)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었다. UDPS는 DR콩고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가 큰 야당이다.
Bureau d’Études, de Recherches, et de Consulting International (BERCI)와 뉴욕 대학교의 Congo Research Group (CRG)이 최종 대선 후보가 발표되기 이전인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야권의 쟝 피에르 벰바, 펠릭스 트쉬세케디, 모세 카툼비가 각각 17~19%의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에 있었다. 또한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가장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모세(28%), 펠릭스(26%), 벰바(20%) 순으로 응답했다. 야권 단일 후부로 지명되기 전 기사들에서 그의 이름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렇듯 마르땡은 야권에서 주목받는 후보가 전혀 아니었다.
마르땡 파율루
마르땡 파율루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소개에 따르면, 파율루는 1956년 11월 21일 킨샤사에서 태어났고, 프랑스 Paris XII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를 취득했고, European University of America에서 MBA를 했다. 그는 석유 업계에 오래 몸담았다. 1984년부터 2003년까지 그는 엑슨 모빌 소속으로 DR콩고, 미국, 프랑스, 케냐, 나이지리아 등에서 일하다가 에티오피아 엑슨 모빌의 본부장을 마지막으로 퇴사했다. 그는 퇴사 이후 콩고로 돌아와 개인 사업을 하다가 2006년 킨샤사 지역 의원으로 당선되었고, 2009년에는 ECiDe(Commitment for Citizenship and Development Party)라는 정당을 창당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Dynamique de l'opposition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되었다.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그가 사회적 자유주의를 추구한다고도 언급되어있다.
알 자지라는 지난 8월 파율루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관련 기사) 그의 주요 발언을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카빌라 대통령이 샤다리를 지명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샤다리의 지명이 곧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는 선거에 참여하고 이겨야만 하죠. 저는 선거가 진지하고 믿을만하다면 샤다리 씨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어디서 왔습니까? 작은 지역에서 왔죠. 그는 정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는 그가 그의 지역구에서조차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영향력은 단지 카빌라 대통령뿐입니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 같나요?) 우리는 천만명이 가짜 이름이 등록되어 있는 선거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전자투표기를 쓰는 선거를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카빌라 대통령의 유산은 무엇인가요?) 카빌라 대통령의 유산은 DR콩고를 비틀거리게 만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 안보도 없고, 평화도 없습니다. 그는 나라를 흩뜨려 놓았어요. 카빌라 대통령의 유산은 빈곤입니다. 콩고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고, 일자리가 없어요. 실업률이 거의 99%에요. 어디든 물이 있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어요. 콩고는 약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카빌라 대통령이 잘한 것이 정말 하나도 없나요?) 솔직히 뭔가 떠올리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저는 카빌라 대통령과 사적인 문제가 없지만, 저는 그의 시스템 전체를 반대합니다. 그가 무엇을 했나요? 부패가 국가를 파괴하고, 콩고 사람들 사이에 원한을 일으켰어요. 저는 저의 신념과 제가 조직한 시위로 인해 고통받았어요. 저는 심하게 얻어맞았고, 그의 군대가 쏜 총을 맞았어요. 그리고 그의 행정부는 저의 호텔을 닫아버리기도 했죠. 아 잠깐만요, 긍정적인 것이 하나 떠올랐어요. 그는 프랑스어를 배웠어요. 그건 좋은 것입니다. 그건 인정합니다.
시작하자마자 붕괴된 야권 단일화, 왜 파율루였나?
야권 단일화는 단일 후보 발표 직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야권 단일 후보 발표 직후 킨샤사에서는 일부 야당 지지자들의 반대 시위가 일었고, 이미 UDPS의 펠릭스와 UNC의 비탈 카메레(Vital Kamerhe)는 일요일 서명한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일 후보 지명에 동의했던 7명 중 실제 등록된 대선 후보는 파율루를 포함 4명이었는데, 이 중 2명이 빠져버린 것이다. 한편 카툼비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율루 지지를 절대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관련 기사)
가장 유력했던 펠릭스가 아닌 파율루가 지명된 이유에 대해서 알 자지라는 전자투표시스템과 관련된 입장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마르땡 파율루 후보는 위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전자투표시스템을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인데 반해, 펠릭스가 속한 UDPS는 전자투표시스템과 상관없이 선거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AFP는 UDPS의 사무총장 Jean-Marc Kabund를 인용하며, 후보에서 제외된 쟝 피에르 벰바와 모세 카툼비가 제네바의 회의에서 선거 보이콧 논의를 주도했었고, UDPS는 보이콧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이렇게 후보 단일화 협정 직후 야권은 영향력은 크지만 입후보 하지 못한 벰바와 카툼비가 지지하는 파율루 대 영향력도 있고 입후보도 성공한 펠릭스로 양분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시스템 논란
카빌라 대통령과 여당이 지지하는 후보인 에마누엘 라마자니 샤다리(Emmanuel Ramazani Shadary)는 각종 정부 행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선거 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DR콩고의 선거관리위원회에는 무소속 후보로 등록이 되어있는데,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후보들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선거가 진짜 치러질지는 미지수이다. 샤다리 후보의 대중적이 인지도는 여전히 야당 후보들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여당에서 선거를 지연시킬 수도 있고, 야권의 파율루 후보를 비롯한 야권 전반이 전자투표시스템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투표일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썬 예상하기가 어렵다. 야당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도 좋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BERCI와 CRG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가 전자투표시스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DR콩고의 전자투표시스템은 한국 정부의 ODA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추진되었다가 콩고 현지 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일부 사업내용이 탈락되었던 사업인데, 한국 중앙선관위의 주도로 설립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김용희 전 사무총장이 DR콩고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의 미루시스템즈 사이의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 계약을 알선했고, 이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한겨레21에서 자세히 다룬 기사가 있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5881.html
헌법에서 정하는 카빌라 대통령의 임기가 2016년 끝났고, 따라서 2년 전에 치러졌어야 했던 DR콩고 대선이 12월 23일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그리고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