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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May 24. 2019

아이와 신성

내가 썼던 글과 아주 비슷한 생각이 담긴 글을 만나서 오래전 글을 다시 꺼내왔다. 아래 글은 2013년 어느 날, 탄자니아에서 일할 때 썼던 글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다레살람 Bunju 지역의 아이들. Photo: 우승훈


한국에선 우리 조카들 말고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눈을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데, 탄자니아에서, 르완다에서는 아이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어머니들도 '저 외국인 좀 봐'라는 조기교육(?)을 아주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아이들과 많이 교류하게 된다. 


2013년, 탄자니아에서 인턴을 할 땐 사업장에 놀이방도 있어서 같은 아이들을 매일 만났고, 아이들을 나를 삼촌이라고 불러줬다.


"엉클 엉클(삼촌, 삼촌)!!" 우다다다다다다


이제 익숙해지고 좀 덜 재미있어질 법도 한데, 매일 아침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아이들을 보면 아주 즉각적인 행복이 밀려온다.


이렇게 나를 알고, 나에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존재는 나에게 사람답게 사랑하며 착하게 열심히 살아라 말하는 것만 같다. 수많은 아이들의 '삼촌'이 되고 나면 감히 나쁜 짓을 할 수가 없다. 아빠는 안되어 봐서 모르겠는데, 어쨌든 아이들과의 교류는 그 어느 종교보다도 나의 도덕적인 삶에 기여한다.



영화 '레 미제라블'이 끝나갈 무렵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이 사실만은 명심해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이 주의 얼굴을 보는 것임을,


어떤 사람들은 자신만의 신을 가지고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그 존재를 부정한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 애매하게 낀 무늬만 불교도이지만, 어쨌든 나는 어른이든 아이든 사람에겐 어느 정도의 신성(神性)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때때로 무한한 시간과 능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거나, 최고의 선을 가진 것처럼 빛나는 선행을 한다. 그리고 그런 때때로의 신성은 특히 아이들에게서 더 자주, 더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우리를 행복하거나 좋게만 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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