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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Jun 26. 2016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

발견하고 믿고 기다려주기


나 스스로가 양각이라기보다

음각에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사람에

관심이 간다.


목소리도 작고

신체의 움직임도 적으며

있는지 없는지도 셈을 해봐야 알 사람

그림자도 마음껏 짙지 못할 것 같은 사람

조금 센 건너편 사람의 기에 눌려

제 의견 갈 곳 잃어버리는 사람


난 네 적이 아님을 성급히 납득시키기위해

다 듣지도 않고 긍정하는 사람


착함과 바보의 아찔한 경계 위에

아슬아슬한 평가를 세상에 맡겨둔 사람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 사람

드 센 사람 사이에서 부족한 사회성을 팔아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가느다란 자아의 지팡이에 두 손을 지탱하여

자신을 간신히 일으켜 둔 사람


그러느라 노는 손이 없어

나만의 독특한 생각,

사려 깊은 이유,

숲을 보는 안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간다.


겉으로 능력 있고 어필이 되는 사람도 존경하지만

스스로를 잘 포장하고 세일즈 하는데 서툴며

그마저도 주위 분위기에 따라

생성과 체념, 변화, 소멸의 주기를 거치고 마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다.


리액션도 늦고 순발력도 떨어지며

능청스럽지도 못할 뿐 아니라 너스레를 떨 여유도 없는 사람


침대에 누워서 비로소 혼자가 되어서야

몰려오는 후회와 억울함에 이불을 걷어차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느껴지면 발견한다.

조용히 자주 다가가서 자신을 드러내도록

충분히 시간과 귀를 내어준다.

신뢰를 쌓고 기다려준다.

보채고 앞서 가지 않는다.


스스로 드러내기를 엄마의 마음으로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준다.

그때그때 내뱉지 못한 생각과 감정이 농축되어

깊은 통찰차분함, 관조적 시선을 갖게 된 사람을 대할 모성의 자세다.


누구보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에

지금도 늘

스스로를 드러내고 설명하는데 좌절을 느끼기에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것을

수많은 그런 사람들에게 먼저 베풀겠다.

아이의 첫 엄마 아빠 소리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스스로 두발로 걸음을 떼려는 아이의 절실함을

그르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되려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여줄

발견과 신뢰 그리고 기다림의 순환이 이루어지길

나부터 오늘부터 의식하겠다.


자신이 잘 드러나지 않음을

자각하고 노력하려는 이에게는

이런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당신이 이런 사람을

인생에서 단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행운이다.


이 글이

잘 드러나지 않은 우리들에겐

공감희망

이미 잘 드러난 이들에겐

책임역할

주길 바란다.




심심한 평양냉면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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