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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Apr 28. 2016

같이 쓸 줄 알아야 가치 있다

공유경제의 우선 과제

[경기도 고양의 한 도서관]


기자:  책 상태는 어때요?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나요?

나:    사실 빌려 볼 때마다 찝찝해요.
        책이 더럽거든요.


        마치 엄청 많이 읽힌 것처럼요...



집도 차도 옷도 빌려 쓰는 요즘입니다.

소유가 아닌 접속대여, 공유의 원리가

사회에 퍼져나가고

관련된 뉴스가 넘칩니다.


그런데요,

매우 중요하지만

부각되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잠시 빌린 물건에

사용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매너 말입니다.




도서관은 공유경제의 원형이 되는

가장 오래된 시스템입니다.


879-코 64연 처럼
잘 외워지지도 않는 기호들의 조합을

손에 쥐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설레는 기분으로 한 칸 한 칸 범위를 좁혀가다

원하던 책을 찾았습니다.


분명 출간된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신간인데도

한번 들어 알만한 베스트셀러가 아닌데도


너덜너덜

꾸깃꾸깃

누리끼리


도 모자라


몇 번 젖었다 마른 듯한 울어있는 종이

열독 하느라 주린 배를 채운 듯한 흔적들

교육열을 뽐내는 밑줄과 동그라미들

앞선 대출자의 성별을 드러내는 머리카락


의 흔적이 먼저 반깁니다.


독서율이 결코 높지 않은 나라건만

(UN 회원국 192개국 중 한국 166위)

책은 이상하게도 금방 닳아갑니다.



빌린 책을 깨끗이 이용하고 원상태로

(최소한 빌리기 전 상태에 가깝도록)

반납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면

공유경제의 시민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선 공짜로 책을 빌리지만,

공유 경제를 바탕으로 한 시장에선

대가가 지불됩니다.


무료일 땐 무료라는 이유로

유료일 땐 유료라는 이유로

함부로 물건을 대한다면

공유경제는 재앙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에게 잠깐 들린 사이의 주인의식.

더 나아가

나 다음으로 이어질 잠깐들을 배려할

확장된 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공유경제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빌려 쓸 때야말로

물건이 제구실을 톡톡히 해내는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가치 있게 사용되고 있는 빌린 물건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미래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진 아득하게 들립니다.


대신,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부터
카쉐어링으로 주말에 빌린 차부터

내 것처럼 여기는 마음으로
시작해 봅시다.


물건서비스공유할게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자세부터 공유되어야

하겠습니다.



같이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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